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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삼미 슈퍼 무비즈] 영화

1.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등장인물

레스터 번햄(케빈 스페이시) : 주인공, 가장.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방탕한 삶으로 돌입하는 인물.

캐롤리 번햄(아네트 베닝) : 레스터의 부인. 애처럼 구는 남편 때문에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피하고 싶어하는 인물.

제인 번햄(도라 버치) : 레스터와 캐롤린의 딸. 아버지를 미워함(?)

릭키 피츠(웨스 벤틀리) : 번햄 가족의 옆집에 이사온 청년. 제인에게 접근하는 비밀 많은 이.

안젤라(미나 수바리) : 제인의 친구. 레스터가 성적 욕망을 품은 소녀.

버디(피터 갤러거) : 캐롤린이 동경했던 선배.

 

 

 

 

 

 

사랑이 사람을 구원한다 

>> 현 수

 

 

'아메리칸 뷰티'의 극중인물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욕망을 받아들이는 사람, 욕망을 숨기는 사람. 이 분류는 다르게 표현하면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도 표현된다. 더 낭만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웃집의 게이커플을 보라. 그들은 커밍아웃하고 당당하게 사랑함으로써 영화에서 매우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반대로 리키의 아버지 프랭크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의 부인은(영화에서 그렇게 명확히 제시되진 않았지만) 게이 남편인 프랭크에게서 정상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었으리라.
아버지를 미워하던 딸 제인은 사랑 앞에서 용기를 낸다. 자신의 절친인 안젤라의 비난에도 그녀는 어둡고 음침해보이는 리키에게 다가간다. 리키와 제인은 서로 사랑함으로써 서로의 내면을 모두 보여주게 된다. 리키와 제인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숨기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 마음을 나누면서 둘은 바야흐로 온전히 건강해지는 선택-아버지로부터의 해방인 독립-을 취한다.
가장 극적인 인물 레스터는 어떠한가. 그의 사랑은 계속해서 성장한다. 그 시작은 딸의 친구 안젤라에 대한 욕망이다. 안젤라에게 남자로 보이기 위해 그는 마치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양 마약과 운동을 하며 자신을 구속하던 것들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한다. 일견으로는 아내도 있는 중년 남자가 띠동갑을 넘어선 어린 여자를 욕망하는 부도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영화 내내 안젤라를 원하던 레스터는 말미에서 안젤라를 지킨다. 오히려 남편의 지위와 역할 수행을 강조하던 아내 캐롤린이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 모순은, 레스터가 안젤라를 원하게 된 이후 오히려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으로 강해진다.
한편 안젤라는 어떤가. 이성과 자야만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안젤라는,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저 남자들과 쿨하게 잘 수 있는 척만 할 뿐이다. 그걸 나쁘게 생각하는 친구들을 순진하다고 비난하면서. 레스터의 두 번째 변화는 안젤라의 진실(사실은 남자들과 관계를 해본 적이 없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일어난다. 그는 육체적 갈망으로만 이루어진 사랑을 성공적으로 거부한다. 이제 레스터는 자신에게 진정 사랑하는 존재는 가족임을 알게 되고, 안젤라는 사랑을 받는 일이 여러 남자들과 언제라도 잘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바로 이 순간에 구원-서로에게 참된 사랑의 깨달음에 대한 매개가 되어줌-이 일어난 것이다.
사랑을 옳게 주고받지 못하는 이들은 사랑을 상실하거나(캐롤린의 경우) 오히려 사랑을 파괴하기에 이르지만(프랭크의 경우), 올바른 사랑을 발견한 이들은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간다. 단순한 육체적 욕망이나 혹은 필요에 의거한 만남이 아닌, 서로의 내면을 바라봐주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 속에서 그들은 타자의 시선을 떠나 성숙해질 수 있다. 자기만을 위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다.

 

 

 

 

 

개강전야 깊은 빡침의 글

>> 말미잘

 

곧 개강이다. 나는 마음이 두근거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방학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의 만남, 갓 입학한 새내기들, 새 책과 필기구들 같은 새 학기의 설렘 때문이냐고? 전혀. 실은 오히려,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건 앞으로 넉 달간 나를 몰아칠 이 세계의 속도이다.

얼마 전 영화를 하나 보았다. 제목은 아메리칸 뷰티.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갔던 건 캐롤린(엄마)이였다.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마당 있는 집에 살며 장미를 가꾸고, 부동산 사업가이며, 어여쁜 제인(딸)의 엄마이자, 레스터(아빠)의 아내이기도 하다. 그러나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녀의 삶에서 자신을 위한 순간은 없고 욕망을 위한 시간만 존재할 뿐이기에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그 욕망이라는 녀석의 힘은 아주 강해서, 인간적인 삶의 속도를 무너뜨리고 그녀를 목줄에 꿰어, 끌고 간다. 거울을 보며 “오늘 꼭 팔고 말겠다” 며 스스로를 세뇌하고, 이웃의 잘 나가는 부동산 업자를 동경하여 그와 동침하더니, 결국에는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며 꺽꺽 울어 젖히기까지. 놀라운 장면들이었다. 강렬하고,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랐었던 건,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시험시간이 생각난다. 이틀째 밤을 새운 나는 손을 덜덜 떨며 시험지를 받아든다.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나는, 어젯밤 외웠던 내용들을 떠올린다. 피할 수 없다. 도망치는 순간, 낙오되리라.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자 그녀는 말한다. "생계 전선에 날 내던져줘서 참 고맙다" 고. 그들도 처음부터 서로를 할퀴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활의 무게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살고 싶었겠지. 수많은 불안들과, 그것이 단지 불안일 뿐만 아니라 현실이기도 함을 보여주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우리는 괴물이 되어간다. “너 자신 말고는 아무도 믿지 말라” 며.

이 속도는 나에게 맞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내일 학교에 간다. 언젠가는 이 세계의 무시무시한 속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하여 종종 고민을 해 본다. 자동차와 아파트를 포기하면 한 달에 150만원 벌어서 80만원으로 생활하고 70만원 저금하고 ……
가능한 일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 아. 빡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숨기고픈 것에 대하여

>> 김태훈

 

딸 제인에게 아버지 레스터는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존재이다. 자신의 친구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등 아버지답지 못한 모습 때문에 아주 싫어한다. 레스터가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도 제인은 기분 나쁘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남자친구 집에 놀러간다. 대화를 하다가 어찌어찌 남자친구에게 자기 속마음을 말하는데, 자기도 아버지에게 충분히 중요한 존재면 좋겠다고 말한다. 평소엔 아버지를 죽일 듯이 말은 하지만 속마음은 아빠가 자기를 좀 잘 대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제인이 남자친구에게 나름 속마음을 말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 있는 생각에 자기가 솔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속마음을 말하기 전에, 이 속마음은 자기 스스로의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해병대 아저씨이다. 자기가 게이인게 부끄러운 건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유야 어떻든 게이를 싫어하고 뭔가를 억압하는 듯 보였다. 겉으로는 번듯해 보였지만 아들에게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던 남자를 죽이고 만다.

사회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욕구나 생각은 다른 사람에게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자기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건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게이임을 밝히면(아직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라면) 대부분 썩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남들과 그나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런데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얘기는 많았으면 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자기에게까지 부정하고 숨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피하려고 하는, 감추려고 하는, 인정못할 것 같은 생각이나 욕구가 있을까. 만약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자기가 싫어한다면 여러모로 슬플 것이다.


 


아메리칸 뷰티 (2000)

American Beauty 
9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도라 버치, 웨스 벤틀리, 미나 수바리
정보
드라마 | 미국 | 122 분 | 200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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