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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글로발로 걷다] 세계여행

보이는 모든 것이 과녁이다 : 송끄란 축제

글쓴이 : 김황






여행시기 : 2013.4.13 ~ 4.15





마지막으로 물총놀이를 한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지? 어릴 적 물총을 찍찍 쏘며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무더위를 말끔하게 잊어버리곤 했다. 재미있게 즐겼던 놀이지만 머리가 점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여름에 물총을 드는 일은 사라졌다. 나이가 들면 물총놀이가 재미 없어지는걸까? 어쩌면 ‘물총놀이는 애들놀이’라는 사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 번 판을 키워보자. 애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물총놀이판을 한 번 만들어보는거다. 이왕 판을 키우는거, 화끈하게 국가적인 차원으로까지 키워보자.


태국의 송끄란 축제는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사흘간 열리는1) 태국 최대의 축제로서, 타이력(曆)의 정월 초하루를 기념한다. 이 시기의 태국 여행자는 각별히 조심할 것!! 축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물벼락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응? 내겐 축복을 빌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포기해라. 상대방은 당신의 그런 마음을 모를뿐더러, 설령 안다하더라도 배려해주겠단 생각따윈 품고있지 않으니까. 그냥 젖어라!!


거리로 나가보자. 모두가 물총을 하나씩 손에 들고있다.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물총놀이지만, 이 시기의 태국에서만큼은 예외다. 남녀노소, 흑형백형 구분없이 모두가 사방팔방으로 신나게 물을 쏘고있다. 총알은 얼마든지 충전 가능하니 걱정마시라. 수도꼭지 옆에서 몇 푼씩 거두고 있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곳곳에 있다. 이 전쟁터에선 적도 아군도, 전방도 후방도 없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있는 늘씬한 누님들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물총을 갈기다보면 어느새 다가온 노점상 아주머니가 시원한 얼음물을 목덜미에 부어주신다. 당신의 사격실력이 일촌공개라도 문제 없다!! 어차피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표적이니까2)!


몸을 적신 채 물을 뿌리고 거리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그 순간엔 단순하고 일차적인 감각에 취해버린다. 사람과 거리를 향해 맘껏 물을 뿌릴 때 용솟음치는 본능적인 해방감.3) 모든 것이 자유롭다. 춤을 추고 싶은가? 서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화끈하게 클럽댄스를 춰라!! 주위 사람들은 환호성과 일점사로 호응해줄 것이다. 눈앞에 서 있는 훈남의 조각같은 얼굴을 만져보고 싶은가? 손에 석회반죽을 묻혀라!! 합법적으로 뺨을 맘껏 쓰다듬을 수 있다. 축제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된다.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댄스 음악은 거리의 전사들을 더욱 더 몰아세운다. 당신의 심장박동을 늦출 틈은 없으니 각오 단단히 할 것!


        


        



송크란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그거다. 즐거운 축제라는 것. 이 축제의 장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발성의 웃음이나 감탄사가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즐거운 감정이 퐁퐁 샘솟아 하루종일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다. 내가 방아쇠를 당겨 쏘아보낸 것은 물이 아니라 웃음이며, 당신 역시 물이 아니라 유쾌함으로 몸을 흠뻑 적신다. 평범한 거리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면 카오산로드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을 가보자. 그야말로 모두가 미쳐날뛰는 광란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테니. 압사 당할만큼 사람이 부대껴도 여느 축제처럼 인상을 찌푸릴 필요 없다. 그만큼 과녁이 넘쳐난다는 얘기니까!! 제 아무리 소심한 사람이라도 한 순간에 광전사로 바꾸게 만드는 분위기가 살아서 꿈틀거린다. 뭐야, 다들?! 이렇게나 하고 싶었으면서 지금까지 안 했던거야?!


송끄란 축제는 단순한 놀이 속에 역사와 전통, 참여와 즐거움이라는 축제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그야말로 축제다운 축제랄까.4). 축제장소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곧 축제장소고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이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바탕 날뛰어보겠다는 마음가짐 뿐. 무엇이 더 필요하랴? 놀이마당은 이미 눈앞에 펼쳐져있다!






1) 축제 시기는 지역마다 며칠씩 차이가 있다.

2)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공격해도 괜찮다!! 하지만 포장마차 아주머니만큼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명심할 것. 음식은 소중하니까요.

3) GTA가 왜 인기게임인지 알만하다.

4) 축제답지 않은 축제가 궁금하다면 ㅡ> 친절한 지선씨의 부산 불꽃놀이 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