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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안내/생존사

[서동특집] 서동을 걷다

 

 

 

부산에 살고 있어도 잘 모르는 동네가 한둘이 아니다.
서동도 그런 동네 중 하나다.

부곡동쪽에서는 윤산과 동현중학교가 있는 작은 야산,
금사동쪽으로는 옥봉산 등 그리 높지 않지만 산들이 막고 있어
진입로가 좁고 분지 같은 지세다.
이 때문에 금정구, 해운대구, 동래구에 모두 인접해 있으면서도
눈으로 찾기는 힘든 곳이다.
대중교통도 종점이 서동인 155번 버스를 제외하면 돌아가는 차량이 많아
서면, 해운대, 부산대로 가는 사람들도 서동을 지나는 노선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

 

 

 

 

지금의 서동은 자연발생적인 마을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산복도로에 밀집해 살고 있던 사람들을
영주터널이 뚫리면서 계획적으로 이주시켜
현재 서동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서동고개를 기점으로 산쪽에 붙어 있는 건물들은
아래쪽에 집들이나 건물보다 훨씬 좁고,
건물 사이가 촘촘하게 붙어 있다.
높은 곳에서 동네를 한눈에 내려다보면 단번에 볼 수 있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서동의 골목을 걸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집단 이주와 더불어 생긴 촘촘한, 좁은 건물과 골목들은
동구나 중구 일대의 산복도로나 요즘은 공공미술로 유명해진
감천동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마을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대개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다.
특이하게도 반송동, 반여동, 서동은 바다가 아닌 곳임에도
좁은 골목과 빌라 건물들이 산 능선에 밀집해 있다.
세 곳 모두 급격하게 도시화가 이루어진 도시를 재정비하기 위해
주민들을 집단 이주시킨 것이
건축이나 골목 등 마을의 외형이나 분위기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서동은 산복도로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야트막한 서동고개를 전체적으로 건물들이 뒤덮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가 없는 분지의 언덕을 뒤덮은 촘촘한 건물들은
지난 역사의 생생한 증거이면서 또 서동이라는 동네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긴 집들에 사람들이 살아왔고 또 살고 있다.
누구에게는 그 좁고 붙은 집들이 떠나고 싶은 곳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이웃을 사귀고 정을 붙여온 고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동주민에게는 더 애틋한 이야기들과 애증이 뒤섞일 법하다.
서동에서 부곡동으로 이사를 나온 할머니가 굳이 서동의 경로당에 가는 이유이자
이사를 갔다가도 돌아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주된 사람들이 낯선 곳에 적응하고
그곳을 고향으로 가꾸어온 수십 년의 시간 속에
수많은 애환이 담겨 있지 않겠는가.

 

 

 

 

그림쟁이, 글쟁이들이 그곳의 이웃 몇 명과 서동을 걷고,
밥을 먹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서동을 느껴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청년들의 관심이
서동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서동의 매력을 알리고,
또 오래 살았지만 그곳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웃들에게는
다시금 스스로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 박진명



* 이 기사는 금정구의 지원을 받은 "서동, 고개를 넘다" 책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