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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호상/[ 골목마실 ] 사진 에세이

월내는 월래..


골목마실을 재밌게 읽는 팁

5초의 여유

:

저기 잠시만요!

드~르~륵 마우스 스크롤로 쭈욱 내려가실려구요?

한 사진 당 5초의 여유를 가지고 보세요.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들려요.



 


동해남부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은 늘 기분 좋다.

달맞이 고개를 돌아 가면서 보이는 바다가 좋고,

 간이역이 좋고,

 단선인 철로 때문에 마주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떠나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렇게 좋은 동해남부선에 나지막히 앉아 있는 월내로 떠난다.






월내의 골목 여행은 역전에서부터 시작이다.

바다앞에 자리한 월내역은 어린시절 파래와 게를 잡으러 다니던 일광역이(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생각나는 곳이다.

월내역을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시골 간이역치곤(그래도 행정구역상 부산이다) 넓은 광장과 

그 속에 자리한 자그만 공간들(역전다방, PC방, 성황당나무, 교회, 닭집)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다녀갔을 많은 이들의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들리는 듯 했다.







역을 나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오솔길.

 대나무 숲과 텃밭이 동무가 되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일본식 옛 철도 관사는 보너스다.

오솔길 중간에 만난 육교에 오르니 월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간이역과 어촌마을 그리고 바다의 풍경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월내. 

하지만 그런 풍경과는 반대로 이곳에 올 때 마다 느껴지는 조용하고 낮고 무거운 공기. 

그 기분 나쁜 녀석의 실체를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제 그 공기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 가려한다. 

그 공기의 실체와 마주할 준비가 되신 분들은 저를 따라 오시라.






  


오솔길을 벗어나 마을로 들어섰다.

 골목의 오래된 우물가에도, 

햇볕 드는 골목에도,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에도, 

초록의 생기가 넘치는 골목에도,

 녀석이 내려놓은 낮고 무거운 공기가 있다. 

그리고 그 골목 구석 구석에 우리의 욕망이 바싹 붙어 있다.

때론 그 골목의 끝에서 녀석과 맞서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물론 녀석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체가 없는 것 같은 그 녀석의 마수 같은 공기가 쉴 새 없이 골목을 짓누른다. 

그리고 그 공기는 골목을 지나 큰길을 따라 느리지만 빠르게 우리 일상의 골목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마을을 돌아 다시 역 앞에 섰다.
 이 무거운 공기를 내뿜는 녀석을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어느 순간 사치가 되어 버릴 것이다.

곧 폐선이 될 동해남부선의 단선 구간에 몸을 싣고 월내로 가보시라. 
그 곳에서 우리의 욕망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골목을 걸으며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는건 어떨까?



제발 멈춰라 이땅이 우리들 만의 것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