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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식

청춘을 누가 막걸리, 5월 19일 온천천 지역 축제

- 지역축제를 지역의 역량으로


  조선통신사 축제 퍼레이드에서 일본 참가팀을 보면서 부러웠다.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오랜 단련의 흔적뿐 아니라 다양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역의 축제가 이어져오는 동안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축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어우러졌다는 것을 퍼레이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지역축제라고 하는 것은 대개 형식이 비슷하고 크게 지역성이 드러나는 것이 없다.


  오는 19일 부산대지하철역 아래 온천천에서는 “청춘을 누가 막걸리”라는 축제가 열린다. 제2회 금정산성 막걸리 축제의 사전행사로 진행되지만 행사가 구성되는 과정이나 내용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지난 해 도시공공예술프로젝트인 “부산, 회춘프로젝트”를 통해 협력의 경험을 쌓았던 15개의 금정구내 문화단체들이 정기적인 반상회(장전커넥션)를 열고 있다. 이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과 노력이 금정구청에 전달되어 전체 축제 중 일부를 맡게 되었다. 단체들 스스로 지역의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표했고, 구청은 의견을 수렴하여 일부 행사를 문화단체 반상회에 맡긴 것이다.


  제 2회 금정산성 막걸리 축제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열리는 “청춘을 누가 막걸리”는 이미 각자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단체들이 협력해서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축제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지역 외에서 소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밴드, 디자인, 회화, 기획 등에 지역 내의 청년들이 직접 나섰다. 행사의 포맷을 정해놓고 섭외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콘텐츠와 역량을 바탕으로 어떻게 지역사회와 만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그 동안 간과되었던 지역축제의 중요한 포인트인데, 장전커넥션이 먼저 회복에 앞장섰다.





  이미 사용된 막걸리 병과 버려진 플랜카드에 주민들이 희망하는 문구를 적어 빨랫줄에 다는 즉석 만국기(막걸리는 희망깃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풍물 길놀이, 밴드의 공연, 막걸리 병을 굴리는 게임 막컬링, 물총으로 변신한 먹걸리 병을 들고 춤을 추는 댄스타임(음악분수), 인디밴드와 국악공연팀 등 다양한 공연팀의 즉흥 릴레이 공연(막하는 공연) 등 다양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풀어낸다.


  이러한 콘텐츠는 각 예술단체나 공연팀들이 각자의 장르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웃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소개받고 시간을 채우면 내려오는 섭외된 그런 공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날 하루만큼은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이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콘텐츠에서만 드러나지는 않는다. 시간대별로 준비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웃 노인회관, 지역 도서관, 공동체 등에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막 희망 깃발에는 가족과 아이들, 풍물에는 어르신, 막 분수 댄스에는 젊은 층, 막하는 공연에서는 모든 이웃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웃들을 초대한다. 어떤 즐길 거리가 있고, 어떤 것에 오면 좋을지 찾아가서 설명하는 열정도 지역축제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지역축제가 만들어질 때 당연하게 고려되었어야 할 자발성과 참여, 그리고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청춘을 누가 막걸리’의 알찬 현장을 통해 지역축제를 느껴보고 또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by 씨부렁 박. motwj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