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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손녀방송국, 채널 223 ] 매체

제 5화. 섭섭해진 뉴스야 제 5화. 섭섭해진 뉴스야 아홉시. 마루에 걸려있었던 괘종시계가 둥-하고 시간을 울리면, 할머니는 이불을 깔고 뉴스를 틀었지. 그리곤 한 팔에 나를 뉘여 어깨를 토닥토닥 하며 앵커들의 그 딱딱한 발음 사이로 흘러나오던 세상 이야기를 듣곤 했었어. 나한테 뉴스는 맛없는 종합캔디 같았어. 계피맛, 박하맛 뭐 이런 거만 가득 들어있는 촌스런 종합캔디. 딱 그거였어. 그래도 그때 할머니의 토닥임이, 쪼물닥거리는 할머니 손의 주름살이 좋아서 뉴스 하는 9시를 꾹 참았던 거 같아. 작년 11월부터 MBC의 뉴스데스크가 시간을 옮겼어. 아홉시에어 여덟시로. 뜬금없이 여덟시라니? 그 한시간의 간격 속에 수 많은 계산과 이윤들을 들어가 있겠지만, 계산기를 버리고 딱 먼저 든 생각은 '섭섭해'였어. 아홉시 뉴스가 주는 공.. 더보기
제 4화 티비가 주는 최고의 힐링은 순수였어. 제 4화. 2013년 티비가 주는 최고의 힐링은 순수였어. 사람들이 티비를 켜는 시간은 언제일까?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할 때도 있겠지만, 밖에서 찌들어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달래고 싶은 시간이 아닐까 싶어. 퇴근 후,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텅 빈 집 안 가득 티비 소리를 채워 넣는 것처럼 말이지. (뭐. 할 일없는 주말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들 수도 있지만. 그것도 휴식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2012년 작년 한 해 동안 티비 속의 핫 키워드는 단연코 '힐링'이었던 것 같아. 실시간 리트윗의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사회에서 이제 티비도 구시대적 미디어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네. 티비가 전해줄 수 있는 메시지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 고철덩어리... 사람에게 .. 더보기
제 3화 <전설의 고향><M>의 귀신보다 더 무서운. 제 3화 의 귀신보다 더 무서운. - 2012년, 납량특집극이 사라졌다! 아! 지독한 여름이야. 원래 여름은 더운 계절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우와- 이건 무슨 누가 어마어마한 솥에 지구를 집어넣고 팔팔 끓이는 것 같이 뜨거워. 이휴.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끈적함을 피해 다들 에어컨 밑에서 낮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근처 공원으로 편의점으로 나와 여름밤을 보내. 여름 밤을 떠올리니까, 대청마루에 할머니 다리 베고 누워서 우리 마실 끝에 있는 당수나무 이야기 들었던 거 생각난다! 살랑살랑 부채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그 이야기가 무서워서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는 이 뜨거운 계절에 에어컨보다 더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해. 예전에는 여름이 되면 .. 더보기
제 2화. <남자셋, 여자셋><뉴논스톱> 그런 집은 어디로 가면 되는 거야? 제 2화. 그런 집은 어디로 가면 되는 거야? 자! 이제 시작이야. 계절학기의 시작. 토익의 시작. 알바의 시작. 다이어트의 시작... 여름방학과 함께 오는 무수히 많은 시작들 중에 가장 큰 일이 있다면, “집을 구해야 한다는 거!!! >_ 더보기
제 1화 <거침없이 하이킥!> 봄날에 관하여. - 제1화 91화 문희의 봄바람 + 164화 순재의 은퇴식 1. 할머니, 큰 일 났어! 아침을 먹으려고 부엌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엄마가... 곰국을 끓여놨지 뭐야... 이건 필히 삼시세끼 곰국을 데워 먹으란 말인데, 솥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봐선... 엄마, 또 시작 된 거지. 뭐. 새파란 보리가 자리 잡고 있던 논에 물이 차고 어린 모들이 바람에 살랑이는 이때가 되면, 엄만 늘 바빠져. 오늘도 아침부터 울려대는 엄마의 핸드폰을 보면서, 또 어딜 가시려나 하고 있었어. 매년 돌아오는 초여름의 기분 좋은 바람처럼 엄마의 나들이는 이유가 없지. 그래도 가끔 ‘엄마~ 어디 가는데?’ 하고 물어보면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유월 장미가 그렇게 이쁘다잖아!’하고는 화장대로 가 앉아. 음... 엄마의 나들이.. 더보기
손녀방송국, 채널223 개국 알림 “할매~ 할매는 테레비 볼 때가 제일 좋나?” 이 말, 기억나? 매일 밤 ‘테레비’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한테 내가 했던 말이잖아. 밤 아홉시만 되면 칠흑 같던 촌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빛이 나오던 상북면 길천리 223번지.아침에 눈을 떠서,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이 될 때까지 테레비의 재잘거림으로 하루를 보내던 할머니가 생각나네. 할머니 참 좋아했었지. 테레비. 초여름 바람 드는 마루에서 할머니의 다리를 베고 누우면 오늘 하는 드라마가 뭔지, 쇼 프로그램에는 누가 나오는지 얘기 해주곤 했잖아. 아마 내가 테레비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가 아닐까 싶어. 참 재밌었어. 전원일기의 복길이네 이야기도,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괴짜 출연자의 이야기도. 할머니의 눈으로 읽은 테레비 속 세상이 내 귀로 전해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