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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문득 이 단어 ] 에세이

첫사랑, 그 아름다운 한 마디에 대해

>> 글 : 현 수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사람들은 첫사람에 참 많이 설렌다.

자신의 이야기이든 남의 이야기이든.

첫사랑이라 하면 어쩐지 서툴고,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도 몰라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런데 그것마저도 귀엽고 애틋하고,

헤어짐은 드라마틱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게 기억된 것이리라는 기대가 있다.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로맨틱한 루머도 있다.

 

그런 것이 어디 첫사랑 뿐이겠는가.

처음 한다는 것은 늘 서툴고 어색하다.

해본 적 없는 일도 척척하는 사람을 보면 "처음 하는 사람 같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 '처음'이란 어설프다.

그걸 모두가 알기 때문에 '처음'은 조금 잘못해도 괜찮다.

글자 그대로 "처음엔 다 그래"다.

 

'첫'이란 감동이기도 하다.

취직한 첫 달에 받는 '첫'월급이란 감격이 남다르다.

둘째 달 월급부터는 일상이 되므로, 일상이 되기 전까지 감격을 누려야 한다.

첫출발, 첫직장, 첫만남, 내 아이가 떼는 첫울음과 첫걸음.

어느 것 하나 감동이 아닌 것이 없다.

 

'처음'처럼 우리가 강력한 판타지를 갖는 말이 있을까.

위에 언급한 저 수많은 단어들만 해도 너무나 선명한 이미지가 드러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시작과 끝이 있다면,

시작을 장식하는 이 모든 것들은 시작이라는 그 의미만으로 아름답다.

미완성인 상태조차도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순간은 오로지 처음밖엔 없는 듯.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사람들은 첫사랑 이야기에 참 많이 설렌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들이 갖는 첫사랑에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쩐지 서툴고,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도 몰라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런데 그것마저도 귀엽고 애틋하고,

헤어짐은 드라마틱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게 기억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평범한 첫사랑 이야기는 '시시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런 것이 어디 첫사랑 뿐이겠는가.

 처음 한다는 것은 늘 서툴고 어색하다.

그래서 처음 한다는 것은 무시당하기 쉽다.

"처음 치곤 잘 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아랫사람의 위치에 놓인다.

처음같은 어설픔은 무르익지 못한 풋내기, 곧 '초짜'라는 말로 비난받는다.

숙련되지 못한 것은 이렇듯 관리 혹은 비하의 대상이 된다.

 

'처음'이란 의무이기도 하다.

처음이 좋아야 끝이 좋다고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첫째가 잘해야 아랫사람들이 잘 따라오므로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인상도 첫인상이 이후의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결정짓는 편견이 되기 때문에

남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도 생겨난다.


'처음'처럼 우리가 강력한 판타지를 갖는 말이 있을까.

어설퍼도 괜찮다던 처음이 도리어 어떤 때에는 어설프면 안 된다는 강요를 받는다.

'처음'에 주는 부담감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비롯된다.

심지어는 '처음'이라는 이유로

'처음이 아닌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강요받기도 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처음, 첫사랑

처음 만났다고 첫사랑이 아니라

진실로 깊이 사랑한 첫 번째 사람이 첫사랑이란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허구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누구도 모르는데

진실로 깊은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보다 이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고 있구나"

혹은

"그때 그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었는데."

라는 경험적인 믿음을 갖는 수밖에 없다.

첫사랑이 성립하려면 결국엔 처음이 아닌 사랑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첫사랑은 판타지가 된다.

 

하지만 저만큼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만 첫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처음 고백해보고 만난 사이에서 훨씬 더 많이 쓰지 않나.

그런 첫사랑은 실로 풋풋하다.

그런 첫사랑에 누구를 만났는지, 어떻게 했는지가

이후 연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사랑'앞에 붙은 '첫'에게 우리가 붙이는 아름다움의 의미 때문이 아닐까.

때로는 첫인상 같은 부담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첫걸음이나 첫울음 같은 설렘을 주는 그것.

좋은 연애를 위해, 상대를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는 시절.

그러나 처음이기에 조금 어설퍼도 괜찮은 시간들.

뗄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남은 첫사랑, 첫키스, 첫만남, 첫연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어간다.

언젠가 내게도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아름다운 꿈이 있었다는 기록이

살다가 쉼이 필요할 때 기댈 곳이 되어줄 것이니.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한 마디.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