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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호상/[ 빠쓰정류장 ] 장편 연재 소설

長篇小說 '빠쓰 정류장' - <제20화> 거기

 

 

 

                                                       

 

 

 

 

19.

거기

 

 

 

 

 

너무 오래 서 있던 눈사람처럼 그의 가운은 때에 절어 있었다. 분홍색 캐리어 안에서 뭉텅이 약봉지들을 찾아냈을 때, 그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졌다. 병원에 전화를 넣었던 건지, 두꺼운 차트를 가지고 들어오는 그의 손은 묵직했다. 문 밖에 쌓인 흰 눈의 사정이야 모르겠는 듯,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 종양이 시신경을 눌러서 앞도 잘 안 보이고 그랬을 텐데, 모르셨어요? 항암치료를 받던 중이라서 구토도 심했을 텐데…….

몰랐다는 건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암 병동, 그는 분명 그 곳의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그는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구토를 하며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몰랐다면 이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래 그토록 이기적인 것이 사는 일이다, 라는 핑계를 떠올리더라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트를 뒤적이던 의사는 대답을 기다리며 남편과 나를 바라봤다. 고개라도 끄덕여주기를 바라는 거겠지만, 나는 꿈속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갑작스런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 이러시면 안 되죠. 의사가 무슨 유치원 선생입니까? 말 안 듣는 아이들 가르치듯 약 먹이고 치료하고. 그러는 게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 타이르고 호통치고 그래야하는 거냐고요? , !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유치원 선생 같은 게 아니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지만, 나와 남편은 영락없이 야단이라도 맞고 있는 꼴이었다.

- 호르몬 주사 같은 거 맞은 건 아니죠? 그러면 정말 큰일 납니다. 가뜩이나 그 동안 멋대로 아무데서나 호르몬 약 먹고 주사 맞은 게 온 몸의 면역체계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항암제도 제대로 듣지 않고 지금 무방비로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데, 거기다가 호르몬 주사 맞겠다는 건 자살이죠, 자살.

들고 있던 차트를 던졌는데, 쾅 소리가 났다. 겨우 종이 몇 장이 책상 위에 부딪히는 소리였는데, 그건 천둥처럼 세상을 흔들었다.

- 호르몬주사가 무슨 보톡스인 줄 알아요? 남자가 여성호르몬을 맞는다는 건 여자가 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알아요?

두꺼운 차트 위를 두드리는 그의 손은 어떤 판결을 내리는 심판관 같았다.

- 어쨌든 지금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깨어나시면 빨리 원래 치료받던 병원으로 옮기셔서 거기서 입원하고 해결하시는 게 낫습니다. 여기서는 안돼요. 몸을 저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나 참!

- 그래도, 여기서 며칠 입원을 하는 게…….

믿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입이 열리지 않는데, 오히려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 입원이요? 저희는 저런 환자 받을 수 없어요. 어디에 입원시킵니까? 남자병동에 입원시켜요? 여자병동에 입원시킵니까? 그렇다고 특실을 쓰실 건 아니잖아요?

- 그래도, 겉모습이 좀 그래도, 어쨌든 여잔데옛날이야 어쨌든 수술을 했으니까 당연히 여자병동에…….

웬일인지 따지듯 남편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의사는 벌떡 일어나며 그의 말을 잘랐다.

- 가슴수술만 했으면 답니까? 지금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아서 나머지 다른 부분은 다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고요. 지금 저 사람의 상태는 가슴만 있다 뿐이지, 보통 남자들하고 다를 게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여자들하고 같이 입원실을 씁니까?

영문을 모르겠는 우리는 서로 멍하니 쳐다봤다.

- 도대체 아는 게 뭐요?

회초리라도 맞는 듯 온몸이 찌릿 했다.

- 저 사람 지금은 치마만 입은 남자라고요. 성기 수술은 안 했어요. 지금은 비뇨기과 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당신이나 나 같은 멀쩡한 남자라고요. 알아요? 도대체 당신들은 뭘 아는 거요? 저 사람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있어요? , !

의사는 더 이상 쓸모없는 이야기라는 듯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이름도, 나이도.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그런 몸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나와 남편은 반성문이라도 써야할 것처럼 물끄러미 그 자리에 그대로 섰을 뿐이었다.

 

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외모와 차림새로 겨우 간호사와 통화가 되었지만, 그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 하나를 가르쳐 주었을 뿐, 모르기는 우리와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가르쳐 준 이름의 남자는 병원 원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충주에 작은 마을에 늙은 홀어머니를 두고 사는 서른 중반의 남자라고 했다. 그녀는 분명 그가 맞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었고, 나는 자꾸 리브의 외모와 그의 아버지와 그의 나이 등등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녀와 나는 서로가 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믿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도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남편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그를 믿거나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는 사기라도 당한 피해자인 것처럼 어이없어 했다. 나도 기분이 이상하기는 했다. ‘동성(同性)’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성(異性)’은 아니겠구나, 하는 안도감은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은 배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 근처인 것은 확실했다.

