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그 이상의 매력-탱고” 기사를 발행하고 2달이 지났다. 추천을 22분이 해주셨다. 인구 5천만 시대에 22분이 추천을 해주셨다. 더욱 분발하지 아니할 수 없다. (열..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오늘은 교수님 안경을 챙겨쓰고, 손에 막대기를 하나들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여자친구 있으신 남자 분들은 잘 한번 읽어보시길. 잘 사용하면 유식하다는 소리를, 잘 못해도 다식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데는 "라로사..땅고"라는 단체의 탱고강사 아릿다님이 도움을 주셨다.)
"탱고", 아니죠~ "땅고", 맞습니다~!
소사(SOSA)라는 공간에 탱고강습반 졸업공연을 보러 갔을 때 “아릿다”님을 알게되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분이 탱고를 “땅고”라고 자꾸 발음 하시는걸 듣고는 무슨 말인가 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바로 본고장의 발음이었던 것이었다.
탱고[tango]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Argentina, Buenos Aires]의 하층민 지역에서 생겨났다. 영어의 Tango[탱고]와 단어가 같지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에서는 Tango[탱고]를 Tango[땅고]로 발음한다. 이처럼 살사나 플라맹고 등 내가 알지 못하는 춤들의 다양한 기술적 용어가 스페인어 그 자체로 발음되거나, - 설령 각 나라의 말로 발음되더라도 - 그 어원을 따져보면 스페인어에서 유래된걸 보면, 확실히 스페인은 “춤과 정열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나라인 것 같다.
밀롱가, 땅께로스?
만약 당신이 뜬금없이 아르헨티나로 놀러가게 되었는데, 정통 땅고를 보지 않고 돌아온다면 아르헨티나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토에서 땅고를 구경하고 싶다면 택시를 타고, “기사님, ’밀롱가’로 가주세요. 오라이”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스페인어로 말해야한다.)
“밀롱가”는 땅고를 추는 공간을 말한다(다른 의미로 탱고음악의 뜻도 있음). 우리로 치면 무도장 같은 말인데, 그곳에 가면 “밀롱게로”와 “밀롱게라”가 있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로 치면 죽돌이, 죽순이를 말한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도 죽돌이와 죽순이만 있는것은 아니듯, 보통의 춤을 추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은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땅고를 추는 남성을 “땅께로”, 여성을 “땅께라”라고 하고, 이 모두를 아울러 땅고를 추는 사람을 “땅께로스(복수형)”라고 부른다.
파트너가 아니라 “뭔가”예요.
흔히들 땅고하면 파트너와 가지는 정신적 교감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맞는말도 아니다. 땅께로이신 아릿다님은 “교감하는 대상이 여자(이성으로서)가 아니라 그 뭔가예요.”라고 말한다. 땅께로는 파트너(여성으로서가 아님)와도 교감하지만 실제 집중하고 추구하는 대상은 그 어떤 뭔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땅고의 느낌이나 음악 자체가 될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땅고 강습을 받으러 오는 남성분들 중에는 여자를 꼬셔볼 불순한 마음으로 이 춤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진 대부분의 남자들은 1개월 보름 안에 다 떨어져 나간단다. 오히려 꾸준히 배우시는 분들은 음악이 좋아서인 분들이 많다.
존중과 배려, "아브라소"
다른 예술이 그렇듯 땅고에도 기술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은 기계적인 연습으로 마스터 될 수 있는 특정한 동작, 기술들을 말한다. 반면 감성적인 측면은 음악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를 뮤지컬리티라고 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에 다 베어들어 있는게 있는데, 바로 파트너에 대한 배려이다. 굳이 퍼센테이지로 나누자면 스킬은 30%이고, 70%는 "아브라소[Abrazo]"에 있다.
아브라소란 '껴안음', '포옹'의 뜻을 가졌지만 사실은 땅고 전반에 깔려있는 존중, 배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은 예를 들면 애기를 안는데 익숙하지 않은 남자가 애기를 불편하게 안아서 울리는것과, 애기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는 느낌으로 애기를 안고 있는것의 차이로 설명을 하면 될 것 같다. 아브라소가 안되는 사람들은 파트너를 불편하게, 심지어는 파트너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땅고에서는 일단 "셀위댄스?" 요청에 응하게 되면 좋든 싫든 한 파트너와 3곡 정도를 한 세트로 추는 룰이 있다. 아브라소가 안된다고 느끼는 파트너와 연달아 3곡을 함께 춘다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 안겪어본 사람은 모를거다.
