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Ra~♪ Ra~♪'
전화벨이 울린다.
진작부터 오륜동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던 승훈씨다.
'하하하하"
미안한 마음에 헛 웃음만 나온다.
그래 이번엔 정말 다녀와야지.
상현마을과 같이 회동수원지 곁에 있지만 오륜마을은 가본적이 없다.
구서동 금정문화회관 뒷길을 지나 부산카톨릭대학을 지나 나타난 검은 터널.
지난번 호포2반 새마을(호포2반새마을 기사보기)에 들어서기전 딱 그 느낌이다.
터널을 벗어나자 이어지는 낯선 풍경.
시외의 한적한 시골로 들어설때의 풍경이다.
예전 철마가는 길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을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회동수원지.
미나리를 한창 수확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과 어우려져 더 고즈넉해 보인다.
이곳 오륜마을은 마을주민 대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원지 조성사업으로 마을이 물에 잠기고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그들의 삶을 지탱해오던 생활방식도 바뀌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식당.
그들의 일터다.
이주 후 아주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골목은 쓸쓸해 보인다.
자신들의 삶에 이야기와 흔적들로 꾹꾹 눌러진 담과 길이 아니라 외지인들의
발길이 머물때 활기를 찾는 그런 골목이기 때문일까.
마찬가지로 외지인들로 가득찰때 비로서 생명력을 뿜어내는 오륜동의 집들.
하지만 오래된 집들인 만큼 얽힌 이야기도 많을터 그 이야기들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그런 이야기들을 마구마구 끄집어 내고 싶지만
손님이 아닌 객(客)으로 툇마루에 걸터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집 마당에 심어놓은 감나무가 이제는 그집(식당)의 간판이 되어 버린 곳,
다소 난감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제실(祭室),
집 뒷켠 조그만 땅에 자리한 작은 미나리꽝,
가게에 들린 손님들이 꼬아 놓고 간 빠삐코, 안성탕면 새끼줄.
찬찬히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재미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전망대 가는길도 물어 볼겸 가게 평상에 앉아계신 할아버지께 말을 건네 본다.
'할아버지 전망대 가는 길이 어댑니까?'
다소 귀찮아 하며
'저기 기와집 옆으로 난길 따라 올라가면돼요.'
'그라고 저짝에 시멘트로 만든 이씨 집안 제실있던데 그그는 언제 진 깁니까?'
'아 그거. 그거는 예전에 신식으로 짓는다고 그래 지었지'
신식? 지금의 신식은 아닌것 같고,아마도 60~70년대 한창 산업화 진행되며 여기저기 공구리 칠때 신식이라고 같이 저렇게 지었나보다.
'그라면 여는 인천 이씨, 김해김씨 그라고 저짝에 송씨 집안 무덤 있던데 송씨 그렇게 3성씨가 주로 모여 살았습니꺼?'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도 많코.'
'아~네.'
'그라고 이기(회동수원지) 왜정때부터 판기라. 우리 마을도 원래는 저아래(물속)있었지.'
그리곤 한참을 수원지를 바라보는 할버지의 눈에는 겹겹의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실향의 아픔이 반사 되어 보인다.
할아버지가 일러준 길을 따라 산길을 올라 갑니다.
간만의 산행이라 조그만 동네 뒷산도 힘겹기만 하네요.
'골목마실인데 내가 왜 산을 타고 있지?
이런건 [등산이 좋아]라는 신규 코너가 생기면 넘겨야 겠어.'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오니 오길 잘했다 싶네요.
오륜마을은 마치 섬 같습니다.
개발에 밀려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 만 했던 그들의 삶이 섬이고
이렇게 지형적으로도 육지속 섬입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센텀의 고층빌딩들 너머로 해운대 바다가 보입니다.
쓸쓸해 보이던 육지속 섬마을이 바다를 만들어내는 시작점으로 보입니다.
산길을 내려오며 도시속 섬이여야만 했던 그들의 삶이
사실은 도시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늘 그렇듯 시작점은 활기차고 생명력으로 넘쳐납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륜마을도
오랫동안 입어온 쓸쓸함과 외로움의 외투를 벗고
따스한 햇살을 받아 자신들의 삶에 이야기로 넘쳐나는 동네가 되길 바래봅니다.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이모작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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