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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내용만 봐라 ] 비평

아파야지 청춘이가?

글. 친절한 지선씨  

친구야! 내가 올 해 초에 서점에 들렀는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더라고. ‘청춘’이라는 소리에 귀가 쫑긋 했다이가. 이게 자기계발서인가 아인가 헷갈리기도 하고,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거금 14,000 원을 들여 샀다아이가. 카드도 아니고 현금으로 사면서 포인트도 안 받고 샀다니까.

근데 어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끼라고 서점에 들렀는데,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책이 베스트셀러라고 진열돼 있더라꼬. 그래서 올 초에 책 샀던 게 생각 안났겄나. 나도 읽긴 했지만 우째 이리 인기가 있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더라고. 그래 생각하믄 할수록 14,000원이 계속 뚜렷해지더라꼬. 연말이라고 여기 저기 모금하던데 거기다 줄꺼를. 니도 혹 볼 생각 하고 있으면 절대 사지마라. 아프느라 힘든 청춘인데 그거로 영양보충을 하든가 어데 기부를 하든가 해라. 꼭. 알긋제?

요새 한창 인기를 끄는 자기계발서들은 ‘실패란 없다’, ‘긍정적인 말에 미쳐라’, ‘셀프리더로 변화해라’ 등의 말들을 하더라꼬. 이 말 자체가 나쁠 거는 없어. 더 도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앞장서는 거 좋지. 근데 문제는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른 거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살기 참 힘든 세상 아니가. 취직 준비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취직하면 비정규직 아니드나? 또 비정규직이면, 다른 사람과 똑같이 일해도 기업이 힘들어지뿌면 나가야 되는 기라.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황이고 하니까 우리 청춘들이 공무원준비 고시준비에 목매는 거 아니긌나.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워서 백수로 지내는 이들이 태반이고, 취직해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거지.

요래 불안한 속에서 왜 자기최면을 걸라고 하는지 모르겄다. 모두가 사장님이 될라꼬 하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마 불안에 안 떨고 살만큼만 바라는데 일자리 자체가 모자란 거를 우짜라꼬. 요런 때에 실패도 없고, 긍정적인 말에 미치고, 셀프리더로 변해라꼬 하는 거는 엄살 피우지 말고 더해라꼬 하는 거 아니가. 방법이 잘 못됐거나 아직 모자라다꼬 하는 거지. 더 해서 니까지는 꼴인하든지, 남들과 다른 길을 될 때까지 걸어보라는거지. 두드리면 열릴 끼다. 열릴 때까지 두드린다면 말이지.

근데 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이런 자기계발서랑 다르다고 하더라꼬. 제목부터 달라. ‘아프니까’라는 말에서 이 시대가 청춘에게 녹녹치 않타는 거를 인정하는 거지. 글 쓴 교수가 자기가 다른 자기계발서들과는 달리 ‘청춘들의 영혼을 울리는 마음의 글, 그대들의 머릿속에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 같은 글’을 전해주고 싶다고 하데. 확실히 팍팍한 청춘들의 감성을 건드려주는 게 있는 모양이라. 이래 오래 베스트셀러가 되는거 보이.

그래도 내가 봤을 때는 아주 포장을 잘 한 자기계발서나 다름 없드라꼬. ‘스펙이 아닌 그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라’라고 하면서,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고, 자기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꼬 하데. 스펙에 연연연해 하지 말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웃기는 소리하지마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도대체 뭐고? 그것도 자신을 어떠한 존재로서 마케팅 해가꼬 사장님한테 팔라는 소리 아니가? 스펙 쌓아서 팔리는 거나, 뭐, 스토리로 자신을 꾸며서 파는 거나 그게 그거지 뭐. 우리, 청춘이 뭐 자동차냐, 핸드폰이냐, 컴퓨터더냐? 브랜드 가치 좋아하시네.

지는 왜 행정고시 준비하고, 소비자학과 교수가 되었는고. 무슨 이야기를 담을라고 그랬는고. 전공이 그래서그런지 소비 심리를 잘 아는 모냥이다. ‘공감’이라는 양념을 살짝 쳐가지고 수필도 아니고 별 다를 것 없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도 팔아 먹었네. 브랜드 가치 올리는 게 이런 식이라니까.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라고 했으면 지 이야기가 브랜드가 돼야할 꺼 아니가. 근데 이건 청춘들의 아픔을 지 브랜드로 끌어 쓴 거밖에 더 되나? 탄탄대로를 밟으신 양반께서 감히 아픈 청춘들에게 하는 말이 그냥 “계속 아파라. 내가 위로나 해줄게.”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거다. 청춘들이 계속 아파야 책도 잘 팔릴낀데 그자?

우리 개인들이 왜 그렇게 아프게 되었는지 전혀 말해주지 못한다는 거 아니겄나. 그기 소위 자기계발서가 가진 공통의 한계라. 청년의 아픔을 바탕에 깔고 있고, 스펙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노력이나 태도로 해쳐나가라 하는 순간 청년들의 아픔을 만들어내는 바늘의 실체는 사라지고 없는 기지. 그것은 진짜 아픈 우리들이 알아야 하는 문제인기라... 그러니 니 그 책 사볼라 했으면 14,000원 내 한테 밥사라 알긋제? 


참고 기사
http://web5.dailian.co.kr/news/news_view.htm?code=6&gubun=type_code&id=252994&page=4
http://bbs.moneta.co.kr/nbbs/bbs.normal1.qry.screen?p_bbs_id=N10584&p_message_id=13295371&service=stock&to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