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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글픽쟁이의 맵시 ] 디자인

포장과 치장사이

돈을 벌어도 쓸 게 없다. 맞다. 그놈에 물가는 더 오를 나무가 남았나보다.

꼴에 삼촌이랍시고 명절 때 조카들 손에 쥐어줄 과자 값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곧 다가오는 추석도 무섭다. 이제는 머리들도 좀 컸다며 천원짜리는 받지도 않는다. 까까머리 꼬맹이도 기본이 만원빵부터. 사실 맞는 말이지. 고사리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 줘도 가져오는 건 과자 몇 봉다리니. 그래도 좋아라 사오는 과자를 조카들 먹으라고 손수 뜯어주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덩치에 비해 ‘소~박’하게 들어있는 과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과업체들은 죄다 사기꾼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약이 오른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ea212?Redirect=Log&logNo=188411209

 

도대체가 과자를 사는 건지 질소 가스를 사는 건지...

 

뭐, 스낵류는 차라리 양반이다.. 여기 더 괘씸한 놈이 있다. 비스켓류는 과연 어떠한가. 과자 하나를 먹기위해 거쳐야 하는 포장 가짓수만 3개. 수제니 프리미엄이니 보기 좋게 붙은 수식어는 늘어나는 포장제와 비례할 뿐. ‘아, 이쁘구나~’ 하는 건 잠시고 몇 개 먹다 보면 성질부터 난다. 과자에 금가루라도 발라 놨더냐. 뜯기도 귀찮다. 쉽게 좀 먹을 수 없나.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iamrina11?Redirect=Log&logNo=140198380034

 

도대체가 과자를 사는 건지 포장제를 사는 건지...

 

또 양이나 많나. 예전만 하더라도 '뜯는 정성'과 '치우는 고통' 쯤은 '먹는 기쁨'으로 충분히 승화가 가능했다. 내용물 대비 수긍할만한 덩치였으니까. 물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다면 쿨하게 부피를 줄이든지 차라리 가격을 올리든지. 왜 죄다 배불뚝이를 만들어놔서는 괜히 속는 기분 들게 하고 그러냔 말이다. 어릴 적 즐겨 사먹던 국민과자 '치토스'는 이제 몇번 털어 먹으면 없다. '네 덩치를 봐라, 그것 가지고 되겠냐!'라는 말은 사양하겠다.

'아놔, 양이 너무 작다고! 이건 뭐 풍선이야 뭐야?'

제과업체를 집중해서 디스하려던 건 아니다. 그냥 과자 이야기를 하다보니 화가 나네!

과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여러 상품 중에는 합리적이지 못한 것들이 제법 있다. 속내가 빈약하지 않은데도 몸 값을 부풀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고 또 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품을 접할 때 상품의 본질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포장' 또는 '포장 디자인'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대부분의 기법이 'Too Much'로 일관된다. 한마디로 '치장'에 가깝다.

 

이미지 출처 : http://dory.kr/327

 

이미지 출처 : 국민일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종종 포장 디자인 의뢰를 받곤 하는데 가장 먼저 하게되는 단계가 관련 참고사례 리서치다. 그러다보면 수많은 사례들을 접하곤 하는데 대부분이 '내용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적재와 폐기가 용이한 가?'와 같은 기본 디자인 원칙을 고민하기도 전에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좋은 사례고 나쁜 사례고 전반적인 추세가 그랬다.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이것은 잘못된 '프리미엄'이다.

과대 포장에 대한 규제[각주:1]가 있으면 뭐하나. 정책적으로 강화되고는 있다지만 '상품 대비 부피'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며 재질이나 제작 기법에서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 가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환경부에서는 매일 2만여톤의 포장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쉽게 말하면 덤프트럭(20.5t)으로 970여대의 분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필요 이상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적당히 버리기 전에 적당히 만드는 것 부터가 우선이다.

 

이미지 출처 : 소통신문

 

다소 딱딱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법적, 사회적 실천 노력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까다로운 안목을 가지고 양이든 질이든 끊임없이 딴지를 걸어야 한다. 눈요깃거리에 현혹되어 '호갱님'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1. 공기충전형 제과류 포장의 빈공간은 35% 이내, 농축수산물 등 1차식품 종합제품도 포장 내 빈 공간을 25%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조·수입 또는 판매자에게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