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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장소&문화

[인물] 만만한 마산삼촌들의 음악 '엉클밥'



<엉클밥>과의 만남은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됐어.
카페에 꽂혀있던 도록을 집어들었다가 우연히 한 장의 그림에서 손이 멈췄어.
배를 묵묵하게 머리에 이고는 '내가 데려다 줄게'라고 말하는 이 남자.
순진한 얼굴로 발가벗은 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좋았어.
<이우지 예술가> 첫번째 인터뷰는 바로 이 그림을 그린 이가 속해 있는 밴드 <엉클밥>이야.
자, 이제부터 <엉클밥>에게 "데려다 줄게" 

(엉클밥 리더의 그림!)


잠깐!
<엉클밥>을 만나기 전에 가벼운 스킨쉽부터 하자구

<엉클밥>은 마산가포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뭉쳐서 만든 밴드야. 

리더이자 보컬 노순천, 드럼 유찬석, 베이스 간 장, 기타 신가람. 

이렇게 30대에 막 들어선 청년 네 명이서 2년 전에 만든 인디밴드지. 

<엉클밥>은 직역하면 삼촌밥이야. 그렇다고 유부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모두 싱싱한 청년들이라구. 

<엉클밥>은 "내가 니 밥이가?"라는 말에 담긴 밥의 의미처럼 편하고 만만한 존재를 꿈꾼데. 

하지만 의식주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도 밥이라는 거 알지? 

<엉클밥>에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될 밴드라는 의미심장한 밑창이 깔려있어.

<엉클밥>의 공연 모습 (왼족부터 가람, 찬석, 순천, 간장)

Q. 오늘이 <엉클밥>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 들었어.
순천: 밴드의 이름을 다시 정하기로 한 날이야.
우리는 <엉클밥>이지만 세상에 워낙 <엉클밥>이 많아. 바베큐 집 이름도 <엉클밥>이고(웃음)
펜타포트의 푸드 존도 <엉클밥>이야. 게다가 서양에 영화 OST에도 참여한 <엉클밥>이라는 밴드도 있어. 
<엉클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활동하다간 우리가 향후 세계로 진출 할 때 발목 잡히지 않을까 해서...
(웃음) 농담이야.

Q. 생각해 둔 이름 있어?
순천: (종이 꺼내며) 여기에 적어왔어... 오프너, Wen Radio... 

Q. 뻔한 질문이겠지만 밴드를 하는 이유가 뭐야?
간장: 이유는 생각 안 해봤어. 근데 한 번 밴드에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나오기가 진짜 힘들어.
재밌지. 친구들이랑 마음 맞으면 더 좋고.
어떻게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나는 음악을 통해 추구하는 게 없어.
그냥 이렇게 연습하는 게 진짜 재밌거든(다들 웃음) 진짜 좋아.
찬석: 사람 만나는 재미지.
가람: 나는 밴드하는 게 되게 설레. 어릴 때 오락실 갈 때 처럼 막 설레. 특히 연습하러 올 때
오락실 가는 느낌이야! 진짜 신나고 재밌어. 우리가 음악을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모여서, 서로의 소리가 섞이고 어느 순간에 "야, 지금 좋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거.
이런게 너무 좋아.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고.
간장: 엄마가 오락실 많이 가지 말라 했지? (웃음)

Q.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잖아. 슈스케, 탑밴드에 나가 볼 생각은 안해봤어?
간장: 그런 말 처음 들었어.
가람: 전혀. 음악을 재고 평가 한다는 게 싫어.

Q. 그럼 연습실이 따로 있는거야?
순천: 따로 정해진 곳은 없어. 예전에는 경남대를 이용했고
요즘은 창원대 근처의 숲이라는 카페에서 가끔 연습하지.
예전에는 우리 집에서 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웃음) 
아무래도 밤늦게 연주하니까. 