남편은 이제 돌아가자고 했다. 더 이상 그런 놈 곁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잘 되었다, 그는 속 시원히 손이라도 탈탈 털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멍청하기만 했다. 환청처럼 어디선가 리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듯 했다. ‘언니는 이 현실을 믿어?’ 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

- 뭔데?

남편은 이제 거의 따지듯 물었다.

- 당신이 그 놈한테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미련을 갖는 이유가 뭔데?

눈썹이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차근차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에게서 두려움 같은 것이 사라졌던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남편은 모를 것이다. 그는 눈썹을 그리지 않는 사람, 그런 그에게는 처음부터 눈썹을 그리는 법 같은 것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 그런 거 없어. 이유 같은 거.

- 가족들한테 연락도 해봤다면서?

간호사가 알려준 집에 전화를 넣기는 했다. 건너편에서 들려온 노파의 목소리는 너무 노쇠해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어떻게 해도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지 않는 말. 그래서 그렇게 리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던 것일까.

-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아냐?

- 연락이 되기는 했는데…….

그 다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이런 현실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에 자꾸 말을 잃었다.

- 했는데?

따져 묻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모두 다 알고 있는 그의 눈빛은 어쩐지 징그러웠다.

- 당신 또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지?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해도 겨우 몇 달이나 더 살지 모르는 그런 삶을 그렇게 킬킬거리며 낭비했던 저 놈한테, 불쌍하다, 안쓰럽다, 뭐 그런 이야기를 갖다 붙이려는 거지, 지금?

- 아냐, 그런 거.

고개를 끄덕인 적도 없는데 나는 어느새 내 발밑을 내려 보고 있었다.

- 그럼 이렇게 여기 있을 이유 같은 건 없지. 간호사들한테 보호자 연락처 넘겨주고, 우리는 우리 갈 길 가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계산을 끝마친 사람처럼 남편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 그래, 뭐 저 놈아니, 그게 저 사람 사는 방식이라고 해두지. 아니, 그게 저 사람 죽는 방식이라고 해두자고. 그러니까 그건 어차피 우리랑은 전혀 다른 거 아니야, 그치? 당신 저 사람 삶을 이해할 수 있어?

이번에도 그의 물음은 내 대답을 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 난 못해. 그 따위 거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물론 저 사람이 우리들 사는 방식 같은 거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러면 이렇게 자꾸 엮일 이유 같은 건 없지, 안 그래?

이번에도 대답이 필요 없는 물음. 물끄러미 그를 올려봤다. 이제는 더 이상 예뻐지지 않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 가족들까지 모두 등지고 저 꼴로 살아가는 놈이, 자기를 버린 엄마 하나 찾아보겠다고 죽는 날까지 당겨가며 헤매고 있는 당신을 이해하겠어? 지푸라기라도 잡듯 가족이라는 이름을 찾아서 온 나라를 구석구석 뒤지고 있는 당신이나 내 처지를 손톱만큼이나 이해할 거냐고?

울컥 뜨거운 것이 치밀고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이 슬픔인지, 억울함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저 자식, 당신 속였잖아? 아까 그 의사 말대로 당신 저 자식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도 없잖아? 저 놈이 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다 거짓말이었잖아? 이제 어떡할 거야?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저 놈조차도 우리를 믿지 못하고 입을 벌리면 거짓말만 해댄 꼴인데, 우리가 도대체 여기 이러고 있어야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 거냐고?

모른다.’라는 말은 힘이 없는 말인 줄 알았는데, 나는 어느새 남편의 손에 이끌려 일어서고 있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응급실에 누워 있을 그가 떠올랐지만, 누군가 다가와 누구세요?’ 묻는다면 할 말이 없었다. 처음부터 나는 그를 몰랐고, 그도 나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남편은 빨간 줄이 그어진 지도와 표 두 장을 들고 나타났다. 원래대로 강릉 쪽으로 나아가 다시 그 곳에서 계획을 짜자고 말했다. 그 곳은 강원도 곳곳의 터미널을 들어가는 버스들이 있을 테니, 훨씬 수월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였다. 천장이 높은 대합실 쪽을 자꾸 바라보았던 것은 지금이라도 가방을 끌며 리브가 나타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눈치 챘는지 남편은 억지로 내 팔뚝을 끌어 버스에 실었다. 짐짝처럼 좌석에 앉았지만, 승객도 없는 넓은 좌석이 내게는 그저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버스는 새까만 산길을 느릿느릿 달렸다. 완행버스였는지, 찔끔거리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버스는 또 다른 정차장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 미탄 내리세요. 미탄이요.

