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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류승완, 그리고 한국 액션 영화
글. 현 수
드라마는 약하지만 살아있는 액션. 폭발 장면은 아직이지만 집에서 탈출 씬과 섬광탄 시퀀스는 펄떡거린다. 8/10점.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 강제규로 시작해서 류승완으로 이어지다 : 한국 액션 영화와 ‘베를린’
90년대의 한국 영화들은 명절 시즌이면 늘 홍콩 영화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안방자리를 내주었다. 오죽했으면 추석마다 극장에 간판 걸리는 성룡, 크리스마스마다 찾아오는 캐빈과 다이하드였을까. 그러던 것이 요 십여 년 동안 한국 영화가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제는 외산 영화들에게 밀리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서 높은 극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 말이다. 이번 구정 시기를 맞추어서도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 그것이다.
베를린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 액션 영화를 간단히 먼저 짚어보자. 모름지기 어떤 분야에서든 이만한 발전에는 다 기점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한국 액션 영화에 있어서는 그 기점이 강제규 감독의 '쉬리'이다(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는 당시 한국 영화계에 무분별하게 팽배했던 직장 생활 블랙코미디 영화의 잘 만들어진 확장판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난 그리 높게 사지 않는다). '쉬리'는 빼어나다고 하긴 뭣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었다. 자본과 물량 공세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시도들이 몇몇 있었기에 쓸 데 없이 장르명을 만들어내며 주접을 부리는 짓도 있었는데, 그때 홍보매체들은 ‘쉬리’를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2000년 초 즈음에 한국 영화의 3대 감독을 꼽으라 하면 강제규를 반드시 넣었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시작 강제규 감독(위)과, 한국 액션의 오늘 류승완 감독(아래).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강제규 이후로 충무로에서 제대로 볼 만한 액션 영화를 처음 만든 감독이 바로 류승완이다. 내가 알기로 류승완 감독은 액션을 연출하는 것에 진중한 집착이 있다. 모 기사에서 본 내용이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의 촬영이 끝난 이후 술자리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자동차 추격전을 찍었다는 것을 흥분해서 말하던 그였다고 한다. 그 자동차 추격전은 유감스럽게도 유치했지만, 나는 그가 가진 액션씬 연출에 대한 순수한 갈망을 높이 샀다. 당시에 같은 이유에서 난 마이클 베이 감독을 좋아했었기에, 류승완 감독을 마이클 베이와 위계상 동급으로(스타일은 완벽하게 다르지만) 생각했다.
이번 기사에서 살펴볼 것은 바로 이 감독, 류승완이다. 현재 극장 상영중인 ‘베를린’은 평론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물론 내 생각에도 ‘베를린’은 몇 가지 면에서 완성도가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베를린’을 이 작품만으로 평가내리기는 아쉽지 않은가 생각한다. 류승완 감독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베를린’이라는 작품에 이르렀는가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베를린’을 생각해보자.
>>> 초기작품, 실패작이지만 패기 넘치는
류승완 감독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영화는 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낸 첫 작품임을 감안했을 때 높은 완성도로 주목을 받으며 주류 감독의 영역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초반에는 상업적인 성공을 그다지 거두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피도 눈물도 없이’는 인물들이 모두 과도한 욕설을 사용하고, 남성이 여성을 너무 리얼하게 구타하며, 가이 리치식으로 꼬이는 스토리를 무리하게 만들어 넣다 보니 뜬금 없는 전개와 근거 없는 행동들이 넘쳐났다 1. 이혜영이 자신의 빚을 받으러 온 두 남자들과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갑자기 둘러앉아 사이 좋게 소주를 마시는 행위로 연결되는 이런 식의 연출은 류승완 감독이 가진 액션에 대한 과잉 집착 때문에 빚어진 억지스러운 전개라 할 만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재영과 정두홍의 개싸움장 격투 시퀀스는 인상적인 액션을 선사했다.
인터넷용으로 만들어진 영화 '다찌마와 리'. 일부러 한껏 촌스럽게 만들어놓은 이 영화는 고전 액션 영화의 각종 상투적 요소를 모조리 끌어왔다. 상경한 시골 여인들, 그들을 희롱하려는 양아치들과 이들을 때려눕히는 정의로운 다찌마와 리. 크고 엉성한 무술 동작들은 이소룡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찌마와 리’는 옛 영화들에 대한 풍자와 애정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당시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든 극장 상영작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다찌마와 리’는 세련되게 만들수록 별로라는 점과 더불어, 일부러 어설프고 옛스러운 스타일을 관객들이 극장에서 돈 내면서 두 시간 동안 앉아서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준에 그쳐 버렸다.
