본문 바로가기

+이정도면호상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12화> 고래의 말 11. 고래의 말 벨이 울렸고,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내렸다. 삑삑, 딸랑, 딸랑.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다. 가끔 타는 문으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운전기사와 손님 사이에 고성이 들리곤 했지만, 그건 지극히 일상적인 소리여서 오히려 나를 안도하게 했다. 사람들이 많았는지 누군가 내 등 뒤 의자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섰다. 조물거리는 작은 손이 어깨에 닿았다. 어린 아이일까. 그렇다면 내 무릎에 앉혀 주어야지. 무거운 몸을 틀어 아이를 향해 손을 벌렸다. - 아줌마 무릎에……. 그러나 내 입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 고맙습니다. 아이는 작은 입을 벌려 그렇게 말해놓고는 떨고 있는 내 무릎 위에 털썩 앉았다. 아이의 뒤로 늘어진 갈래머리가 목덜미를 간질였다. 분홍색 원피스는 아무..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11화> 딸기 맛이 날 때 10. 딸기 맛이 날 때 리브와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터미널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터미널이 떠내려가는 배도 아닌데,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동동거리며 발을 구르고 있는 내 앞에 마술처럼 천천히 버스가 다가왔다. 꿈속처럼 그건 ‘장항’이라는 커다란 푯말을 문 앞에 달고 있었다. 흘러가듯 나는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미끄러지듯 밤안개가 자욱해지기 시작한 검은 허공 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 안 내려요? 장항가신다면서요? 기사는 그렇게 물어놓고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버스 밖으로 사라졌다. 어둠 속을 한참을 달려 버스는 허공 속에 멈추었다. 창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모습만 유리에 비춰 기괴하게 구겨져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10화> 줄무늬 물고기 9. 줄무늬 물고기 문득 그에게 필요한 건 그냥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그저 그를 사랑하고 그를 떠나지 않을 든든한 사람.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가 하는 생각들을 믿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런 사람.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고, 음악이 없는 춤이라도 같이 출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래서 그가 찾고 있던 것은 애인이나, 남자친구가 아니라 ‘파트너’였을까. - 언니, 언니! 나 죽이지?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속이 훤히 비치는 긴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오늘은 제모라도 했는지 모르지만, 갈라진 스커트 자락으로 까슬까슬한 털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 마찬가지였다. - 아, 참! 모자, 모자! 분홍색 캐리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지 커다란 챙을 가진 모자는 한.. 더보기
그놈그사 - 이야기 여섯 그런놈,그런사람 - 이야기 여섯은 다음호와 이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 투비컨티늉~♬ 즐거운 8월 되세요~ ^-^ 더보기
기차여행 "이번역은 우리열차의 종착역인 남극. 남극역입니다." 서울역사 안을 바삐 걸어다니는 비둘기씨 :)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9화> 여기, 있다 8. 여기, 있다 우리가 다시 경기도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와서 알게 되었다. - 어머, 포천은 강원도 아닌가? 맞는데? 강원도 포천? 높이 매달린 운행표를 올려보며 리브도 눈이 커졌다. - 맞아, 언니! 강원도 포천, 산도 많고 계곡도 많고, 군인들 부대도 많고 겨울에 눈도 엄청 내리고. 강원도 포천! 리브는 믿지 못하겠는지 매표창구로 쪼르르 달려갔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와서도 다시 공중에 둥실 뜬 운행표를 올려보았다. - 이상하네, 맞는데? 강원도 포천, 분명히 맞는데? 나도 알고 있다. 인생이라는 무대가 벌이는 깜짝 쇼. 마술이라도 걸린 듯 멍하게 만드는 갑작스런 시간 속.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본적 없는 소름끼치는 시간의 반전. 알고 있다. - 언니도 이상하..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8화> 눈썹을 그리는 법 7. 눈썹을 그리는 법 모텔 방으로 돌아온 그는 제일 먼저 거울 앞에 섰다. 비비크림으로는 잡티커버에 한계가 있다며 투덜거렸고, 아이크림을 바르고 자지 않았더니 눈가에 주름이 겹겹이 쌓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경찰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올까 나는 오금이 저리는데, 그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니다. 