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친절한 지선씨
친구야.
저번 주에 불꽃 놀이 축제 편지 잘 받았나? 그거 읽고도 그 축제 보러 갈 생각 가지고 있는 거 아니제? 그래 뭐, 니 요새 취업 준비 하느라꼬 그런 거 갈 엄두도 안 나겠지. 아따, 그저께, 내가 책이라도 좀 볼라꼬 도서관에 갔거든? 아, 근데 말도 마라, 억수로 학생들 많더라고. 그래 가꼬 윽수로 감동했다이가. 아 근데 자세히 보니까 다들 취업 관련 책 보고 있더라꼬. 그거 보고 있으니까 니가 눈앞에 아른아른 거리데? 고향 떠나가꼬 취업할끼라고 고생고생하고 있을 니를 생각하니깐 마음이 짠하더라. 니랑 내랑 죽마 고우 아니가? 고등학교때는 니랑 내랑 책도 많이 읽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입시 준비한다꼬 그때부터 공부 공부거리다가 대학생 되자마자 또 취업취업 거리고 있으이 우리도 참 딱하다 그자? 내는 사회학한다꼬 여기저기 댕기면서 공부한답시고 놀러도 댕기가 아웃사이더 다 돼가 덜한데 니는 참 피가 마르겄다.
요즘 대학생들 토익, 컴퓨터 자격증, 어학연수 뭐 이런 스펙 쌓는다고 독서를 못한다카데? 한겨레 신문을 읽다가 봤는데, 대학생들이 인터넷, 휴대폰, 게임, 영화 같은 것들 한다고 지 여가시간의 67%를 쓴다 하더라꼬. 독서는 4% 밖에 안된다 카더라. 그 독서도 자기계발에 관한 책이거나 면접 대비용으로 읽는 게 태반이라더라. 변변한 교양서 몇 권 읽고 졸업하는 경우도 소수라하니 말 다했지. 참.. 안타깝다 고마. 내가 뭐, 평소에 독설을 많이 하고 댕기긴 하는데, 이거는 단순하게 대학생들만 탓할 수 없는 문제 아니가. 팔팔한 나이에 인생의 자양분이 되는 책도 제대로 못 읽고 취업에 시달리는 거 보니 참 맘이 아프다..
참, 그렇게 보면 뭐 독서만 못하게 되드나? 돈 없고 취업 준비하느라 시간 없어가지고 연애 못하는 아들이 또 와 그래 많노? 크리스마스 다가오는데 옆구리 시리도 꾹꾹 참아가며 취업 공부하고 있을 니를 생각하니깐 내가 미안하다카이. 토익 공부하랴, 자격증 준비하랴, 학비 보탤 돈 마련한다고 알바하랴. 연애 꿈도 못꾸는 사람도 많다카데? 주머니 사정이 먼저 떠오르는 기라. 내가 자리 잡지 못했는데, 연애는 할 시간도, 거기다가 쏟을 정신도 없다카더라. 그리고 남자들이 예전보다 연상을 선호한다카다라고. 연상이 경제적으로 덜 부담되니깐 그렇다데. 무슨 결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막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돈 봐가면서 연애를 해야 하니 이거를 우째야겠노.
그리고, 배낭여행이 대학생의 낭만이라 카던데. 이제는 그 낭만도 줄어들고 있다카데. 여행을 하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보다는, 이제 스펙 하나 쌓을라꼬 유학을 간다 하더라고. 그나마 그 돈도 없는 아들은 유학도, 여행도 꿈도 못 꾼다더라.
참..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던 그 때가 좋았는데. 요새는 그럴 시간도 없제이? 내도 누구랑 이야기 좀 해볼라 해도 그런 사람들 찾기가 어렵더라. 책벌레라꼬 불리던 니도 책보다는 영어책을 붙들고 추운 겨울에 씨름하고 있제? 그라고 옆구리 많이 시릴낀데 니 연애도 못 하고 있제? 참, 마음이 아프고 한숨이 나온데이. 우짜겠노.
공부한다꼬 지금은 견디자, 견디자하면서 행복을 몇 년 뒤로 미루지 말고, 우리가 지금 뭘 좋아하는 지, 뭐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 가믄서 그렇게 살제이.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른다 안카나.. 추운데 감기 안걸리 게 조심하그래이. 담에 내려올 때 늑대목도리 하나 두르고 오고. 알겠제?
참고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4071.html
이미지 출처
http://cafe.naver.com/it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9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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