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나라는 없다
글. 친절한 지선씨
친구에게
야. 니 애 돌봐봤나? 내 어제 막내 이모가 사촌 동생 맡기고 일보러 갔뿠거든. 잠시 봐주는 거고, 용돈 좀 준다카니까 좋다했지. 그냥 대충 놀아주면 되겠거니 했더만 그게 아니데. 말도 마라. 죽는 줄 알았다. 어찌나 울고 때를 쓰던지. 놀아달라고 보채고, 밥 안 먹겠다고 뻐팅기고, 엄마보고 싶다고 시도때도 없이 울고, 오줌싸가 귀저기 갈면 좀 있다 똥싸고, 잠은 또 우째 그래 안자는지…….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가 하루쟁일 전쟁아니었나.
내는 사촌 하나 보는데도 팔다리가 쑤시더만, 여러 아이들 데리고 하루 죙일 부대끼는 보육교사들은 우째 하는지 모르겠다. 밥 안 묵겠다는 애 달래가면서 밥 먹이고 있으면, 딴 데서는 즈그들끼리 싸워서 징징대고 있고. 또 실컷 애들 달래놓으면 옆에서 책상에 머리 찧고 난리도 아니라카데. 이러니까 점심시간 돼도 교사들은 애들 챙긴다꼬 제대로 점심도 못 챙겨 먹는다더라. 근데 웃기는 게 그것도 휴식시간이라고 임금도 안 쳐준단다. 밥은 밥대로 제대로 못 먹고, 쉬지도 못하고, 돈도 못 받고 완전 일석삼실인기라. 그렇다고 아침에 두끼를 먹고 올 수도 없고, 점심시간이라고 애들 내팽게칠 수도 없고 우짜란 말이고.
이래 힘들게 돈도 제대로 못받고 일하는데 어이없구로 하루아침에 나가라카는데도 있으니 우째야겠노. 부산 금정구청 어린이집에서 쌤이 1,2년 마다 하는 재계약에서 안 됐단다. 근데 그 쌤이 임신 8개월이었거든.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다카는데 부산시에서 성실하다꼬 표창장까지 받았고, 같이 일하던 딴 쌤들은 다 재계약 된 거 보믄 임신했다고 재계약 안한 거 아니겄나. 출산휴가 주기 번거롭고, 중간에 딴 쌤으로 교체 할라니 성가셨겠지. 자기 아이들을 돌봐주는 쌤들이 있어서 즈그들도 직장 나가가꼬 돈 벌고 할 수 있는 긴데 이래 짤라뿌노.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이 모양인데, 다른 어린이집은 어떻겠노?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인 내 친구들도 보면 임신하고 짤리는 일이 억수로 많데. 니 진선이 기억나제. 와, 고등학교 옆 반에 있던 갸 말이다. 곧 애 낳는다고 전화와서 축하해줄라카니까 목소리가 울상이더라꼬. 들어보니까, 갸가 다니던 은행에서 출산휴가 받을라카믄 엄청 눈치를 준다카데. 아예 대놓고 전화해서 이번에 그만 두면 어떻겠냐꼬 물어봤다더라. 비정규직인 것도 서러운데, 임신했다꼬 밥줄 끊기게 생긴거지.
애 낳는 기 죄가? 대놓고 눈치 주고 짤라뿌는데 어떻게 아그들을 펑펑 낳겠노. 요새 TV광고 같은 거 보면 애 좀 낳으라꼬 하면서 화목한 가족이 헤헤 웃고 그라는 데 눈꼴 시리브서 죽겠다. 임신하고 잘 키울 수만 있으면 어디 안 낳고 싶겠나? 직장에서 애 낳았다고 짤라뿌는데, 티비에서는 애 낳으라고 난리 부르스고. 도대체 우짜란 말이고. 나도 직장 다니면서 돈도 벌고 싶은데 그럼 나중에 애는 못 낳겠네. 아니면 애 키우면서 남편 돈 더 벌어오라꼬 등이라도 떠밀어야 하나.
애 놓고 다시 직장을 구할 때는 시간제나, 더 작은 임금에 만족해야 한다이가. 야. 나는 그래서 결혼 안 할란다. 아니, 결혼 못 하겄다. 이래 되는 기 여자들 잘못도 아니고 마냥 참고 살 문제는 아니다이가. 그냥 니는 내랑 노처녀 되어서 마, 그냥 우리끼리 같이 살까?
사진: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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