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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장소&문화/Young Critic with LIG ARTS

<더 뺀드 부산. 백현진 +정차식> F(x)= 더 밴드+더 밴드= 더 뺀드?

글 : 정 현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미적분이니 수투니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머리 아파질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값들이 모여 뭉쳐 새로운 값을 만들어 내는 게 좋았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싫어했던 것도 같은데 좋아진 건 중학생이 되어 함수를 배우고 나서부터다. 수학선생님은 함수가 마술상자 같은 거라서, 상자 속으로 집어 넣었던 것들이 하고 다른 것으로 바뀌어서 나온다고 했다.

 

LIG의 더 뺀드 기획도 나한테는 거대한 마술상자 같은 거라서, 서로 다른 듯 같은 밴드 둘이 모여 하고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지켜본다는 게 약간 설렜다. 백현진과 정차식. 둘이 묶어서 생각해보니 왠지 이름들도 수학공식 같달까.[1] 이렇게는 말하지만 사실은 둘 다 별로 나랑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다. 남들 다 듣는 인디음악만 듣는 흔한 비주류인 나는 별로 안 흔한 비주류뮤지션들인 그들을 이번 더 뺀드 부산공연에서 처음 만났다.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지만 별 감흥도 없었다. 평소 좋아하던 그룹들도 아니고, 그저 둘둘씩 묶어 놓은 이 화려한 패키지기획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을지 흥미가 생겼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공연에 가서도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무대에 백현진이 걸어나와 아무런 인사말도 없이 바로 노래를 시작했을 때 든 생각은 , 이 사람 발음이 참 좋구나였다. 발음이 좋아서 처음 듣는 가사들도 잘 들렸다. 마음을 쥐어짜듯 울면서 부르는 백현진의 노래는 어느덧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들렸고[2] 나는 그 이야기를 노래의 운율에 맞춰 들었다. 자궁암에 걸린 친구의 아내 이야기와 끝내주는 몸을 가졌지만 불안해 보이는 여자애와 술을 마시는 이야기가 담긴 노래, ‘여기까지를 부를 때쯤에는 떨면서 부르는 그 목소리와 슬픈 가사에 어느덧 마음이 슬퍼졌는데, 라릴리라라- 하는 우는듯한 허밍과, 허공을 의미 없이 박자에 맞춰 왔다 갔다 하는 백현진 특유의 손짓과 발짓이[3] 그 마음을 위로 해 주는듯했다. 사람을 멋대로 슬프게 하고 울게 하고 위로 해주는 백현진의 노래를 듣고 나니 괜시리 슬펐다.

 

 

 

                                                                                                <사진제공 : LIG문화재단(photo by 김상협)>

 

그 뒤로 부산사람이지만 부산을 그닥 좋아하지도 애착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정차식의 공연이 이어졌다. 부산에 애착이 없다고 거듭 말하는 그는 사실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한 팬인 듯 하다. 실제로 공연 도중 롯데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4] 그러고 보니 부산에도 애정이 없다고 해놓고 자꾸만 부산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역시 부산을 사랑하는 부산남자라는 생각이 들기도.[5] 그의 무대도 어딘가 그런 애매하고 알 수 없는 모순적인 태도와 닮았다. 베이스, 건반, 전자 바이올린, 드럼, 기타 등 많은 세션들이 무대 위에서 휘몰아치는 연주를 했고, 맨발로 무대에 선 정차식은 흥에 겨워 얼쑤 절쑤 하면서 무대 위를 휘저으며 노래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랬다. 전통적인 록에 한국적인 정서를 결합한 풍각쟁이같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부산남자 정차식은 뭔가 음산했고 신났고 이상했고 축축 처졌고 끈적거렸다.

 

담백하고 뻑뻑하고 슬프고도 추웠던 이번 공연은 둘의 만남 자체가 딱히 부각 되었다던지 큰 시너지 효과나 스펙타클한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백현진은 백현진의 노래를 불렀고, 정차식은 정차식의 노래를 불렀다. 멋진 마술상자를 기대했지만 사실은 맥없을 만큼 단순한 일차함수였달까. 백현진의 말에 따르면 자기들 둘의 공통점이라고는 미혼남성 정도라고 했으니. 하지만 재미없었던 이 둘의 만남이 오히려 양가감정을 느끼게 해줬는데, 이 조합이 재미없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재밌었다. 잘 어우러지거나 환상의 하모니가 척척 맞는 무대는 없었지만, 그들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더 뺀드라기보단 더 밴드+더 밴드공연. 재미없었지만 좋았다. 사실 나는 복잡한 수학공식들보단 단순하고 쉬운 일차함수를 더 좋아하니까.

 


 

 



[1] 일차식 이차식 방정식 같은거..?

[2] 비록 본인은 공연할 때 관객을 그닥 염두에 두지 않고 한다고 하지만.

[3] 본인은 물리적으로 보자면 공옥진여사의 춤과 닮았다고.

[4] 근데 롯데야….(3) 갑갑하다….” 와 같은 멘트를 날린것으로 보아 롯데는 사랑하는데 승패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날 롯데는 삼성을 21로 이기며 3위로 올라섰다.

[5]자꾸 자신이 부산사람이라는 걸 강조하는 걸 봐서는 분명 부산이 좋은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