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리 생존중/[글로발로 걷다] 세계여행 썸네일형 리스트형 에필로그 - YOU ONLY LIVE ONCE # 여행을 다녀왔다.다섯 대륙, 열일곱 번의 비행, 서른세 곳의 나라, 여든여개의 여행지들을 찾았다. 수백일동안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수만km를 이동하면서 그칠 줄 모르는 감동과 흥분, 환희와 웃음을 맛봤다. 한 번의 여행을 통해서. # 첫 여행지는 필리핀 마닐라였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첫 여행지에 떨어졌기 때문일까? 모든게 어설펐던 기억이 난다. 방문한 장소의 여행계획을 짜는 법도, 이국땅에서 맘을 여유있게 가지는 법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삐끼를 상대하는 법조차.....나는 그렇게 모든 것에 서툴렀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내 옆 사람의 눈 색깔이 나와 달라도 더 이상 신기하지 않게 느껴진 것은. 또 언제 부터였을까, 내 귓가를 스치는 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스트레스를.. 더보기 내게 바치는 오마주, 제주도 by 김황 # 귀국날 아침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찾아왔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방방 뛰어다니지도 않았고, 여행 중에 차곡차곡 갈무리했던 감정들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익숙하게 배낭을 싸고는 호스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촉박한 비행기 시간 때문에 근사한 식사로 귀국을 자축하려던 내 계획이 틀어진게 못내 아쉬울 뿐. 상파울루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창밖을 보며 내 여행을 처음부터 천천히 되새겨보았다. 여행지에서 보냈던 매순간들의 기억이 차창밖의 풍경과 함께 뒤로 뒤로 흘러가고 있었다. # 인천공항에 도착했음을 알린 뒤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사실 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 더보기 파타고니아 : 세상의 끝에서 by 김황 한국으로부터 약 18000km.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남미의 남쪽 끝. 남극대륙과는 불과 한줌의 공간만을 남겨놓은 곳. 밤 11시가 되어도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현상의 땅. 극지방에 가장 가까운 이 땅을 부르는 지명이 따로 있다. ㅡ "파타고니아" 인간의 발길이 닿는 마지막 대지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여름에 흩날리는 눈발이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인지 어쩐지 감상적인 기분이 든다. 세상의 끝을 찾아온 여행자들을 반기는 것은 눈이 시리도록 깨끗한 모레노 빙하와 파이네의 뿔들. 서늘하지만 맑은 남극의 입김을 담은 바람은 두 뺨을 스치듯 어루만지곤 등 뒤로 멀어진다. 바다 건너 저 편, 순백의 설원에 내리는 눈 한 송이가 쌓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더보기 그리고 지금, 우유니에 해가 떠오른다. by 김황 # 세상이 좋아졌다. 인터넷 창에 키보드만 몇 번 두드리면 멋진 사진, 상세한 설명과 함께 다른 세상을 손쉽게 엿볼 수 있다. 옛날 백과사전 세대들은 상상도 못했을 e편한세상.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길 꿈꾸는 까닭은,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모니터를 통한 대리만족 따위가 아니기 때문일거다. 바라 마지않던 그 풍경을 이 두 눈에 오롯이 담고 싶은, 그 거리를 두 발로 직접 거닐어보고 싶은 그 욕심 때문이겠지. 세상엔 보석같은 장소가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속 깊은 곳에 품은 비장의 장소 하나 정도는 다들 갖고 있을거다. 누군가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를 꿈꿀테고 또 누군가는 그랜드 캐년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감동과 경이에 젖기.. 더보기 남미 에콰도르, 소년이여 탐정이 되라 by 김황 2013년 11월 11일 에콰도르의 야간버스 안에서, 가방을 도둑맞았다. 가방을 잠시 올려놓은 선반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음에도 나는 가방이 사라지는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야말로 15년동안 군만두만 먹으며 소매치기를 수련한 솜씨였달까. 프로의 비범함은 소매치기의 세계라고 별반 다르지 않구나. 가방 안에는 이런저런 여행물품과 함께 내 보물 1호인 노트북이 들어있었다. 남미에서 벌어진 숱한 사건사고 사례들을 풍문으로 들었지만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21세기 스마트 여행자의 똑똑한 물건관리법을 보여주겠다는 나의 비장한 포부는 이렇게 물거품처럼 흩어지는구나. 도난 사실을 깨닫고 완전 눈뜨고 코베였다는 생각이 들자 패닉이 밀려왔다. 버스 터미널에서 미친듯이 "MY BAG!! MY.. 더보기 유럽을 떠나 아메리카로! by 김황 여행에 회의감이 들었다. 이거 이제 끝낼 때도 되지 않았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생각은 아니다. 전부터 아주 조금씩, 두꺼운 천에 물이 천천히 번지듯…그렇게 맘 속에서 들기 시작한 생각이다. 1.다음 행선지를 정한 뒤 2.교통편과 숙소를 찾고 3.볼거리를 찾아 나서는....이 사이클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사이, 여행에 대해 품었던 환상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여행을 지속한다는 것에 슬슬 피로감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여행을 끝내고 싶어서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귀국’이란 단어가 계속 뇌리 한구석을 맴도는 것을 느꼈다. 여행을 시작한지 7개월, 아시아에서 시작한 여정은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유럽에 이르렀고 그 사이에 어느정도 매너리즘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눈부신 설산, 에.. 더보기 <로드무비 : 인연 따라 유럽 여행> by 김 황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여행 중에 만나는 인연은 (일상의 인연과는 다른) 특별한 인연일까?" 사람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나는 이 질문에 분명히 "특별하다"고 대답하겠다. 사실 여기서 "어째서?" 라고 다시 한 번 물어오면 똑 떨어지는 정답을 댈 순 없다. 하지만 여행중에 만난 인연들은 기억의 상자 속에서 그들만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공간 한켠에 차곡차곡 쌓이는걸 분명히 경험한다. 그건 그 인연이 철저하게 우연성에 기댄 인연이라서일 수도 있고 여행이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일수도 있다. 