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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내용만 봐라 ] 비평

번갯불에 콩볶을라믄 마 저거들이 하지

 


 

글. 친절한 지선씨

  야. 요새 편지 뜸했제? 시험도 치고 방학은 됐는데 내내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이제 정신이 좀 들라하니 벌써 개강이 코앞이네. 그래도 방학이라고 맹탕 놀기만 한 거는 아니다.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농촌 마을 문화 활동가 교육 캠프에 갔다이가. 거서 문화 활동가들이 농어촌의 문화나 사람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하는지 알려 주더라꼬. 어떤 일을 하는 기 농어촌에 좋은 지 기획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벌벌 떨며 발표도 하고 했다이가. 내용이 좋으면 실제로 해볼 수 있게 지원금도 주는 그런 캠프였다니까. 가니까 공짜로 밥도 주고, 에어컨도 틀어주고, 좋은 강의도 하고 참 좋데.

  강의 내용 중에 와 닿는 것들이 많았거든. 문화 활동하는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문화를 ‘심는다’고 생각하믄 안된다 카더라꼬. 가서 고마 공연하고, 전시하고, 교육프로그램 만들고 하는 게 중요한 기 아이고, 거서 살고 있는 할매 할배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기 중요하다꼬. 그러기 위해서는 할매, 할배들 인생에 녹아들어가 친해지기도 하고 마음을 얻아야 한다 안 하나? 그랄라믄 많은 사람들, 넓은 지역이 아니라 적은 사람들, 작은 지역에 먼저 녹아들어야 안되겠나. 마음도 트고 같이 일도 만들라믄 당연히 그래해야 할 거 아니가?

  우리 팀도 지원에 뽑히가 요즘 할매 할배들 보러 자주 가거든. 그래 자주 보고 믿음도 얻고 이야기들 모아가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책도 만들고 할라 하니 “고생한 이야기 들어 뭐 할라꼬?”하신다니까. 그렇게 고생한 이야기들이 동네 역사고 바로 마을의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안그렇나? 그래도 한 번씩 갈 때마다 조금씩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주시더라꼬. 이래 하다 우리같은 젊은 놈들이 오가서 마을에 조금이라도 생기가 돈다면 좋은 일일끼고. 할매, 할배들도 자기 이야기와 자기가 평생 발을 붙이고 살아온 마을이 사진이든 이야기로 정리되고 하면 더 애착을 느끼지 않겠나?

  캠프 가서 좋은 이야기도 듣고 실제로 할매 할배들을 만날 기회도 얻고 했는데, 좀 아쉬운 게 있더라. 말문도 트고 마음도 트고 할라믄 자주 오가고 준비도 해야 돼서 시간이든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다이가. 근데 돈은 조금 지원해주면서 석달 동안 해가지고 성과를 내라 안하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면서 이 일이 끝나도 계속될 수 있고로 결과를 만들라 하니 어이가 없는 기라.

  관심이 있어서 하는 거지만 그건 아니지 싶다. 목표를 그래 거창하게 잡을 거 같으믄 준비도 오래 하고, 기간도 길게 생각하는 기 당연한 거 아이가. 우리한테는 가치도 담고, 우리가 빠져도 꾸준히 지속되는 농어촌의 문화를 만들라 하믄서 고작 3, 4개월 만에 뽕을 뽑을라고 하니 완전 도둑놈 심보 아닌가 싶다. 문화라는 기 그런기가. 이래 저래 다 해보고, 꾸준하게 만나가야 변화가 있든 성과가 있든 할긴데 말이다. 가만 보믄 요런 사업 맡긴 사람들이 더 농어촌 문화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문화’ 자체를 포크레인 가져가가 한 몇 개월 지랄 떨면 뚝딱 뭐 하나 나오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거는 아닌가 모르겠다. 

  그랄 것 같으믄 저거가 직접 다하지 뭐할라고 이래 캠프같은 거로 하노. 젊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실험해보라꼬 하는 거 아니믄 말이다. 실험을 잘하도록 신경쓰면서 도와주는 기 아니고 단기간에 결과 뽑을 생각하는 거 보니 덜됐다 덜됐어. 뽑힌 팀 중에 이미 다른 사업 돌아가고 있는 마을에 숟가락만 얹는 것을 보니 더 그렇다. 캠프를 하고 나믄 얼마나 참신하고 생각 똑바로 박힌 내용이냐를 봐야지 결과 뽑아내기 좋은 거 할 거 같으믄 뭐할라 실컷 교육하고 했나 모르겄다. 애나 그란다고 당신들 생각하는 것 맹키로 지속적인 사업성과 그런 기 나올 줄 아나. 요런 거를 준비한 사람들이 ‘문화’를 보는 수준이 요래밖에 안되는데 지속은 무슨 공동체나 더 안 나빠지고로 조심들 해야 할끼라. 이 사람들아!

  우째 그럴듯해보이는 일도 안에서 보믄 요래 구멍들이 많다. 우리는 요래 살지 말자. 거창한 거에 목메지 말고 할 수 있는 거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필요한 사람들 잘 맞춰가면서 그래 해야 실패를 해도 남는 기 있는거 아니겄나.


  또 하다 보니 열불 났네. 나는 요래 여름 보냈는데 니는 어떻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