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린 것의 자리 by 마틴 여린 것의 자리바깥으로 떠난 여행에서 비가 계속되어 이틀간 숙소 안에 있게 되었다가, 떠나는 날에 부랴부랴 오른 공주 마곡사는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인간이 지은 것과 자연이 지은 것이 누대의 세월속에서 서로 조화를 찾아낸 풍경이었다. 천 오백년전에 지어졌다는데, 당시의 절은 후대의 것보다 작았나보다. 대웅전마저 소박하여 사찰의 용마루는 능선의 품에 쏘옥 안기었고, 나무기둥은 금강송과 어깨를 나란히 기대고 있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하고 나뭇가지 부러진다. 보니, 바닥에 여럿 떨어져 있다. 법정스님은 에서 이렇게 썼다. “그 겨울 가야산에는 눈이 많이 내렸었다. 밤이면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에 꺾인 것이다. 그 고.. 더보기 평화통일 (平和統一) [평화통ː일] by 김이현 사전에 평화란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나와있다. 또, 통일은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ㆍ체계 아래로 모이게 함’으로 나와있다. 이 사전적 의미를 합쳐서 평화통일이란 ‘전쟁이나 분쟁 없이 평온하게 하나로 모이는 것’을 뜻한다. ... 학교에서는 항상 평화통일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 다른 것을 인정하며 맞춰나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는 종종 평화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평화교육을 듣다보면 어떤 게 평화교육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항상 내용은 비슷하다. 북한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하게 사는지, 김정은의 독재정치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지, 왜 북한에서 도망치는지 등등의 내용들뿐이다. 항상 학교는.. 더보기 대학, 거대한 장애물에서 지역의 이웃으로! - 신촌 원룸축제 실패와 부산외대의 이전 by 편집장 * 대학이 있어 좋은 게 아니라 대학 자체가 거대한 장애물 “두 개의 대학에 둘러싸인 마을은 대중교통도 멀리 돌아와야 할 뿐 아니라 대학을 가로질러 마을로 가는데도(차로)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대학이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대학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이죠.” 연세대와 이화여대에 둘러싸인 신촌 주민의 이야기다. 최신의 문화를 접하고, 주민이 캠퍼스를 산책로 삼기도 하고, 도서관 등 대학시설을 함께 이용기도 하면서 대학이 있어 지역의 자랑이 되던 것은 옛 말이다. 도서관이며 시설들이 대학생들의 수요에 맞추는 것에도 급급해 지역주민들에게 열어둘 자리가 별로 없다. 게다가 주거지역들이 상가나 원룸촌으로 변하면서 오래 그 지역에 살았던 주민들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그나마 생활을 꾸.. 더보기 선배시발(先輩始發)론을 넘어 후배무용(後輩無用)론으로 글 : 편집장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2012년 대학을 이제 막 졸업했거나 해야 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살지 감 못 잡고 있는 세 바보가 뭉쳤다. 이들은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식의 바보 같은 질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이름하여 세 얼간이 프로젝트(3 idiot project). 인터뷰를 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인터뷰 내용과 사진을 정리해서 꼬박꼬박 웹에 포스팅까지 했다. 교수도 선배도 주지 않던 답을 스스로 찾아 나선 세 바보의 엉뚱한 행보에서 청춘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취업 스트레스에 탈모가 일어나고, 밥을 주문하기 전 지갑에서 지폐보다 망설임을 더 두껍게 꺼내는 청년들에게서 이런 시도가 일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 더보기 양아치 세계에서의 사회적 기업과 SSM 니가 양아치냐? 건달이 동생을 교육시킬 때 쓰는 말이다. 도대체 건달은 뭐고 양아치는 뭐길래 어두운 세계에서조차 중심과 주변의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둘 다 폭력의 세계에 몸담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차이는 원칙과 철학이 존재하느냐 없느냐에서 갈리는 듯하다. 최소한 지켜야 하는 룰을 지키는 쪽은 건달이고 룰 없이 막 가는 것이 양아치다. 폭력이 숭고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만약에 폭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원칙이나 철학이 필요할 수는 있겠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폭력이 없는 세계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분명 중요하게 작용할 듯하다.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 건달처럼 보이는 세계의 뒷면에 작동하는 양아치적 논리를 잘 보여준다. 폭력의 세계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건달로서의 원칙을 깨기 시작했을 때.. 