혹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보다 순수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제법 그럴싸하다. 이유야 어쨌거나 여행자들끼리의 유대감은 좀 더 특별한 구석이 있다고 믿는데 바로 이 인연들 덕분에 내.. 더보기 피라미드 아래서 여행시기 : 2013.8.7 여행과 사기, 바가지는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지 사정과 물가를 잘 모르는 여행객, 그런 여행객의 코 묻은 돈을 노리는 현지인들은 자석의 N극과 S극 같은 관계이니까. 어차피 사기나 바가지를 전혀 안 당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 당했다는 것을 알더라도 빨리 잊고 털어내는게 즐겁고 희망찬 여행으로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여행도 5달차로 접어들고 여행객을 노리는 검은 손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해서 자신감도 생길 무렵, 나는 내 마음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사기를 겪었다. 이미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이집트에서다.(1) 이집션들의 사기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피라미드 낙타 사기’다. 관광객들에게 접근해서 “낙타(혹은 말.. 더보기 카방고로 누비는 아프리카의 낭만 글 : 김 황 * 글은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시기 : 2013.6.22 ~ 7.10 잠보잠보!! 반가워요!! 당신이로군요, 아프리카 오버랜드투어(1)를 신청한 사람이. 어디 보자....당신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잠비아 빅토리아폭포까지 이어지는 19일짜리 코스를 신청하셨군요. 맞죠? 자, 그럼 가장 먼저 당신의 아프리카 여행을 책임질 멋진 친구를 소개할게요. 아주 크고 아름다운 친구죠. 바로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태우고 이 아프리카 대륙을 달려나갈 트럭, ‘KAVANGO'입니다! 카방고와 함께 당신의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이런, 조금 긴장한 표정이로군요. 하쿠나마타타!!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대.. 더보기 떠나기도 전 그리워지는 바라나시 글 : 김 황 여행시기 2013. 6. 3 ~ 6. 6 # 계획한 여행루트에 비해 일정이 촉박하다보니 한 여행지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수는 없는 처지다. 한 도시를 방문하면 평균 사흘에서 닷새 정도를 머무르게 되는데, 나의 경우 그 정도 시간이면 대개 큰 미련 없이 머물렀던 도시를 뒤로 하고 다음 여행지로 떠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의 헤어짐이 아쉽게 느껴졌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여행지 자체의 매력 때문에 그 곳을 떠나기 싫었던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단 한 곳, 인도의 바라나시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직 초보여행자 티를 벗어나지 못한 나로서는 인도 여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인도에서 여행자들이 겪은 각종 고초들과 사건사고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인도는 내 여행의 1차 난관.. 더보기 신의 품 속으로, 히말라야 트레킹 글 : 김황 여행시기 : 5/10 ~ 5/17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조지 말로리는 말했다ㅡ“Because it is there"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른다고. 세상에. 그걸 왜 올라? 산은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존재 아니었나? 이름난 명산을 찾아 오르기는 커녕 동네 뒷산에 등산로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고 지낼 정도로 산과는 인연을 일절 쌓지않고 지내왔다. 그런 내가 순전히 트레킹 하나만을 위해서 네팔을 찾았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까닭은 ‘히말라야’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형용하기 힘든 ‘무언가’ 때문이 아닐까. 신들이 사는 땅, 히말라야. 그 곳을 올랐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 중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길을 택했다. 통칭 ABC코스로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벌써 .. 더보기 보이는 모든 것이 과녁이다 : 송끄란 축제 글쓴이 : 김황 여행시기 : 2013.4.13 ~ 4.15 마지막으로 물총놀이를 한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지? 어릴 적 물총을 찍찍 쏘며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무더위를 말끔하게 잊어버리곤 했다. 재미있게 즐겼던 놀이지만 머리가 점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여름에 물총을 드는 일은 사라졌다. 나이가 들면 물총놀이가 재미 없어지는걸까? 어쩌면 ‘물총놀이는 애들놀이’라는 사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 번 판을 키워보자. 애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물총놀이판을 한 번 만들어보는거다. 이왕 판을 키우는거, 화끈하게 국가적인 차원으로까지 키워보자. 태국의 송끄란 축제는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사흘간 열리는1) 태국 최대의 축제로.. 더보기 프롤로그 - 여행을 왜 가느냐고? 글 : 김 황 # "여행은 왜 가는거에요?" 여행계획을 주변에 알리고 난 이후부터 부쩍 자주 듣는 질문이다.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는 듯한 눈빛은 부록이다. 자주 듣는 질문인만큼 미리 모범답안을 준비했다가 그들의 감수성을 자극해주면 참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내겐 딱히 여행을 떠나는 이유랄게 없으니까. '자아 찾기' 따위의 청춘내음 물씬 풍기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평소에 여행을 즐겼던 것도 아니다. 여행에 대한 동경 정도는 갖고 있지만 딱히 남들보다 그 마음이 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집안의 배경이 따사로와서 맘껏 돌아다니며 놀 수 있는 처지인 것도 아니고.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던건 5년전, 수능을 치고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갔을 때였다. 해안가를 따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