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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오륜동특집] 오륜동을 걷고 생각하다 - 오륜동 산책로 이야기

 

<어서오세요. 오륜동 갈멧길로.>

 

갈맷길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부산의 곳곳을 걸으며 살펴볼 수 있는 길이 바로 갈맷길이다.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겠다. 부산의 상징인 바다와 갈매기를 따서 명칭한 갈맷길은 임랑 해수욕장에서부터 가덕도에 이르는 총 아홉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제8코스가 오륜동을 가로지른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갈맷길 700라 하여 이 갈맷길을 전체적으로 정리하였으며, 여기에 나와 있는 경로가 현재로는 가장 정확한 경로인 것으로 확인된다. 오륜동의 갈맷길은 오륜본동을 두고 두 방향으로 나 있다. 하나는 오륜동 새내마을로 가는 부엉산을 넘어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오륜본동을 크게 돌아가는 땅뫼산 산책길이다. 각 길의 특징을 간단하게 짚어보도록 하자.

 

-땅뫼산 산책길

땅뫼산 산책길은 회동댐에서 새내마을을 향하는 길목에서 본동 앞의 회동지 수변을 따라 도는 길이다. 땅뫼산 산책길로 가지 않고 곧장 본동마을에서 부엉산 전망대를 향하는 길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길이 평탄하고 시원하며 다 걷는 데에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므로 간단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회동댐에서의 수변산책길을 따라 오륜본동으로 걸어 나오다 보면 땅뫼산 산책길로 들어가는 표지 화살표가 나온다. 그리로 들어가면 오륜본동 앞의 농경지와 회동지 사잇길로 이어진다. 농지를 가꾸는 주민들의 곁을 지날 때에는 너무 구경하듯 쳐다보지 말고, 일상의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자.

 

<회동저수지를 따라 돌아가는 고적한 산책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른편으로 햇살을 받는 수면을 감상하고, 왼편으로 저 너머 마을 회관과 고적한 집들을 살피며 길을 따르다 보면 회동지 수변을 따라가는 자연산책로가 나온다. 경사가 없으며 임야의 느낌이 강하고, 나무그늘이 몹시 시원하다. 오와 열을 맞추어 늘어선 전나무들을 보며 이곳이 잘 정돈된 곳임을 느끼게 된다. 이 순회로의 중간에는 회동지 가까이로 완전히 다가가는 수변전망대가 한 군데 설치되어 있다. 그늘을 주는 키다리 나무는 없어도 그 덕에 저수지의 잔잔한 물결을 가까이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걷는 내내 녹음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볕이 좋은 날 햇살을 잘 받으면 투명한 연두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나뭇잎들을 가득 감상할 수 있다.길을 끝까지 따라가면 자연산책로가 끝나고 오륜본동으로 연결된다. 처음 진입로에서 밭 너머로 보던 마을회관 앞길로 나오는 것이다. 회관에서 조금만 더 동구로 나오면 장전 지하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 종점도 나온다. 약간 돌아가는 곳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과 농사 짓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풍경.>

 

 

-부엉산 전망대

부엉산은 높은 산이 아니다. 고도 175m밖에 되지 않는다. 전망대로 오르는 거리는 400m. 시간은 15. 하지만 결코 얕잡아보아서는 안 된다. 이 길은 산책로라기보다는 등산로이다.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난간용 밧줄을 따라 지그재그로 올라야 한다. 15분 만에 올라간다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으므로 꼭 마실 것 등을 준비할 것.

갈맷길 700라는 자료집에는 이 경로가 비교적 잘 나와 있다. 북행한다고 가정하면 수변산책로에서 땅뫼산 산책길을 돈 다음 오륜본동 마을회관을 지나 부엉산 전망대로 오르는 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현지의 안내표지판에 나와 있는 경로에는 잘못된 것들이 많았다. 어느 표지판에는 멀쩡히 나와 있는 경로가 어느 표지판에는 폐쇄경로라고 되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아예 표시도 없는 곳도 있었다. 이는 잘 조성된 갈맷길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한 요소가 될 것이므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엉산 전망대에서 북쪽 상현마을 방면으로 내려다본 풍경.>

 

내가 방문했을 당시 부엉산 전망대에서 새내마을로 향하는 갈맷길은 낙석 공사로 인해 차단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갈맷길 표시만 보고 이 길로 올라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왕복 30분의 시간을 소요할 만큼의 가치를 해 주는 곳이 바로 부엉산 전망대이다. 전망대는 본동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본동마을을 에워싸듯 감싼 회동지의 양면을 다 내려다볼 수 있다. 남쪽으로 시선을 주면 발치에 마을과 땅뫼산 산책길이 내려다보이고, 그 앞으로 고요한 회동지가 드러난다. 북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새내마을과 선동마을이 멀리로 보이고 발 아래에서부터 넓게 펼쳐진 회동지가 장엄하기까지 하다. 내가 서 있는 전망대의 바로 아래가 빼어난 오륜대 절벽이다(새내마을로 가는 길에 잠깐 나오는 수변도로에서 이 절벽을 바라보면 경관이 빼어나다). 맑은 날에는 마을 전체를 뒤덮는 구름의 그림자를 볼 수도 있다. 갈맷길을 걷는 동안 쌓인 피로와 더불어 부엉산을 오르느라 겪은 힘겨움까지 모두 만회해줄 만큼 멋진 풍광이다.

현지 표지판에 그려진 선을 따라 전망대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따라가지 않는 쪽을 권한다. 마을로 향하는 이 길은 전망대로 오르는 길보다 계단 조성도 되어 있지 않아 거칠고 험하다. 마을길이라 적힌 작은 표지가 말해주듯 일반이 탈 만한 길은 아니다. 또 여기에서 새내마을로 넘어가는 갈맷길 경로는 현재 막혀 있는 상태이므로 부엉산 전망대를 볼 것이 아니라면 본동마을에서 일반도로를 따라 번영로 굴다리 앞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새내마을로 접근하면 된다. 빨리 공사가 끝나고 이 길이 열려서 갈맷길의 본 경로가 다시 열렸으면 한다.

 

<부엉산 전망대에서 남쪽 회동댐 방면으로 내려다본 풍경. 산 아래 오륜 본동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소박한 정취가 묻어 있는 오륜동 갈맷길. 마을버스로 진입하기도 용이하니 날씨 좋은 주말쯤 가족이나 연인과 손을 잡고 가볍게 한 번 걸으면서 잔잔한 호수에 마음의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이모작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