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물&장소&문화

[장소] 카페의 독특한 믹스&매치 - 인문서원 로두스, 에코언니야, 카페 헤세이티

  언제부터인가 악세사리숍에서도 미용실에서도 모임공간에서도 아이스크림가게에서도 병원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다. 커피라는 음료의 대중성은 어떤 분야에서든 믹스&매치가 가능한 것 같다. 여러 분야와 믹스&매치된 커피숍들이 많지만, 동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커피를 파는 곳들을 소개해 본다.



인문서원 로두스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여기서 뛰어라




  로두스는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교양을 갈구하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로두스의 선별된 책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로두스의 책들은 주로 고전의 재해석과 고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책들이다. 한번 읽고 냄비받침대로 쓸 책이 아닌, 여러 번 곱씹을 수 있는 책들, 읽고 나서 토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은 『공자팬클럽 홍대지부』. 주인장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핸드드립커피, 인내심이 없는 자는 맛보지 못할지어다. 로두스는 생두를 주인이 직접 볶는 곳이다. 운 좋으면 콩 튀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책에 집중하고 있으면, 마스코트 천둥이가 조용히 다가와 코를 들이밀지도 모른다. ※너무 친한척하면 올라 탈수도 있음



2개의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고, 2주에 1번씩 노동세미나와 정치세미나가 열린다. 중, 고등학생을 위한 책읽기와 글쓰기 모임도 1주일에 1번씩 열린다. ☎051)581-6823 두실역 7번 출구 50m




에코언니야

-잘나가는 언니들이 다 모였다




  “언니야”는 경상도에서 여자가 여자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 ‘언니’는 통념처럼 손윗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에코언니야는 10명의 언니들이 모인 사회적기업으로 친환경 비누를 제조하고, 환경교육을 하며, 재활용으로 생활용품을 만든다. 언니들은 감각이 좋다. 언니들의 손을 거치면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둔갑한다. 팝아트가 별거냐. 페트병 밑 부분을 잘라 만든 발을 보시라.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보인다. 언니들은 나이가 지긋하지만 꽃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다. 에코언니야는 공식 후원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업고 있다. 국제영화제 배너들과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과 파일들은 국제영화제에 다시 내다 팔아도 잘 팔릴 것 같다. 에코언니야의 한 편에 까페가 있다. 까페의 모든 것은 재활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덤으로 친환경 제품, 먹거리도 사갈 수 있으니 장도 보고 목도 축일 수 있다.


언니들의 커피만 마시면, 빔프로젝트가 사용 가능한 까페를 빌려준다. 

☎051)581-0906 구서역 1번 출구 바로 앞.





까페 헤세이티

-온 천지가 글이다



  건물의 2층인 까페 헤세이티로 들어서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글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에. 글귀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 하기에. 큼직한 글씨가 빼곡한 종이들이 2층으로 가는 계단의 인테리어가 된다. 하지만 우선 까페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건조한 프랜차이즈 커피숍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까페 헤세이티에는 우연을 전공한 마법사가 까페 관리인으로 있다. 마법사의 마법봉은 페이스북이다. 그들은 마법봉을 이용하여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 준다. 커피숍이라기보다는 살롱과 같다고나 할까. 까페 관리인의 중계 하에 모르는 사람끼리 사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까페 헤세이티다. 수다를 떨다보면 인문학을 이야기하게 되는 마법 같은 공간. 까페 관리인과 까페를 노니는 사람들은 친구가 되고, 옆 테이블의 훈남도 친구가 되고, 까페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헤세도 친구가 되는 헤세이티.



정기적인 인문학 강좌를 준비하고 있고, 작은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070)4146-3937 금정로 91번길 22



  인문서원 로두스, 에코언니야, 까페 헤세이티는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마시며 창가의 소파 자리를 잡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커피숍들과는 조금 다르다. 인문서원 로두스와 까페 헤세이티는 2층이기 때문에 계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입성하기조차 힘들고, 에코언니야는 창가를 아름다운 발로 가려놓았기 때문이다.


  동네의 까페들은 번화가의 거대자본들이 만든 까페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컨셉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결국 그 동네 사람들이 모여야만 동네 까페들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문서원 로두스는 책과 지식을 무기로 삼아 동네를 공략하고 있고, 에코언니야는 친환경제품들로 동네 주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까페 헤세이티는 번화가에 있으면서도 세련되고 편안한 느낌보다는 자신들의 인문학에 대한 신념을 대자보를 통해 계속해서 보여줌으로서 투박하지만 머리가 꽉 차는 느낌으로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계속해서 소통함으로서 살롱의 역할을 하려 한다.


  이제는 까페가 동네사람들의 복덕방이 되고, 마을회관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이 작은 까페들은 문지방 닳도록 마을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객원 씨부렁이 김보람

ramiggoyam@naver.com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서 금샘마을 공동체가 만든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