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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글로발로 걷다] 세계여행

카방고로 누비는 아프리카의 낭만

글 : 김 황

 


 

* 글은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시기 : 2013.6.22 ~ 7.10

 

잠보잠보!! 반가워요!! 당신이로군요, 아프리카 오버랜드투어(1)를 신청한 사람이. 어디 보자....당신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잠비아 빅토리아폭포까지 이어지는 19일짜리 코스를 신청하셨군요. 맞죠? 
자, 그럼 가장 먼저 당신의 아프리카 여행을 책임질 멋진 친구를 소개할게요. 아주 크고 아름다운 친구죠. 바로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태우고 이 아프리카 대륙을 달려나갈 트럭, ‘KAVANGO'입니다![각주:1] 카방고와 함께 당신의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이런, 조금 긴장한 표정이로군요. 하쿠나마타타!!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대자연의 모습과 짜릿한 액티비티들이니까요. 이번 여행은 분명 당신 인생 최고의 추억 중 하나로 자리잡을거에요. 

드디어 카방고의 네바퀴가 움직이네요. 설레시겠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두세요. 아프리카는 거대한 대륙이니까요. 아프리카를 육로로 여행한다는건 지평선을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는 의미에요. 짧은 거리만 이동하는 날도 있겠지만, 어떤 날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하루종일 달려야 한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부분을 가르며 쉬지않고 달리는 카방고의 모습을 보면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실감하게 되실거에요.

이제 카방고에 함께 탄 친구들의 모습을 살펴볼텐데요, 이번 투어 참가 인원은 총 20명이군요. 그런데 어디보자...이런, 당신은 유일한 한국인인이자 유일한 아시아인이군요!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요,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까요. 나머지 친구들은 다 호주/유럽 친구들인 것 같은데....영어는 자신 있으신가 모르겠어요? 에이, 언어가 대수인가요!! 때론 의사소통에 있어 조금 답답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건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친구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세요.(2) 
그리고 여기, 우리의 투어리더와 드라이버도 함께 소개합니다. 명심하세요!! 그들은 우리의 심부름꾼이 아닙니다. 당신의 여행을 이끌어가는 사람이지 당신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구요. 그들을 존중해주세요.(3) 


자, 오전 내내 달렸으니 이제 카방고에서 내려서 점심을 같이 먹을까요. 점심은 대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답니다. 아참! 당신은 오늘 요리팀이니까 투어리더와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셔야 해요. 불평하지 마세요. 다른 친구들도 짐정리, 트럭청소, 설거지와 같이 각자 맡은 임무가 있으니까요. 여행을 하는 동안 당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있게 해내시길 바랄게요. 당신이 게으름을 부리기 시작하면 모두의 여행은 엉망이 될뿐더러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라구요. 모든 여행자는 세계를 상대로 하는 외교사절이라는 것, 알고 계시죠?

드디어 오늘의 여행지에 도착했군요!! 오늘의 여행지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으로 꼽히는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입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모래언덕을 올라가보세요. 신발을 벗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면 곱디 고운 모래가 당신의 발을 부드럽게 감싸는걸 느낄 수 있을거에요. 사막 저편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이 당신의 코끝을 간질이고 그 바람은 당신 발치의 모래를 한 움큼 실어보내며 모래언덕 귀퉁이를 조금씩 깎아나갑니다. 마침 해가 질 무렵이니 모래언덕 위에서 사막의 해넘이를 차분하게 기다려보는게 어떨까요? 편하게 주저앉아 고개를 들어 사막의 붉은 모래언덕들이 파도처럼 굽이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거에요. 사막 한 가운데서 어린왕자가 된 기분으로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붉은 노을에 물들어가는 사막이 침묵 속에 차츰차츰 그 색을 달리하는 모습...한 폭의 쓸쓸한 유채화같은 이 풍경을 당신은 결코 잊지 못할거에요.



오늘의 하루를 마감할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텐트를 치는 작업이에요. 당신의 텐트메이트와 함께 텐트를 뚝딱 설치하고 텐트 안에 매트리스까지 놓으면 오늘의 잠자리 해결!! 남반구인 이곳은 요즘 겨울이니 아프리카라고 방심하지 마시고 자는 동안엔 보온에도 신경을 쓰셔야 해요.
캠핑장의 샤워시설에서 샤워를 끝낸 뒤 투어리더를 도와 저녁식사를 만드세요. 디너는 투어리더가 제법 신경을 써서 요리를 할 테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식사를 하셨으면 당신이 사용했던 식기를 설거지하고 이 쪽으로 와 앉으세요. 트럭 안의 아이스박스에 고이 모셔놓은 당신의 맥주를 꺼내고 오면 더 좋을거에요. 아늑한 캠프파이어를 피워놓았답니다. 따뜻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맥주를 기울이며 사막의 밤을 보내는 것, 아마 당신이 꿈꿔왔던 모습 중 하나겠죠?

캠프파이어의 불씨가 슬슬 꺼지고있네요. 드디어 하루가 끝났습니다. 친구들과 오늘 하루 함께 어울리며 사진은 많이 찍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내일 아침에 다시 일찍 길을 나서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지만....당신의 텐트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고개를 들어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이렇게나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은 여태 보신 적 없을거에요. 이 쪽 밤하늘에서 저 쪽 밤하늘을 따라 펼쳐진 은하수의 모습, 보이시죠? 조금만 참을성 있게 밤하늘을 살펴보시면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자아, 이제 정말로 하루가 끝이 났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밝아오면 다시 카방고와 함께 신나게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며 또 다른 하루를 만들어 나가세요. 이 광활한 대륙은 때로는 붉은 사막과 푸른 별밤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검은 피부와 하얀 폭포의 모습으로 당신을 맞이하겠죠. 저는 당신이 어떤 것을 꿈꾸며 이 땅을 찾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 당신이 마주할 아프리카의 얼굴들 속에서 당신이 원했던 것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아, 벌써 밤이 늦었군요. 당신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고요한 사막의 품 속에서 좋은 꿈 꾸시길. 굿나잇.

 


* 함께 여행한 호주 할아버지의 카메라로 찍은 은하수 사진. 기술적인 한계로 내 똑딱이로는 별을 담을 수 없었음...엉엉


(1) 일명 트럭킹. 다국적 여행자들이 그룹을 이루어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를 육로로 여행하는 투어 방식을 말한다. 
(2) 내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은 네덜란드 현역 모델 언니와 함께 수영했던 것을 의미함. 아프리카에서 본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그녀의 비키니 차림을 꼽겠다. 
(3) 오버랜드투어 역시 일종의 패키지 여행이다. 하지만 가이드가 A부터Z까지 모두 책임지고 여행자는 그냥 즐기면서 가이드를 부려먹기만 하면 되는 어르신들 동남아 여행과는 사뭇 성격이 다르다.


http://www.youtube.com/watch?v=maniyQe5cYs

  1. 카방고는 우리가 탔던 트럭의 고유 이름일 뿐이지, 아프리카 오버랜드 투어 트럭 전체를 아우르는 일반명사가 아니다. 각 트럭이 가지는 이름은 애칭으로 불림과 동시에 같은 회사 차량 사이에서 식별을 하기 위한 번호판의 역할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