나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담을 것 없는 작은 가방을 문가에 밀어 놓는데, 갑자기 사위가 조용해졌다. 침묵의 눈이라도 내렸던 것처럼 너무 고요했다. - 저, 저기……. 어느새 그가 들어갔던 화장실 문이 닫혀있었다. 종이 한 장 같은 얇은 모텔 벽은 숨소리마저 고스란히 들려줄 것 같은데, 그의 투덜거림으로 시끄러웠던 공간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서늘한 생각이 스친 것은..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7화> 금화 다방 6. 금화다방 죄책감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는 그저 자신의 길을 갔던 것이고, 나는 내 길을 갔던 것뿐이다. 양평의 근처에서 우리의 길은 갈라졌다. 같은 시간 속에, 똑같은 공간 속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방향의 여행. 누구든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난다. 길은 엇갈리고 미소는 달라진다. 슬픔을 건너가면, 다른 길속에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시간은 쉽게 내가 지나온 발자국을 지운다. 죄책감이란, 어리석게도 지나온 발자국을 따라 뒤로 걷는 일. 소용없다. 이미 시간은 그 곳에 없다. 우리의 여행이란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혼자 오셨어요? 여자는 작은 쟁반을 들고 삐딱하게 섰다. 그러나 내 입은 열리지 않았다. 풀이라도 붙은 것처럼 찰싹 들러붙었다. - 혼자 오셨냐고요? 그녀의..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6화> 양평의 근처에서 5. 양평의 근처에서 비명은 짧았다. 꿈속에서는 손을 들어 입을 막았는데, 깨어보니 나는 팔뚝을 물고 있었다. 아침이 왔는데도 방 안에는 아침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아홉시. 그런데, 어디에도 아침은 없었다. 꿈틀거리며 리브가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그제야 아침이 왔다. 구석에 웅크린 날 보고, 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내게는 ‘엄마야!’ 하는 그의 비명소리가 늦게 온 아침보다 훨씬 더 고마웠다. - 아주 내가 못살아, 못살아! 언니,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있는 거 아니니? 밤에 막 돌아다니고, 대답도 하고, 노래도 하고 그러는데, 정작 자기는 기억 못하는 그런 거, 그런 거 아니야? 돌아갈까. 다그치는 리브의 얼굴은 골탕이라도 먹은 듯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우겨넣은 .. 더보기
(바캉스 특집) 송정 어디까지 가봤니? 지인들과 만나 늦은 시간까지 담소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모기향 냄새가 납니다. 그 순간 ‘아, 이제 정말 여름이구나.’ 싶습니다. 모기향 냄새는 여름의 시작을 알려주는 아련한 향수 같은 것입니다. 어린시절 모기가 많던 우리집은 여름내내 모기향이 끊이질 않았습니다.물론 모기향 말고도 좋아하는 여름 냄새들이 많이 있죠. 새벽녘 이슬을 머금은 풀냄새, 나무냄새, 저녁에 선풍기 돌아가는 냄새 같은 것들..그런 여름을 맞아 멋진 피서지의 골목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제주도의 올레나 통영의 동피랑 마을? 아니면 맘 같아서는 저기 오키나와의 골목길을 걷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 부산에도 멋진 피서지가 많죠. 그중에도 부산 사람들의 해수욕장이 있는 송정으로 떠납니다. 해운대가.. 더보기
그놈그사 - 이야기 다섯 더보기
깡총 ' 깡 총 ' 무지개 시냇물에 두 발을 담그고 '하나 둘 셋' 하면 깡총 높이 뛰어보자 운동을 하고 있는 데 창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리고.. 내 다리에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 ----------------------------------------------------------------------------------------------------------------------- 글,그림,사진 / 정정혜 오후의 햇살같은 따스함을 좋아하는 사람 :) ☞ http://b0ngji.blog.me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5화> 시간의 이름 4. 시간의 이름 - 뭐 그런 델 가자고 그래? 그는 투덜거리며 물었다. - 그런 데가 있기는 해? 터미널 간판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고? 무슨 포장마차 간판도 아니고, 사람들 다 드나드는 터미널에 그렇게 쓰여 있었단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는 또 다시 어깃장을 놓을 것이 빤했다. - 그게 말이 돼, 그게? 당장에 사람들이 민원 넣고, 공무원들 계장한테 엄청 깨지고, 오기로 어울리지 않게 번쩍거리며 엄청 큰 간판으로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이는 게 보통 일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창밖을 봤다. 파릇한 이파리들이 터지기 시작한 봄 풍경은 모든 등성이들을 환하게 색칠하고 있었다. - 게다가 산이 새까맸다고? 꿈꿨니? 아니면 언니, 어린 나이에 술을 좀 하신 거 아니우? 하..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4화> 가방을 머리에 쓴 시인 3.