이해를 돕자면, 오늘 처음 만난 남자가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제가 팔배게를 해드릴테니 잠깐 좀 주무시겠어요?"라고 우리에게 물어온다 치자. 마침 잠도 오는데 잘됐다싶어 흔쾌히 함께 누웠다. 그런데 머리에 남자의 가녀린 팔의 딱딱한 뼈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머리에 쥐가 내리기 시작한다. 잠은 안오고 덥고 짜증나는데 실례가 될까 해서 말도 못하고 쩔쩔매는 그런 상황. 이게 아브라소가 안되는 파트너와 연달아 3곡을 춰야하는 파트너의 고역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딴따와 꼬르띠나
이제 당신이 밀롱가에 도착했다고 생각해보자. 귓가에는 4분의 4박자 음악이 잔잔하게 들린다. 앉아서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음악이 끝나버린것도 몰랐다. 정적이 흐르는 중에 갑자기 옆에 있던 외국인이 당신 앞으로 걸어와 멈춰서더니, 한손을 내밀며 함께 춤추자고 요청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아직 땅고 강습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당황해야만 하는걸까?
밀롱가에서는 한곡당 3분가량의 땅고 음악이 나온다. 보통 3, 4곡 정도의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묶어 연달아 내보내는데, 이 비슷한 곡들을 한 세트로 묶어서 "딴따"라고 부른다. 한 “딴따”가 끝나면 잠깐 분위기가 전환되어 탱고와 별로 관계가 없는 음악으로 “꼬르띠나”를 알리는 쉬는 타임이 있다. 이 시간이 파트너를 체인지 하는 타임이다. 위에서 말한 외국인은 이 시간을 이용해 우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여성분들이라면 지레 겁먹지 말고 요청에 한번 응해보시기 바란다. 땅고는 남성은 리드하고, 여성은 팔로우[follow]하는 춤이라 여성은 그렇게 잘추지 못해도 남자만 믿고 가면 어느정도는 즐길 수 있는 춤이다.
반면 남성분들은 그 역할 때문에라도 땅고를 전혀 모른다면 그냥 앉아 계시는게 좋을거다. 물론 아르헨티나에서 여성에게 춤추자는 요청을 받을일은 없을거다. 그것은 당신이 못생겨서가 아니다. 단지 본토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춤추자고 요청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여성이 그 마음까지도 표현할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여성이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당신에게 적극적인 눈빛을 보낼거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모르겠으면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외면하면 된다.
잠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땅고에는 한 파트너와 3곡 정도 함께 추는 룰이 있다. 음악을 한 세트로 묶는 이유는 새로운 파트너와 친밀감을 느끼도록 하는 배려이다. 이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와 어떻게든 한 세트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불편함도 분명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파트너가 싫어도 바로 돌직구를 던지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의 배려가 더욱 두드러지는 부면이다. 반대로 파트너가 너무 마음에 들고 멋있더라도 일단 한 세트를 마무리 했으면 인사를 하고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동일한 분에게 새로 신청을 하던지, 아니면 다른 파트너에게 신청하면 된다. 물론 우리는 어색하니깐 다시 자리로 돌아가야겠지.
- 즉흥적이고 창조적인 춤
땅고는 정해진 루틴이나 스텝이 없는 춤이다. 즉흥적인 춤이라 스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즉석에서 스텝이나 동작이 이루어야 한다. 이 주어진 자유에는 처음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자신의 생각과는 별개로, 만나는 파트너의 상태에 따라, 같은 플로어에 있는 다른 커플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주는 분위기나 흐르고 있는 음악에 따라 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춤을 추기는 정말 어렵다. 어디로 갈지, 어떤 스텝을 할지 매순간 결정해야 춤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처음 땅고를 접하게 되면 누가 던져 놓은 자루마냥 플로어에 덩그러니 서 있게 된다. 주체할 수 없는 자유는 버거울 때가 있다. 땅고에 주어진 자유의 매력을 만끽하기까지 오랜 시간 단련을 통해 익혀야 할 과정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는 쉽게 찾아오는 자유는 아니며, 수련하듯 연습을 통해 누리게 되는 자유이다.
아릿다님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자신도 모르는 어떤 움직임을 하게하고 여기서 춤추는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수도 있지만, 한 블로거는 그것을 오르가즘에 비유하기도 한다. 춤 하나 추면서 이런 느낌을 가진다라... 선뜻 이해가 안될수도 있겠지만, 이것을 부정하고 싶다면 일단 땅고를 한번 진득하게 배워보라. 그때도 과연 당신이 부정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참고 : [라로사...땅고] 아릿다님(http://cafe.daum.net/larosa)
탱고-강렬하고 아름다운 매혹의 춤 - 살림지식총서 313, 배수경, 2007, ㈜살림출판사
바싹기자: 정종우 zaqmk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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