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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아르바이트하면서 그림을 그릴 것인가, 그림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것인가 - 청년 작가 김도진 씨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가진 캐릭터 ‘COON(쿤)’이로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아 그려나가고 있는 청년 작가 김도진 씨를 만났다. 올해 스물넷의 젊은 작가인 도진 씨는 현재 경성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재학 중이다. 전공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그가 도전하려는 일들은 펜화, 벽화, 윈도우 페인팅, 웹툰 등 그 틀을 벗어나 다양하고 자유롭다.

  도진 씨와의 인터뷰를 위해 윈도우 페인팅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한 카페를 찾았다. 그는 인터뷰 도중 그 카페의 유리창을 가리켰다. “우연히 카페의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보고 제가 직접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그 때부터 유리창에 그려야하는 특성 때문에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펜화로 연습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벽화에도 관심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그. 현재는 펜화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지만 벽화도 그리고 싶고 웹툰도 하고 싶은 꿈 많은 청년 작가이다 보니 도진 씨는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뻗고 있다.

  특히 도진 씨는 개념미디어 바싹의 첫걸음도 함께 디뎠다. 엽서 형태로 만들어지는 바싹의 첫 번째 표지는 그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수많은 캐릭터 ‘쿤이’들이 종이를 들고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서 문화 소식들을 모아 수집하고 있다. 표지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바싹의 표지 그림을 그려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시작했어요. 그림을 완성하고 바싹의 첫 표지에 바로 제 그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무척 기분 좋았죠”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뿌듯함이 가득 실려 있다. “표지 작품에는 세상 곳곳의 작고 다양한 문화 소식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삶 가운데에 하트를 만들고 큰 나무를 키운다는 의미를 표현하려 했어요”라며 설명을 덧붙여준다.

  대학생인 도진 씨는 넉넉지 않은 집안사정 때문에 그동안 미술을 위해 학업과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해내야했기 때문에 그림에 전념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미술을 하는 그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 “온라인에 작가들이 모인 공간이 있는데 작가 등록을 하려면 작품이 최소 50점은 있어야 하더라구요.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려해도 제 실력이 담긴 작품들이 많아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생계문제, 작품문제 등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던 중 지난해 도진 씨는 결단을 내렸다. “그림을 그리며 돈을 벌 수 없을까 고민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쉽지 않을 거라 했죠”라며 “그렇지만 직접 해보니까 가능하게 됐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8월에 저작권 등록과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 계획을 구상해내고 차츰차츰 그림과 일을 시작해나갔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림이 그에게 남았다는 것에 도진 씨는 만족감을 느낀다.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나름대로 꾸준히 여러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랑한다는거슨’, ‘봄을 기다리며’ 등의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공미술 활성화를 위한 부전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에서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또한 카페홍에서 벽화로 일을 시작해 이후엔 그의 펜화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생겼다. “직접 발로 뛰고 찾아보니 생각보다 제 그림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많았어요. 심지어 관공서 같은 곳에도 직접 찾아가서 제 그림을 전시하고 참여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어요. 실제로 제의도 들어왔죠”라며 작품 활동에 대한 그만의 팁을 알려준다.

  도진 씨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생긴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들려준다. “제 작품과 활동들을 보여주는 블로그를 작년 처음 시작했을 때 당연히 처음부터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제 블로그를 보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 미술 관련 활동가에게서 연락이 와서 신기하면서도 놀랐어요”라며 그가 느꼈던 블로그의 힘(?)을 전해주었다. 물론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어느 예술가에게나 생계나 경제 상황은 넘기 힘든 산이자 늘 동반하는 문제일 것이다. 도진 씨에게는 캐릭터 ‘쿤이’를 저작권 등록하는 과정에 그 문제가 뒤따라 왔다. 캐릭터를 등록할 때 한 캐릭터에 29,000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도진 씨는 “원래 쿤이는 남자 캐릭터와 여자 캐릭터로 따로 있었어요. 그 당시에 생활비가 부족하다보니 결국 여장을 한 쿤이로 캐릭터 등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쿤이의 비화와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어려운 미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기 쉬운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표는 자신의 그림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 카페에 있는 점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 등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 ‘쿤이’로 다양한 내용을 표현해낸 그의 작품을 보면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또한 도진 씨는 다양하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에 도전하고자 한다. 미술은 다양한 곳에 활용이 가능하고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뿐 아니라 컵이나 옷 등 우리 일상생활 작은 곳에서도 쉽게 그림을 찾을 수 있다. “보통 작가들은 개인 작품에만 몰두하고 다른 상업적인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두 가지 모두 이루고 싶어요”라고 두 마리 토끼를 향한 당찬 포부를 밝힌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꿈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도진 씨는 웹툰 연재를 계획하며 차근차근 도전 중이다.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 일상생활을 담아내는 웹툰에 도전하고 싶어요. 요리하는 친구도 있고 강의하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자신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어요”라며 그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달린다.

  

더많은 그의 작품과 활동은 블로그 http://blog.naver.com/ll276ll 에서 들여다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