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전에서 남산까지 께끼다*
- 청년문화단체와 마을공동체, 상생을 위한 동거
*께끼다 :
곡식 등을 찧을 때 옆으로 삐져나온 것들을 가운데로 밀어 넣거나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을 뜻하는 우리말.
마을도서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금샘마을공동체는 ‘영화가 있는 마을놀이터’, ‘금샘마을 단오잔치’ 등 지역의 문화행사를 만들어오면서 지역아동센터, 마을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6년 만에 이루어낸 값진 결과지만 아이들이 자라 청소년이 되는 시점이라 ‘청소년센터’도 고민해야 되고,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이전에 따른 원룸 증가 등 주거환경변화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금샘’은 이처럼 주거, 교육 등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생활의 문제들을 공동체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실천으로 풀어가는 소중한 지역의 문화이며 자산이다.
금샘마을 공동체는 금정구 남산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2011년 어린이 도서관을 이전하면서 지원을 받아 북카페도 함께 만들었고 지속적인 공동체 사업을 해나가기 위해 사단법인 등록도 했다. 올해는 문화관광부의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공모에서 선정돼 마을놀이터에서 지역민을 아우르는 공연을 펼치고, 지역활동에 대한 잡지를 제작하며, 아동․청소년을 위한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과 성과들은 공동체 운영의 노하우와 저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서는 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부산대 일대의 청년문화단체들이 주를 이루는 문화단체 반상회 ‘장전커넥션’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 및 생활공동체인 ‘금샘마을공동체’와 다양한 문화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장전커넥션’은 모두 금정구에 있다. 하지만 지하철 네 정거장 정도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지금껏 본격적인 교류나 협동의 경험이 없었다. 이렇게 귀한 협동의 경험인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생활 공동체와 청년문화단체 네트워크 간 협동의 경험과 교류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우선 마을공동체는 주로 육아와 교육 등 가족 단위가 중요한 구성원이다. 가정을 꾸려가면서 도서관운영, 어린이 센터 운영 등 공동체사업들을 함께 해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아동에 대한 교육 콘텐츠 마련이나 강사 확보, 단오제나 놀이터 영화제 같은 축제 준비까지 모두 공동체 내부에서 해결하느라 힘들었다. ‘장전커넥션’ 문화단체들의 경우에도 2011년 막 교류가 시작되었지 그 전에는 각자 활동하느라 주변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생계 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문화예술의 콘텐츠를 지녔지만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협력은 남산동의 콘텐츠와 젊은 인력 부족의 문제, 장전동의 청년문화단체의 콘텐츠 활용과 지속적 활동 확보라는 상호 보완의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의 과정에 자연스레 문화단체는 관심을 지역공동체로까지 확장하고, 마을공동체는 예술가나 문화단체들의 지속 가능성이 다양성의 공존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풍부하게 하는 데도 필요하다는 공감으로 나아가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세대 간의(2,30대 예술가 및 문화활동가와 4,50대 직장인 주부와 그의 자녀들) 교류와 협력이면서, 또한 문화예술과 생활의 연결이면서, 각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깊이를 만들어가는 상생이라는 점에서 ‘장전에서 남산까지’가 가지는 의미는 훨씬 크다 하겠다. 이 협력을 통해 지역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데 그 동안 간과하고 있던 것을 다시 환기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예술가의 자립과 아동과 청소년 문화교육, 청년문화와 마을문화, 콘텐츠의 다양성과 지역문화의 풍부함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상호교섭적이고 발전적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공유하는 데서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련되기 시작할 것이다.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양 거점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이 번 사업이 첫 번째 소식지인 “장전에서 남산까지 께끼다”의 ‘께끼다’처럼 지역에서 ‘잘 어울리게’ 서로가 ‘옆에서 잘 거들어’ 주는 과정이 되기를 응원한다. 그래서 또 다른 협력들과 관계들을 께끼는 소중하고 구수한 근거가 되었으면 한다.
by 씨부렁박
motwj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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