Q. 음. 엉클밥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거야?
순천: 우리는 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알게됐지. 그리고 졸업하고도 명절마다 얼굴 보는 친구들이었어.
간장: 순천이가 여자에게 아픔을 겪고 나서 곡을 많이 만들어놨더라. (다들 웃음) 그러더니 밴드를 하자고 하더군. 
 
Q. 학창시절부터 다들 음악을 좋아했나봐
찬석: 고등학교 때부터 각자 음악을 하고 있었어. 밴드를 하든 혼자서 하든.
나는 학교에서 밴드 동아리<아이러니>를 만들기도 했어.
처음 음악한다고 했을 때는 선생님들 반대도 많았어. 상 타왔는데도 무시당하고... 요즘엔 많이 달라졌지.
아직까지도 모교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 물론, 밴드부 후배들과도 계속 연락하고 있고.

Q. 순천, 가람 두 명은 만화동아리라고 들었어.
순천: 맞아. 나와 가람이는 만화동아리였지만, 밴드동아리에 많이 기웃거렸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피바다>라는 인디밴드에서 활동도 했지.  
20대 초반이 그렇게 흘러갔지. 계속 음악에 대한 동경이 남은 채로... 
그래서인지 가람이는 만화를 그려도 꼭 음악이 들어가는 걸 그리더라고. 음악 웹툰, 음악 만화...
그렇게 다들 군대도 다녀오고, 생활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더라.
20대 후반이나 30대 넘어가면... 더 늦어지면 하고 싶은 걸 못할 것 같다는 그런 마음 있잖아?
그러다가 다같이 음악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모였지.
실은 다들 마음이 있었어. 특히 가람이는 하고잡이야. 제일 열심히 하고. 

Q. 졸업하고 '음악으로 돈 벌어야지...'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
찬석: 한 적 있지... 하지만 그럴 배짱은 없었어.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즐기는 지금이 좋아.

Q. 내 이웃들에게 나의 존재는 어떻게 보일 것 같아?
간장: 좋은 사람.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
순천: 한량
찬석: 나는 회사 다니는 청년 정도.
가람: 백수로 볼 것 같아.

Q. 주변 사람들이 인재를 못 알아본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어?
가람: 진짜 많이 해. 진짜 많이(웃음) 속으로.
        
Q. 나이를 먹는다는 거 어때,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을텐데 
간장: 난 나이 먹는 다는 걸 후회해본 적이 없어. 
제보: 에이, 있어. 간장은 어린 애를 좋아해.
간장: 아... 아픔이 있어. 그래서 주옥같은 곡이 만들어졌지.
세대차이 보다는 뭐랄까... 알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찬삭: 양심의 문제지. 간장 이상형이 세대차이 나는 여자야. 
가람: 난 나이 드는 건 싫어. 하지만 섹시한 중년남자가 될 수 있다면!

Q. 방금 전 읽은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30대가 되면 비겁해진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순천: 표현이 좀 강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색깔이 중화된다고 해야 될까? 세상에 물드는 거지.
어쩔 수 없이 선택이란 걸 해야 되는 나이고. 세상이 그렇게 몰아붙이잖아.



나는 이 과정 자체를 밴드라고 생각해.
작곡가 지시대로 전부 하는 게 아니라, 
찬석이 생각하는 것, 가람이 생각하는 것, 간장이 생각하는 것, 
이 생각이 다 모여서 전혀 다른 게 만들어지는 것.
 



Q. <엉클밥>은 주로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
순천: 혼자서 완성 하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가사와 간단한 코드 정도만 들고와.
거기서부터 다 같이 곡을 만들어가. 
흥얼거림에서 시작해서 "이거 좋네"라는 반응이 있으면 시작하는 거지.
왜 일상생활에서 계속 놓여지지 않는 생각 같은 거 있잖아?  
그걸 모티브 삼아 요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면서 완성에 다가가는 거지. 
지금까지 나온 우리 곡이 5-6곡이야. 나는 이 과정 자체를 밴드라고 생각해.
작곡가 지시대로 전부 하는 게 아니라, 
찬석이 생각하는 것, 가람이 생각하는 것, 간장이 생각하는 것, 이 생각이 다 모여서 전혀 다른 게 만들어지는 것. 
같이 만든다는 쾌감이 있어. 아주 기분이 좋아.

