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이라는 그림책을 얼마 전에 본적이 있다. 어린 시절 끔찍하게 가기 싫었던 목욕탕의 추억을 지은이는 지옥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낸 책 이었는데 보면서 한참 웃었더랬다. 왜냐하면 나와 어쩜 그리도 같은 경험들을 했는지 그 공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런 내 기억속에 조금은 다른 목욕 경험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온가족이 함께 목욕을 하던 특별한 날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온천이 있다.
유명한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백암온천 등. 그런데 그런 온천은 모두 앞에 oo온천처럼 고유명칭이 붙고 뒤에 온천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런데 부산의 온천장은 그런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온천에서 목욕할 수 있게 설비가 된 장소'라는 뜻의 '온천장'이 동네 이름이다. 옛부터 얼마나 온천에 대한 자부심이 컷 으면 혹은 활성화 되었으면 이런 지명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 그런 온천장의 온천 골목이야기를 오늘 살짝 풀어 놓으려 한다.
골목길에 들어서니 따뜻한 수증기 냄새가 살짝 살짝 코깃을 스친다. 푸근하고 폭신한 사우나에 온 것 같은 기분 좋은 냄새다. 골목은 근처 금정산의 등산객과 자동차로 북적거린다. 다들 온천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모습이다. 순간 골목전체가 거대한 가마솥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는 양념재료쯤 되는건가?
근처에는 족욕탕도 보인다. 그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그렇게 이런 저런 것들이 더해 지면서 골목 전체가 목욕을 막 끝 낸 뽀얀 낮빛처럼 보인다.
온천골목을 걷는 동안 오래된 영사기 필름 마냥 그때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이제는 엄마의 매서운 때밀이 손길도 맥콜과 짜장면으로 유혹되던 아빠와의 목욕행도 아득한 옛일이 되어 버렸지만 이곳에 오면 그때의 따뜻한 수증기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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