가방을 머리에 쓴 시인 며칠 째, 내 눈을 피하며 말이 없던 남편은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어디를 간다 말은 없었다. 카메라를 든 그에게는 목적지가 없었다. 문 밖이 목적지다, 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농담인 것 같기도 했고, 진담인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 나는 그가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예쁘고 기분 좋아지는 것들도 많은데 왜, 맨 날 이런 걸 찍으러 다녀?’ 그의 사진 속에 있는 건 하나같이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뿐이었다. 사람이 없는 버려진 의자이거나, 기울어진 나무문이거나, 주인을 잃은 자전거이거나, 깨져 도드라진 도로의 블록이거나. 그 때 그는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예뻐지라고. 너희들도 이렇게 누군가의 사진 속에 담기고 있으니, 언제나 예뻐지라고... 더보기
그놈그사 - 이야기 넷 이번 화에서는 음악을 하는 분을 다루다보니 가사가 많이 나와요. 글로 음악을 전해드리기는 어려워 마지막에 동영상을 남겨봅니다 :) (로딩화면이 길게 보이시면 ▶버튼을 한번 더 꾹 눌러주세요~)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노래가 웹툰 마지막에 나오는 "놀아줘요" 라는 곡이구요 이번 이야기넷의 주인공은 부산에서 열심히 활동중인 밴드입니다. 영상보시구 궁금증이 폭발하신 분은 http://club.cyworld.com/dhmp 클릭클릭 !! :D 더보기
똑 똑 똑. ' 똑 똑 똑 ' 도심 속 바삐 움직이던 타워크레인. 조심조심 무엇을 열어볼까 ? ----------------------------------------------------------------------------------------------------------------------- 글,그림,사진 / 정정혜 오후의 햇살같은 따스함을 좋아하는 사람 :) ☞ http://b0ngji.blog.me 더보기
월내는 월래.. 골목마실을 재밌게 읽는 팁 5초의 여유 : 저기 잠시만요! 드~르~륵 마우스 스크롤로 쭈욱 내려가실려구요? 한 사진 당 5초의 여유를 가지고 보세요.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들려요. 동해남부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은 늘 기분 좋다. 달맞이 고개를 돌아 가면서 보이는 바다가 좋고, 간이역이 좋고, 단선인 철로 때문에 마주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떠나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렇게 좋은 동해남부선에 나지막히 앉아 있는 월내로 떠난다. 월내의 골목 여행은 역전에서부터 시작이다. 바다앞에 자리한 월내역은 어린시절 파래와 게를 잡으러 다니던 일광역이(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생각나는 곳이다. 월내역을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시골 간이역치곤(그래도 행정구역상 부산이다) 넓은 광장과 그 속에 자리한 자그만 공간들(역전다방, .. 더보기
그놈그사 - 이야기 셋 얼렁뚱땅 들어오게 되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바싹이 재미있어졌습니다 :D 여러분들도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무언가를 찾길바라면서 :) 더보기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3화> 예쁜 담배 2. 예쁜 담배 내게 처음 담배를 가르친 것은 시경이라는 동창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도록 외국에서 근무를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가지고 들어온 거라며 내민 그것은 담배라기보다는 립스틱 같았다. 분홍색으로 온 몸을 휘감은 화려함에 나는 단번에 눈을 빼앗겼다. 새빨간 불에 타들어가는 분홍색 몸통은 스러져간 내 어린 시절처럼 뜨겁게 나를 위로했다. 무언지 모를 역겨움에 토악질을 하고, 화장실 벽 뒤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지만, 나는 그것이 담배 때문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담배가 고맙게도 내 마음을 어루만졌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돈 때문에 그런 담배를 피우지는 못했지만, 가끔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때 그 예쁜 담배가 떠올랐다. 자주는 아니지만, 힘들 때마다 남편의 담.. 더보기
신선이 된 마을_ 호포2반 새마을 금곡동에 살던 시절이었다. 시내에서 지인들과 기분 좋게 한잔 하고 늦은밤 지하철을 탈 때면 당시 종점이었던 호포역에서 내리기 일쑤였다. 비몽사몽 내린 역사에 털썩 주저 앉아 반대편 열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서서히 술이 깨곤 했다. 그리고 그 밤에도 쉼 없이 흐르던 낙동강과 땅위의 별처럼 반짝이던 김해평야의 불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술마신 날의 호사였다.오픈된 지상역인 호포역은, 뒤로는 금정산 앞으로는 낙동강과 김해평야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화창한 날은 화창한 대로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알고 일찍부터 터를 잡고 살던 이들이 있었다. 호포 지하철 차량기지가 생기기전 이곳에 있던 호포2반 마을이다. 지금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