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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호상/[ 골목마실 ] 사진 에세이

남천2동 바다이야기 부산 북쪽에서 산과 강을 껴안고 자연 속에 살던 내가 가정을 꾸리면서 부산의 남쪽 , 콘크리트섬 같은 이 공간에 뿌리 내리게 됐다. 하지만 예상대로 나와 이 공간의 정서적 교감은 쉽지 않았다. 막연히 바닷가 근처라 좋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번잡하고 시끄럽고, 소비를 부추기는 공간이 넘쳐나는 이곳은 좀처럼 정 붙이기 힘든 곳이었다. 특히나 70년대 개발과 산업화의 열매로 만들어진 곳이 여기(남천동 삼익아파트 단지) 아니던가. 그 태생적 반 생태성이 나로 하여금 이 공간을 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좀처럼 정 붙이기 힘들것 같던 이곳도 시간이 흘러 곳곳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발견하면서 조금씩 정을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도 이곳이(남천2동) 예전엔 바다였던 .. 더보기
부산속의 섬 오륜마을 아세요? 'Ra~♪ Ra~♪ Ra~♪' 전화벨이 울린다. 진작부터 오륜동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던 승훈씨다. '하하하하" 미안한 마음에 헛 웃음만 나온다. 그래 이번엔 정말 다녀와야지. 상현마을과 같이 회동수원지 곁에 있지만 오륜마을은 가본적이 없다. 구서동 금정문화회관 뒷길을 지나 부산카톨릭대학을 지나 나타난 검은 터널. 지난번 호포2반 새마을(호포2반새마을 기사보기)에 들어서기전 딱 그 느낌이다. 터널을 벗어나자 이어지는 낯선 풍경. 시외의 한적한 시골로 들어설때의 풍경이다. 예전 철마가는 길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을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회동수원지. 미나리를 한창 수확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과 어우려져 더 고즈넉해 보인다. 이곳 오륜마을은 마을주민 대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원지 조.. 더보기
(바캉스 특집) 송정 어디까지 가봤니? 지인들과 만나 늦은 시간까지 담소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모기향 냄새가 납니다. 그 순간 ‘아, 이제 정말 여름이구나.’ 싶습니다. 모기향 냄새는 여름의 시작을 알려주는 아련한 향수 같은 것입니다. 어린시절 모기가 많던 우리집은 여름내내 모기향이 끊이질 않았습니다.물론 모기향 말고도 좋아하는 여름 냄새들이 많이 있죠. 새벽녘 이슬을 머금은 풀냄새, 나무냄새, 저녁에 선풍기 돌아가는 냄새 같은 것들..그런 여름을 맞아 멋진 피서지의 골목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제주도의 올레나 통영의 동피랑 마을? 아니면 맘 같아서는 저기 오키나와의 골목길을 걷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 부산에도 멋진 피서지가 많죠. 그중에도 부산 사람들의 해수욕장이 있는 송정으로 떠납니다. 해운대가.. 더보기
월내는 월래.. 골목마실을 재밌게 읽는 팁 5초의 여유 : 저기 잠시만요! 드~르~륵 마우스 스크롤로 쭈욱 내려가실려구요? 한 사진 당 5초의 여유를 가지고 보세요.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들려요. 동해남부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은 늘 기분 좋다. 달맞이 고개를 돌아 가면서 보이는 바다가 좋고, 간이역이 좋고, 단선인 철로 때문에 마주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떠나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렇게 좋은 동해남부선에 나지막히 앉아 있는 월내로 떠난다. 월내의 골목 여행은 역전에서부터 시작이다. 바다앞에 자리한 월내역은 어린시절 파래와 게를 잡으러 다니던 일광역이(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생각나는 곳이다. 월내역을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시골 간이역치곤(그래도 행정구역상 부산이다) 넓은 광장과 그 속에 자리한 자그만 공간들(역전다방, .. 더보기
신선이 된 마을_ 호포2반 새마을 금곡동에 살던 시절이었다. 시내에서 지인들과 기분 좋게 한잔 하고 늦은밤 지하철을 탈 때면 당시 종점이었던 호포역에서 내리기 일쑤였다. 비몽사몽 내린 역사에 털썩 주저 앉아 반대편 열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서서히 술이 깨곤 했다. 그리고 그 밤에도 쉼 없이 흐르던 낙동강과 땅위의 별처럼 반짝이던 김해평야의 불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술마신 날의 호사였다.오픈된 지상역인 호포역은, 뒤로는 금정산 앞으로는 낙동강과 김해평야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화창한 날은 화창한 대로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알고 일찍부터 터를 잡고 살던 이들이 있었다. 호포 지하철 차량기지가 생기기전 이곳에 있던 호포2반 마을이다. 지금은.. 더보기
미로같은 골목과 고기잡는 부산항의 추억 한때 배를 타고 남항을 통해 부산으로 드나들던 적이 있다.그 시절 공동어시장 넘어 보이던 산동네 마을이 먼 바다에 나갔다 들어오는 뱃사람들을 포근히 앉아 주는 느낌 이었다. 그 동네가 남부민동이다.초량동과 수정동이 상선을 중심으로 한 부두 하역노동자들의 동네라면 남부민동은 어선을 중심으로 한 선원과 수산물 판매상 그리고 어구 제작소의 동네다.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있는 골목과 어선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된 삶이 곳곳에 묻어있는 남부민동 골목 속으로 스며든다. 보통 미로 하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온 그런 미로를 생각한다. 그런데 남부민동은 살아 있는 미로, 삶의 공간 자체가 미로인 곳이다. 좁고 작은 골목들이 끊어질듯 이어지고, 좁은 길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빛이 골목안까지 .. 더보기
'골목마실'로 다시 연재를 준비하며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골목으로 떠나는 일상 여행기 '그 골목 아나?'가 '골목마실'로 새롭게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싹 4월호를 기다려주세요. ^_^ 더보기
그 골목 아나? #1 - 온천장 온천골목 지옥탕이라는 그림책을 얼마 전에 본적이 있다. 어린 시절 끔찍하게 가기 싫었던 목욕탕의 추억을 지은이는 지옥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낸 책 이었는데 보면서 한참 웃었더랬다. 왜냐하면 나와 어쩜 그리도 같은 경험들을 했는지 그 공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런 내 기억속에 조금은 다른 목욕 경험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온가족이 함께 목욕을 하던 특별한 날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온천이 있다. 유명한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백암온천 등. 그런데 그런 온천은 모두 앞에 oo온천처럼 고유명칭이 붙고 뒤에 온천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런데 부산의 온천장은 그런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온천에서 목욕할 수 있게 설비가 된 장소'라는 뜻의 '온천장'이 동네 이름이다. 옛부터 얼마나 온천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