버스 문이 열렸지만, 올라온 것은 차가운 냉기였다. 화장실이라도 가려는지 운전기사는 버스 밖으로 내려섰고, 갑자기 고요해진 사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도로 옆에 세워진 작은 건물들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까만 산들이 병풍처럼 낮은 정류장을 둘러싸고 있었고,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처럼 건물들은 터미널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그 한 가운데 불쑥 솟은 것이 보였다. 때 마침 매표소 건물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와, 그것 위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냈다.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녹이 슨 그것을 빗자루로 쓱쓱 쓸어내렸다.

- 왜 그래?

어느새 나는 버스 계단을 내려서고 있었다. 남편이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종종거리며 뛰던 내 울음소리 말고는, 엄마를 찾아 뛰던 내 울음소리 말고는.

- 왜 그래, 여기야? 당신이 찾는 데가 여기야?

시간의 굴 앞에 서 있는 듯 망설이고 있는 내게 남편이 다그쳤다. 그러나 두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운 산 속의 눈바람만이 물기어린 두 볼을 마구 긁어내렸다. 누군가 시간의 연필로 녹이 슨 간판 옆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끼익끼익 돌아가던 입간판 곁에 잠이 들었던 내 모습. 당장이라도 고개를 들어, 내게 달려올 것만 같은 그 모습. ‘엄마!’하고 부르며 내 품에 안길 그 모습. 따르릉 따르릉 시간의 굴을 통과한 자전거 하나가 나를 지나쳐 어린 내 앞을 지나갔고, 내게 손가락을 물렸던 군복을 입은 남자가 돌아서고 있었다.

왈칵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을 가렸다. 여기다, 바로 여기다. 그런 확신이 거짓말처럼 새겨지자 눈물은 쉼 없이 흘러내렸다. 조금씩, 조금씩 입간판 쪽으로 다가갔다. 입간판 위에 글자들이 조금씩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 삶의 희망과 절망이 모두 시작되었던 바로 그 곳. 새로운 내 삶이 시작되었던 바로 여기. 실은 나 자신도 믿지 못했던 그 곳. ‘빠쓰 정류장.’ 끝내 나는 돌아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거기에. 그런데 순간 돌부리에 걸린 듯 두 발이 멈췄다. 울먹이던 입이 벌어졌다. 숨이 턱 막혔다.

- 왜 그래?

입간판을 쓸어내리던 여자가 흘끔 내 쪽을 봤다. 그녀의 손에 드러난 입간판 위에 글자들이 너무도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그 글자들은 꿈틀거리며 더욱 커졌다.

 

버쓰 정류장.’

 

순식간에 귓전을 가득 채우던 울음소리가 지워졌다. 입간판 위에 그려졌던 내 어린 모습도 사라졌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건물들도 어느새 등을 돌리고 있었고, 나를 지나쳐가던 노인의 자전거도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내게 손가락을 물렸던 군복을 입은 남자는 그 손가락을 들어, 내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 뭐야? 맞아? 여기가 맞는 거야?

남편은 내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른다. 모르겠다. 여기가 거기인지, 내가 찾던 거기인지. 얼음처럼 내 몸은, 내 생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왜 대답을 못해? 아냐? 아닌 거야?

남편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 , 혹시 안미옥이라는 사람 모르세요?

안에서 들린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다시 뛰쳐나왔다. 그리고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 다른 노인에게도 소리를 질렀다.

- 혹시, 안미옥이라는 사람 모르세요?

눈길에 푹푹 빠지며 그는 성큼성큼 이쪽저쪽 길 위를 마구 뛰어다녔다. 아무데나 열어젖혀 소리를 질렀다. 있는 힘을 다 해, 좁은 정류장 안을 비틀거리며 뛰었다. 가게마다 보는 사람마다 안미옥이라는 이름을 외쳐 불렀다. 몇몇은 고개를 젓거나 무작정 소리를 지르는 그가 무서워 도망을 치기도 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곳이 그 곳인지, 내가 그토록 가 닿고 싶어 하던 거기인지.

- 안미옥이요, 안미옥!

- 아이고, 저 아저씨 피 나네.

갑작스런 소란에 문을 열어보던 여자가 남편을 가리켰다.

- 아이고, 아저씨 피 나요, !

휘청거리며 남편이 물러섰다. 그리고 여자가 가리킨 자신의 다리를 내려 보았다. 허벅지 한 가운데서 척척하게 피가 배고 있었다. 그의 바짓단 아래로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남편은 그제야 허벅지를 움켜쥐었지만, 피를 머금은 스펀지처럼 그의 손에 빨간 피가 잔뜩 묻어났다. 나는 그제야 남편을 돌아봤다. 그는 휘청거리며 길 한가운데 주저앉았다. 그리고 찌그러진 그의 등 뒤로 겹겹이 겹쳐진 산등성이가 보였다. 약속이나 한 듯 그것들은 모두 새까맸다. 당연했다. 밤마다 모든 산들은 새까매진다.

<21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