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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식

축! 생활기획공 간 통 두 통 맞이!








  취업을 위해 탈모를, 쪽방을, 연애를, 축제를, 산책을 감수해야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삼포세대’의 ‘삼’은 만장대나 억수의 ‘만’이나 ‘억’처럼 상징적이어서 열거하게 되면 단순히 세 가지로 끝날 성격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즐거움과 활기를 담보 잡히고, 자존감을 곳곳에서 바닥 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대세다.


  이 년 전 그런 대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세 명은 장전동 지하철역 1번출구 맞은편 40평(그것도 1층에) 공간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도 1층에. 그곳이 바로 생활기획공간 통이다. 우리는 왜 겁도 없이 이런 공간을 만들었나? 각자 이유야 다르지만 한 가지 공유하는 목적이 있다면 즐거움을 담보 잡히지 말자는 것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대개가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다가 언젠가부터 즐거움을 저당 잡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통’은 그것이 오히려 부당한 일임을 우리들의 즐거움을 양보하지 않는 것으로 환기하고자 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옳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채워지는 세계를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가 살아갈 세계(집)를 스스로 지어보지도 못하고(않고) 바로 기성의 세계와 아파트에 세를 들자니 께름칙했다. 실상은 기성의 문법을 따르자니 전세금도 없었을 뿐 아니라 대출받을 신용도 없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일은 거기서 시작된 셈이다. 그렇게 아파트에 입성할 수는 없었던 우리는 힘(돈, 시간)을 보태 우리 아닌 다른 사람도 함께 스스로의 집을 지어볼 수 있는 작은 공간 ‘통’을 만들었다. 그때 나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그 과정을 ‘중력장의 휘어짐’이라고 표현했다.


  공정여행, 글쓰기, 영화보기, 그림책 읽기, 예술과 사회 세미나, 보드게임, 인문학 강좌, 청소년 인문 교육, 릴레이 소개팅, 음악감상, 전시, 책읽기, 타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파티, 누구나 강좌에 서보기, 거리 만들어 술 마시기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통 내부에서만도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고, 밖에서 공연이나 축제를 만드는 등까지 더하면 훨씬 버라이어티하다.


 통이 지역문화에서 가치가 있다면 아마도 위에서 보는 것처럼 주제의 개방성이다. 통섭이 유행이라지만 하나의 집단이나 단체가(개인도) 이 분야 저 분야를 넘나들면서 여러 활동에 개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인 ‘통’이 가치가 있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성’이 아니라 여러 이질적인 분야를 넘나들면서 뒤섞는 ‘아우름’에 있다.


 


<통 1주년 ; 청소년 성장통 친구들의 축하공연 모습>



  이런 통이 곧 2주년을 맞는다. 두 통을 앞둔 운영자들에겐 걱정거리가 있다. 3년 안에 통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직업이 되도록 하자는 다짐이 있었는데 벌써 두 돌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일들을 해내고 있고, 또 그 방식이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을 모아내는 것이기에 ‘통’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지역의 요구에 보조를 맞추는 사이 정작 통 자체의 지속성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중력장의 휘어짐은 강렬한 인상과 성장을 준 만큼 여러 살림들을 다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빠르기도 했다.


  9월 9일 ‘통’ 2주년 생일잔치가 진행된다. ‘별통별(별스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5분 발표)’, 식사, 산책, 공연과 음주가무가 이어질 예정이다. 두 돌을 기점으로 운영자들도 통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매개하고 창조하는 공간이 되도록 합심할 것이다. 통에서 술 한 잔이라도 먹었거나, 프로그램 때문에 방문했거나, 지나가다 보았거나, 소식 메일이라도 받으시는 모두들 오셔서 축하와 더불어 통의 3번째 구름을 격려해주시길.


  2년의 빠른 시간동안 만들었던 즐거움과 협력 관계들을 밑거름으로 ‘통’이 지속적으로 구르는 동안에 ‘삼포세대’의 ‘삼’이 더이상 ‘억’이나 ‘만’과 같은 상징이 아니라 그저 노파심의 숫자가 될 것이다. 



※ 두통 내용


1. 별통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별의 별 이야기

- 남은 2012년을 위한 자기 선언과 자기 소개


2. 블레싱

- 통의 2주년을 다양한 방식으로 축하


3. 쉐프와 함께 저녁식사


4. 달려라 음주가무


5. 긴장해소와 화이팅을 위한 푸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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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부렁 박

motwj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