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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호상/[ 골목마실 ] 사진 에세이

미로같은 골목과 고기잡는 부산항의 추억






한때 배를 타고 남항을 통해 부산으로 드나들던 적이 있다.

그 시절 공동어시장 넘어 보이던 산동네 마을이 먼 바다에 나갔다 들어오는 뱃사람들을 포근히 앉아 주는 느낌 이었다. 

그 동네가 남부민동이다.

초량동과 수정동이 상선을 중심으로 한 부두 하역노동자들의 동네라면 

남부민동은 어선을 중심으로 한 선원과 수산물 판매상 그리고 어구 제작소의 동네다.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있는 골목과 어선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된 삶이 곳곳에 묻어있는 남부민동 골목 속으로 스며든다.





보통 미로 하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온 그런 미로를 생각한다. 

그런데 남부민동은 살아 있는 미로, 삶의 공간 자체가 미로인 곳이다.

 좁고 작은 골목들이 끊어질듯 이어지고, 좁은 길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빛이 골목안까지 들어오는 걸 방해한다.

 그래서 다른 동네의 골목길 보다 미로 같은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길은 끊어져 있나 싶다가도 이어지고 이어져 있겠지 싶어 들어서면 막혀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이 골목을 닮지 않았을까. 



 

  

 

 



 

 





골목에서 작은 구멍 가게를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오래돼 보이는 가게. 

밖에서 사진 몇장 찍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껌하나를 집어들고 할머니에게 말을 건낸다.

'얼맙니꺼'

'오배건'

'할매 여 오래 됐지예'

'하모. 오래 댔지예'

대답을 하면서도 고개는 TV쪽으로 가있다.  

가게에 딸린 조그만 방은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 

TV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고 계신다.

'할매 여 안쪽 사진쫌 찍을끼예'

'말라꼬.'

'아니 글 쓰는 사람인데. 난중에 글 쓸 때 참고 할라꼬요.'

'그라믄 찍으이소'

하고는 방문을 닫는다.


작은 구멍가게인데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물품에서 주인 할머니의 성격이 엿보인다.


 

 




골목에 있는 보통 집인 줄 알았더니 저 속에 함께 사는 집들이 많은가 보다.

하나,둘,셋,넷...열,열하나,열둘. 무려 열 두개의 개량기가 있는 걸로 봐서

 12 가구가 저 집을 나눠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건가?





오후의 따뜻한 햇살에 낮잠을 청하던 고양이가 카메라의 찰칵하는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골목을 돌아 나오다 순간 앞에 보이는 건물에 흠찟 놀랐다.

왜냐하면 그 건물을 보는 순간 제주도가 확 하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시공간의 착각까지 느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가까이 가서 본 그 건물의 정체는 수산물 냉동 보관소.

거무티티한 색깔의 오래된 돌담과 골목의 모습이 제주 여행에서 한번은 마주쳤을 법한 그런 풍경이다.






 


 





























항구 도시 부산에서 남부민동은 어떤 곳일까? 

남부민동 골목길을 다니다 고개를 들어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항상 냉동창고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바다건너 영도의 어선 수리조선소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풍경이 거울 같다는 느낌이든다. 

양치를 하다가, 면도를 하다가, 세수를 하다가 고개를 들면 세면대 앞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치듯이 

남부민동 어디서나 잘 보이는 세가지 풍경은 이곳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대신 말해 주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인지 남부민동은 집안의 궂은일은 다 했는데 선뜻 남에게 자랑하기엔 내세울게 없는 자식 같은 느낌의 동네다.




옥탑방 빨래줄에 텅빈 생선 건조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그 건조대가 생선으로 가득차길,희망으로 가득차길 바래본다.




은빛물고기   porco_rosso@hanmail.net

http://blog.daum.net/bsgolm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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