더보기 [특집-협력을 통한 문화의 흐름 3] 어울림의 감동이 있는 지역사회로 - 금정구에서 만들어지는 협력들 박진명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선생 눈에는 가르칠 대상만 보이고, 검찰 눈에는 사기꾼만 보이고, 장사꾼에게는 고객만 보인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벽이 되고 혼자 떠들고 있거나, 시도 때도 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날리고, 속이든 뭐든 팔아먹을 궁리만 하게 된다. 그런 습성의 벽이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 여행의 어느 순간이고, 예술을 통해서 감동을 받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그런 변화의 시간이 꼭 장기간의 여행이나 위대한 예술에서 시작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장점이나 가치가 달리 보이기 시작할 때 또한 크게 벽이 허물어지는 시간이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좋은 사귐이 또한 여행이고, 커다란 감동을 동반한다. 그걸 모르는 .. 더보기 [특집- 협력을 통한 문화의 흐름2] 청년문화와 지역공동체의 협력 장전에서 남산까지 께끼다* - 청년문화단체와 마을공동체, 상생을 위한 동거 *께끼다 : 곡식 등을 찧을 때 옆으로 삐져나온 것들을 가운데로 밀어 넣거나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을 뜻하는 우리말. 마을도서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금샘마을공동체는 ‘영화가 있는 마을놀이터’, ‘금샘마을 단오잔치’ 등 지역의 문화행사를 만들어오면서 지역아동센터, 마을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6년 만에 이루어낸 값진 결과지만 아이들이 자라 청소년이 되는 시점이라 ‘청소년센터’도 고민해야 되고,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이전에 따른 원룸 증가 등 주거환경변화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금샘’은 이처럼 주거, 교육 등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생활의 문제들을 공동체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실천으로 풀어가는 소중한.. 더보기 [특집- 협력을 통한 문화의 흐름1] 연대를 통한 청년들의 실험 부산 ‘회춘’을 넘어 ‘청년문화 수도’로 - 네트워크로 맺어진 부산 청년문화의 흐름 2011년 도시공공예술프로젝트 “회춘프로젝트”(이하 회춘)는 다양한 청년문화단체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일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 스스로 얼마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지 확인했고(공공예술프로젝트 사업평가 전국 1위) 세간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무엇보다 청년들 스스로가 놀랐음은 물론이다. 그러한 자기 확인이 작년 한 해에 그치지 않고 2012년에도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회춘’의 공공효과가 분명 있긴 있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회춘’의 주 무대였던 부산대 일대의 문화단체 10여 곳이 ‘장전커넥션’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반상회를 열고 있.. 더보기 [바싹 컬럼] 잔인한 먹이사슬의 학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라는 책이 있다. 배우 김혜자씨가 쓰신 책으로 책 제목만 본다면 학대나 체벌에 관한 책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에는 우리가 지금 풍요롭게 의식주를 누리고 있는 동안 반대편 지구에선 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 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기에 책의 제목이 그만큼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다시 한 번 기억했던 이유는, 올해 초 기사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미삼아 개 도살’. 이 기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등학생. 고등학생 몇 명이 마리가 아닌 연쇄적으로 개를 훔친 후 인근 공터에서 재미삼아 도살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보기 [바싹 컬럼] 흥미와 생계의 차이 요즘은 가을 날씨이지만 뒤늦은 더위가 오는 것처럼 날씨가 덥다가도 시시때때로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남포동 용두산 공원의 거리화가들은 한마디로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 비가 오면 공원을 찾는 사람도 많이 없고, 이것은 그들의 소비자들이 그들을 찾지 않는 말이 된다. 그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취미와 직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이상과 현실속에서 헤매인다. 도중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이상을 찾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현실에 적응하며 생계를 위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이상을 꿈꾸며 삶을 살지만 현실, 즉 생계를 버텨나가야 한다는 것에 머무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예술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