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삼촌이 많은 동네를 꿈꾸다
- 화가공동체 민들레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화가 공동체
화가공동체 민들레. 금정초등학교 인근을 산책하는데 특이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상업적 간판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생뚱맞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니. 여름 밤 산책에서 생긴 궁금함을 못 이기고 다음 지나는 길에 찾아갔었다. 돈 없어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그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소를 내어주고 그림을 가르쳐주거나 공동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커다란 마음의 병도 없다. 게다가 그런 마음의 병을 혼자 앓으며 끙끙거린다면 그만큼 외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곳 민들레에서는 그림에 열정을 가져봤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 공간이 없거나 배울 곳이 없어서 포기하지 않도록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무료로 그림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외로움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혼자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간판에 ‘공동체’라고 새겨 넣은 이유다.
민들레 삼촌들의 시선
그래서 그런지 대표를 비롯한 이곳의 작가들은 흔히 그림 그리는 사람 하면 떠오르는 괴팍한 천재의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마음씨 좋고 인상 푸근한 동네 오빠나 삼촌 같다. 하기야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가르쳐주는 것이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공간을 쓰면서 창작활동을 해간다는 것 자체가 성격 괴팍한 사람들이 하기 힘든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인지 민들레의 작가들은 개인의 창작활동 뿐만 아니라 공공적 성격을 지닌 예술 활동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벌써 네 번째 전시 Story in art 展까지 문화매개공간 쌈, 남포동 줌인 갤러리 등 다양한 곳에서 열렸다. 2010년 10월에 만들어진 단체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 만큼 그림으로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열정이 큰 것이리라. 작품 전시 뿐 아니라 온천천 문화살롱에서 “온천천 캔버스”, “레알 ART 콩깍지” 등 재밌는 발상으로 시민과 교류하는 예술프로그램도 진행했고, 부전시장을 문화시장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장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또 중구청에서 개최한 "거리 갤러리 미술제"에 참가해서 남포동 거리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을 그렸다.
남포동 광복로 쌈지골목길에 화가공동체 민들레가 그린 벽화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leearum91?Redirect=Log&logNo=140157256580>
예술가들의 시선이 내부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노력은 “민들레북스”라는 출판사를 통해 동화작가들을 발굴해 전자출판을 하고 있고, 온천천이나 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부산대 북스리브로 3층) 자유크로키 모임을 열어 다양한 사람이 참여도록 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이런 활동들에 열정을 쏟는 그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민들레 자유크로키 모임 모습
예술가 이모삼촌들이 많은 사회를 기대한다
지나다니다 보면 입시관련 학원이 참 많다. 그 입시 학원들의 간판을 보다보면 청소년들이 얼마나 숨이 막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그 학원들의 수만큼 민들레의 화가들처럼 예술적 재능과 선한 마음을 지닌 삼촌 이모가 많은 동네가 되면 어떨까. 공부만이 아니라 예술적 감수성과 열정,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롤모델이 많은 것이 그 어떤 정책보다 더 큰 교육적 자산이지 않을까. 내 주변에 서로를 품고 격려하면서 무료로 재능을 나눌 줄도 아는 품이 넉넉한 민들레 같은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위안이 되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다양한 활동이 기대되는 만큼 오래 민들레의 소식이 날아들기를 바래본다.
by 씨부렁 박
motwjm@naver.com
* 이 글은 금정구 블로그에 게시된 글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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