Q.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부지런해야하잖아. 다들 부지런한 편? 
순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난 안 부지런해
가람: 에이, 항상 뭔가 하고 있으면서
순천: 일이 그렇게 만들어. 입급되면 움직일 수 밖에 (웃음)
간장: 맞아. 일이 그렇게 만든다니까.  
찬석: 안 부지런합니다

Q. 우리가 하는 게 예술일까?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
가람: 예술을 동경하지, 예술가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내가 하는 것도 상업에 가까워서. 옛날엔 웹툰을 그렸고 지금은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있어.
찬석: 글쎄... 그냥 잘 노는 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간장: 난 예술이라고 생각해
순천: (간장 보며) 진짜?
        난 예술가가 되고 싶은데 아직까진 내 작품을 "예술이다" 내 입으로 얘기하긴 힘들어.

Q. 내가 인정 안해도 남이 "예술이다"라고 하면?
순천: 아직까지 내 작품을 작품이라고 부르기가 힘들어.
그래서 작업이라고만 하는 것 같아.   
가람: 그림으로써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직은 부담스러워. 아직 그럴 경지가 아닌 것 같애.
하지만 인정이야... 지금도 받고 싶지!  

Q.언제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있을까.
순천: 내 스스로 작업을 보고 만족 할 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아직까진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거면 내 것이라는 확신이 들텐데.
재수로, 운으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확신이 안 들어

Q. 대체 예술이... 뭘까? 
간장: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어. 교수님께서 "간호도 예술이다."라고. (간장은 간호학과) 
내가 뭔가를 창조하는 것 자체가 예술인거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 줄 지는 모르겠는데,
꼭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예술일까? 

Q. <엉클밥>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 있어?
순천: 우리가 처음에 <엉클밥>을 만들 때도 진지하게 '음악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란 생각이 아닌 
단순히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시작한 거야. 
직장을 때려 치우고 음악을 한다는 게 아니라, 삶에 지장 안 갈 만큼 하자는 거지. 
이게 우리의 모토였거든. 그냥 즐기고... 그렇게 시작했지. (돌아보며) 맞제?

Q. 앞으로 <엉클밥>이라는 이름으로 뭘 하고 싶어?
순천: 성과를 바라고 밴드를 만든 건 아니지만 2년 정도 지나니까 욕심이 생겨. 
곡 정리도 하고 싶고. 만든 곡은 녹음도 해보고 싶고.
그래서 올 해... 목표라기보다는 녹음할 시기가 온 거 아닐까 싶어. 고민이야. 
 
Q. 오글거릴진 모르겠지만, 행복들한가?
찬석: 오마이갓
간장: 최고 우울하다.
순천: 행복해.
가람: 행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


<엉클밥>의 네 멤버는 모두 다른 위치에 서 있어.
학생, 프리랜서, 회사원...그래서 모두 해야할 일은 달라.
하지만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바로 음악을 하는 거지.

죽자 살자 음악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기분좋게 즐기고 싶은거야.
스스로 예술가라 부르기도 민망해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상태.
거기가 우리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닐까?

내가 좋아서 하는 음악,
서로의 삶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새싹을 움트게 하는 음악,
외로운 친구에게 더운 입김을 데워주는 음악.

우리 이우지에는 <엉클밥>이 살고 있어. 
 
+'이우지'는 이웃집의 갱상도 사투리!



<엉클밥>에게 놀러가♪
<엉클밥> club.cyworld.com/bandunclebob

자작곡 '거짓말 안했으면 좋겠어요' 공연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xr6IsyrYv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