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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장소&문화

[장소] 장전상가? 장전시장?



- 장전 상가시장




 시장은 이야기를 품는 곳~ 이곳도 오래 이곳에서 이야기를 품었겠다



  이름이 독특하다. 장전 상가도 아니고, 장전 시장도 아니고 장전 상가시장이다. 크게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이곳은 부산대 인근 상가 골목 중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곳이다. 대학 때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가게들이 빠르게 생겼다 사라졌지만 이 시장이 있는 골목은 그래도 예전의 가게들이 여러 개 터를 잡고 있다. 시장은 흔히 국밥골목이라고 부르는 곳에 바로 붙어 있지만 사람들 눈에 그렇게 띄는 장소는 아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지층에 시장이 형성된 것이고 길게 뻗은 3곳의 출입구가 좁고 어둡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걷다보면 시장위에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어렵다. 반대로 버스가 다니는 도로쪽에서 보면 아파트는 보이지만 그 밑에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기가 어렵다. 아파트 이름이 장전상가아파트인데 굳이 왜 뒤에 시장이 붙었을까. 




 양 도로를 있는 시장 골목. 시장이 곧 지름길



  아파트 밑에 들어선 점포들이니까 분명 상가가 맞다. 근데 좁은 통로가 한 블록을 이으면서 형성한 점포들의 배치가 들쭉날쭉한 것이 시장이기도 하다. 장전상가시장. 애매한 정체성을 이름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어쨌든 안에 들어서지 않으면 그곳이 시장이라는 것을 알기 어렵기에 인접한 도로에는 이름을 새겨놓았다. 근데 그렇게 새겨놓은 이름도 국밥 골목 쪽에는 너무 작아서 한 점포의 간판인 듯하고,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는 아파트에 세로로 적어놓아서 그런지 시선이 가지 않는다. 한 쪽은 작아서 잘 안 보이고 한 쪽은 큰데도 잘 안 띈다.




국밥 골목에 있는 시장간판. 한 가게의 간판같다~




 4차선 도로 옆 아파트 위 간판. 구조 속에 녹아버렸는지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는 사람은 알고 찾아오고, 모르는 사람은 들어 와봐야 시장인 줄 아는 곳이 이곳 장전상가시장이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밖에서 볼 때는 안 보이지만 세 통로를 따라 제법 길게 점포들이 늘어서있고 군데 군데 교차하는 골목까지 있다. 좁고 길지만 이 곳에는 한 통로당 20개 정도의 점포가 있고 40여개의 점포가 매일 열린다.








필수품 위주로 짜인 듯 번잡한 느낌이 없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다



  국밥골목에서 꾸준히 매니아층을 거느려 왔던 ‘비봉’과 ‘장전’이 시장에 붙어 있고, 철물점도 골목에 바로 인접해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식육점과 야채, 계란, 생닭, 비닐봉투, 방앗간, 양념, 옷수선까지 인근 식당이나 술집, 가게에서 쓸만한 재료들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딱 인근의 수요에 맞는 품목들로 추려져 있어서 그런지 시장이라지만 번잡한 느낌은 없다. 멀리 대형마트에 갈 필요 없이 그때 그때 필요한 물건들이 있을 때 인근 상인이나 자취생들이 찾는 모양이다.


  부산대 인근에서 대형마트들이 몇 번이나 생겼지만 다들 몇 해를 못 넘기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 시장은 번지르르한 겉멋 없이도 여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고 거대한 것들이 훅훅 나가떨어지는 사이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것들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것은 훅훅 나가떨어져 간 것들이 아니라 길게 이어오고 있는 작은 것들이다.


  시장을 한 세 바퀴쯤 돌았다. 크지 않아서 세 번 도는 데도 10분 남짓이다. 화진슈퍼를 지나는데 축제 때 썼던 막걸리 박스를 반납하러 왔던 기억이 난다. 다른 과에서 미루던 것까지 싹 쓸어서 반납하고 받은 거금으로 거하게 한 잔 했었다. 이곳은 인근에서 산성막걸리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슈퍼이기도 하다. 수민이네라는 밥집이 보인다. 철학과 수업이 끝났을 때 교수님과 쫑파티를 하며 막걸리를 마셨던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정식을 시켜본다. 학생들도 오고 나이 지긋한 교수처럼 보이는 무리도 있다. 아마 여기 온 사람도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다. 길가에서 고작 몇 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시장 안 쪽은 이상하게 멀게 느껴진다. 저 짧지만 멀어 보이는 거리를 걸어와 밥을 먹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시장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둘 가지고 있지 않을까.






 구수한 숭늉까지 비우고 나면~


 


밥상은 요렇게 된다. 왜 김하나 남기노? 


  부산대 앞 온갖 첨단의 먹거리들이 생겨나지만 가끔 이 시장에 들러서 찌짐에 막걸리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자취하거나 축제할 때 장을 보는 것도 대형마트가 아니라 이 곳에서 보면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품어 온 이야기들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인사를 건네 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것이 또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기도 할 테니까. 사람들이 시장에 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돈 되는 동안 반짝 생겼다 사라지고, GS마트가 롯데마트로 순식간에 둔갑하는 그곳에는 이야기가 자리 잡을 틈이 없다. 사람이 있어도 상품에 대한 정보만 오고 갈 뿐, 공유할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이 그것을 깨닫고 서서히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양이다.



 막걸리 한 통에 찌짐 하나 ~ 찌짐은 니가 디비라




※ 이 글은 편집장 박진명이 금정구 블로그에 썼던 기사입니다.

http://blog.naver.com/geumjeonggu/80152023499


박진명 motwjm@naver.com

http://www.facebook.com/motw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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