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친절한 지선씨
친구야!
니 요새 우째 지내노? 진짜 마이 보고 싶데이. 아 요새 날씨 쌀쌀하니 옷 단디 챙기 입고 다니라. 아 내가 왜 편지 한지 궁금하제?
니 부산에 광안리 불꽃축제 와봤나? 안 왔으면 불꽃축제 보러 오지마라! 불꽃축제가 뭐,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니 마니 홍보 많이 하는데, 니가 보기에 어떻노? 그게 뭐, 문화, 축제 어디 한 구석이라도 들어맞는 게 있더나?
내가 보기엔 진짜 아니라 카이. 지역 축제가 뭐고? 그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배경, 지역 문화, 산업에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 지는 거 아니가? 에고, 불꽃 축제가 뭐, 그 중에 맞아떨어지는 게 있더나? 폭죽 빵 빵 터트리고 하는기?
축제라는 것이 뭐고, 일상에 지친 주민들이 막걸리 한 잔하면서 맘껏 놀아보세 뭐 이런 거 아니겠나? 근데, 뭐 사람들은 불꽃 축제 카믄 멀뚱히 하늘 쳐다보다가 불꽃 막 현란한기 튀어 나오면 와 고함 한 번 지르고 끝이라. 일상 탈출은커녕, 사람들 인파에 밟히고 밟혀가지고 스트레스만 잔뜩 쌓여 온다 카이. 불꽃 나오는 그거 볼꺼라고, 막 우르르 몰려 나와서 발도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한거라이. 진짜.
지역 축제라 카믄 주민들이 다 어울려서 할 수 있는 기 있어야 하는디, 이건 뭐 멀뚱 멀뚱 서가지고 뭐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놀이’라는 개념이 없잖아 이거는. 아 그리고, 사람들끼리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고 소통도 되는 게 진정한 문화이고 지역 축제지. 이것은 진짜 한무데기 모여 있어도 각자 보고 끝이라. 집에 가다가 서로 부딪치면 인상 쓰고 하는 거지. 욕도 나오고 그자? 직접 뭐 해보는 것도 없는 그런 축제는 축제 아니다. 그자?
아따 고거 환경오염에도 억수로 문제가 된다카데? 아 뭐 안 그렇겠나? 그게 자연에서 난 것 가지고 한 게 아니라, 인공화약품가지고 다 하늘에 쏘고 바다에 쏘고 해샀는 긴데. 아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이산화 탄소 뿜고 빵구도 끼고 하면 얼마나 공기 오염 되깄노? 억지 주장이라고? 아따,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 탄소는 억지라 쳐도, 아 진짜 고게 환경이 안 좋다고 한다니까? 글쎄.
지역상권 살린다카는 것도 웃긴데이. 불꽃 축제 쏘는 것도 다 해외나 서울서 불러와가지고 하믄 부산에 남는기 뭐고? 되풀이 되면 될수록 여기서도 쌓이는 게 있어야 그게 지역축제 아니겠나? 광안리 주변 상가 장사하는 거도 지역경제 살리는 거 아니냐고? 그거 아나? 불꽃 축제로 사람 몰리면 모텔부터 민박까지 요금이 세배 네 배 뛴다카이. 민박 방 하나 15만원 20만원이 말이가 소가? 지역경제 활성화가 바가지로 이루어지면 이게 자랑이 아니고 밑보이는 짓 아니가?
마 그러니까 니는 부산까증 내려 와 갔고 절때루 불꽃축제 같은 거 볼 필요 없데이. 뭐 해외에서도 관광온다카든데, 니는 그러면 안되는 기라. 왔다 갔다 하는 차비 안 그래도 비싼데, 헛으로 쓰지 마라카이.
제대로 된 부산의 지역 축제가 생기믄, 그때 되서는 내가 오라고 꼭 말할구마이. 아 근데 그런 문화축제, 지역축제가 언제쯤이나 생길라카나모르겠다이.
어쨌든 날씨도 추운데 옷 단디 입고 감기 조심하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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