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친절한 지선씨
가끔 예술하는 사람들을 지 좋아서 하는 거니 가난도 지 몫이라거나 등따시고 배부르니까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니는 그래 생각 안하제? 내 주변엔 배불러서 하는 사람들 보다, 배고파도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니 혹시 작년에 최고은 작가의 죽음 기억나나? 병이 있었는데 생활고에 짜쳐서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았다데. 젊고 재능 있는 시나리오 작간데, 무슨 생 날벼락이고. 길거리 공연 하는 사람들도 크게 다를 것은 없지 싶다. 예술가들은 자기 음악 들려주니까 좋고, 시민들도 즐거우니까 좋은데, 정작 본인한테는 수익이 거의 없는 거지. 연습한다고 시간 쓰고, 또 거리에서 사람들 즐겁게 해주느라 땀을 흘려도 돈 한 푼 안나오면 뭐 먹고 살겠노. 그러니 야들이 예술을 전업으로 해서는 먹고 사는 거는 하늘의 별따기지. 활동은 계속 하고 싶지, 그러니 알바를 해가믄서라도 버팅기고 있는 기라. 왜 이래 예술 하는 사람들은 묵고 사는 게 힘이 드노?
한국은 예술 문화인들에 대한 사회 보장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 없이 딸린다 카데. 유럽의 독일은 뭐시기 KSK라는 예술인사회보장금고라카는 기 있어 예술가들이 남들보다 적은 돈을 내게 하고 최저 생활을 보장해준다카고. 또 프랑스는 앵테르미땅이라꼬 해서 실업급여 조건을 낮춰 준다는데. 근데 한국에서는 제대로 반영된 정책이 없다가 작년에 막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는데 늦어도 한참 늦어. 그 동안에는 예술이 얼매나 중요한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해본 거 아니겠나.
내는 예술가들이 만든 크고 작은 공연이나, 영화 보면서 스트레스 팍팍 풀거든. 예술하고 창작하는 사람들 없으면 나는 진짜 우울증 걸렸을 지도 모른다. 그뿐인지 아나. 지나가다가 보면 종종 독특한 카페, 간판, 벤치, 가로등부터 티셔츠 프린팅, 제품 로고까지 눈을 끄는 것들 있제? 그게 다 예술적 아이디어가 들어가서 그런 거 아니겠나. 이런 예술 덕분에 오감이 즐거워지고, 덜 지치고, 사는 것 같고 그런 거 아니겄나. 이런거를 부모도, 선생도, 공무원도 모르니 좋은 제도가 나올 리가 있겠나? 이런 세상에서 자라는 아들은 또 어떻겠노?
상황이 이래 돼버린 게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 못한 탓도 크지만, 예술인들이 그동안 지 활동하고 버틴다고 파편처럼 활동해왔던 것도 무시할 수 없제. 작업실에 틀어박히가 개인플레이하면 우째 사는지, 왜 예술이 중요한지 사람들이 알 수가 있겠나. 요즘 요래 각자 버티다가는 안되겠는 거를 느꼈는지 영화산업노조, 자립음악생산조합, 독립음악제작협회 등 예술인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많아지고 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분야별 단체니 전체 예술 문화인들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나.
이런 저런 반성에서인지 몰라도 부산의 문화, 예술인들 사이에도 분위기가 살살 바뀌고 있더라꼬. 최근 총선을 앞두고 문화예술 정책 아이디어 토론회가 두 차례 걸쳐서 있었거든. 토론회 이름도 예술가답게 1차는 “어제 제가 실수하지 않았나요?”고, 2차는 “예, 술 땡기네!”더라. 이 사람들은 모이도 그냥 안 모이는 모양이라. 술 담배 세금 감면하라는 얼척 없는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종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게 다른 토론회랑 완전 다르더라꼬.
여러 분야 예술인들이 와서 서로 우째 사는지 사정 이야기 나누고, 우짜면 좋을지 정책 아이디어도 짜내고. 알바 안하고도 작업에 전념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나, 예술인 복지가 다양한 예술인들에게 골고루 되야한다는 거는 예술인들이 먹고 사는 문제랑 바로 연결 되니까, 억수로 중요하겠더라. 직접 그런 고민하고 있는 예술가들한테서 들으니까 가슴에 팍팍 와닿데. 또 다른 것으로, 이런 모임이 더 발전해서 문화 예술인들의 네트워크나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있었거든. 그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싶다.
정책 아이디어 토론회는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열린 것이지만, 이게 좋은 시작이 안되겠나싶다. 혼자 이야기 하면 불평이거나 수다가 될 것도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이니까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게 보이더라고. 요래 잘 만들어 놓으면 당장 예술활동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예술활동을 하게 될 젊은 후배, 자식들에게도 좋은 세상 안되겠나.
친구야. 요새 들어, 니 생각이 억수로 난다. 대학생 때, 음악하겠다꼬 학교축제 때 노래도 해샀고, 거리 공연도 해샀더만, 직장생활 하면서 미련 남아 씁쓸해할 니 모습이 선하다. 니 같이 재능 있는 사람들이 꿈을 포기 안 해도 되는 세상이 빨리 되야 할낀데. 월급쟁이로 살아가나 예술하면서 살아가나, 술 땡기는 거는 똑같겄다. 그자? 언제 한 번 술 한잔 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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