류승완 감독의 초중기작들. 상업영화로는 실패일지라도 감독의 영화적 실험을 위한 충분한 발판은 되었던 작품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오락적인 재미는 괜찮았다. 와이어는 아직 어설프지만 류승범과 정두홍의 대결씬은 아주 볼만했다. 인물들이 너무 ‘우워어어어어’거리는 게 거슬리긴 했어도 말이다. 하지만 역시 극장에서 흥행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무협 판타지물들의 연이은 실패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천무’, ‘무사’, ‘화산고’, 그리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후 만들어진 ‘무영검’, ‘중천’ 등. ‘전우치’는 예외적으로 성공했지만 이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 ‘타짜’의 성공을 등에 입은 것도 있었고, 감독이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한 것도 있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전우치’처럼 등에 업을 것도 없었던 시기였던 데다가 화려한 액션씬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유치했다.
류승완의 초기 작품들은 앞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상업적으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액션 영화의 감독은 스토리가 엉망인 영화를 만들더라도 액션만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는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류승완의 초기 작품들은 실패작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주류 영화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감독이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본 과정의 의미라고 생각할 부분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자동차 추격전을 만들어봤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제대로 CG를 사용하기도 했다. 실패했어도 패기는 가득한 작품들이었기에, 류승완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 류승완, 이야기를 만들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눈여겨 볼 만한 것이 세 편이 있다. ‘주먹이 운다’, ‘짝패’, 그리고 ‘부당 거래’.
그들의 주먹이 울 때 관객의 가슴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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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영화의 전성기를 가져온 본격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몇 작품들을 거치면서 개성있는 연기력을 갖춘 류승범과, 말이 필요 없는 명배우 최민식의 캐릭터만으로도 볼만한 이 영화는 류승완이 스토리를 살리고 액션을 약화시킨 첫 번째 작품이었다. 이 전까지가 액션에의 시도였다면 이때부터는 스토리의 시도였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던 것. 이 사회의 이유있는 두 루저들을 내세우고, 관객들로 하여금 누구를 편들기가 어려운 딜레마 속에서 두 남자들의 치열한 한 판 격돌은 뭉클한 감동을 제대로 끌어내었다. 액션이 약하다고 했지만 류승범과 최민식의 3분 간의 롱테이크 복싱씬은 보는 이의 숨이 턱 막힐 만큼 압권이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늘어지는 넉살 좋은 농지거리의 향연이 또한 들을 만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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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추천하는 영화인 ‘짝패’는 업그레이드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었다. 다시 말해, ‘짝패’는 아주 세련되게 만든 무협영화인 것이다. 스토리의 골자는 우정과 의리, 배신이고, 인물들의 무술동작은 무용에 가까울 만큼 몸을 크고 화려하게 움직인다. 거의 모든 동작들에서 옷을 펄럭이며 몸을 회전시키는 것은 홍콩무협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배경이 현대극이 되면서 영화는 단숨에 인기몰이를 하게 되었다. 또한 영화 시작부터(실은 예고편에서부터) 악역을 미리 밝혀놓고 들어가면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이 악당을 상대하는가 하는 지점에서 철저하게 액션영화로 끌고 갔다. 식당 액션씬은 클라이막스다운 액션의 향연이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완벽한 연기, 치밀한 스토리, 몇 장면 없는 액션씬에도 비범함이 묻어나는 걸작.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부당거래'는 관객 평과 비평가 평을 모두 붙잡으며 지금까지 감독의 커리어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부당거래' 역시 액션은 최소화하고 드라마를 강력하게 구성했다. 불완전한 캐릭터들이 결국에는 비극의 순환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와 정치 비리라는 시사적인 문제를 결합시킨 이 영화로 류승완 감독은 드디어 장인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야수’, ‘사생결단’ 등의 작품들에서 이어지는 투탑 구도의 정치 느와르들이 어정쩡한 완성도를 보이던 가운데 이 계열의 최고 작품이 나왔다고 할 만한 걸작이었다.
이제 류승완 감독은 탄탄한 내러티브의 가치를 확고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액션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로 나오는 가운데, 그가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왔다. 그것이 바로 ‘베를린’이다.
>>> ‘짝패’와 ‘부당거래’가 ‘베를린’에서 만났다
'베를린'은 사실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다. 스토리가 비교적 복잡한 편인데 그걸 초반에 전달하는 방식이 모두 대사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 대사들은 하나같이 뭉개져서 전달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니 관객은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끌려갈 밖에. 그리고 캐릭터의 문제. 하정우의 캐릭터 표종성은 '인민 영웅'이라는 한 마디로만 설명되는데, 그의 아내인 련정희(전지현)가 접대를 한 것도 모르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인민 영웅이란 캐릭터는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련정희가 접대를 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매우 중요한 설정인데도 그것에 별로 의미 비중이 잡히지 않은 채로 흐지부지하게 넘어가 버리는 데다가, 그렇게 하다 보니 접대를 지시하는 리학수(이경영)의 캐릭터는 더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한석규의 경우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가 연기한 정진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백성찬이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성격인데다, 여러 모로 보조적인 비중으로 그쳐 캐릭터 역할 분배도 좋지 않았다. 류승범은 ‘짝패’의 이범수처럼 매력적인 악역이 되기엔 뭔가 허전했으며,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관객들이 웃게 만들기까지 했다. 왜 '베를린'이어야 했나 하는 부분 역시, 우리와 같은 이념 대립의 역사를 안은 국가라는 점을 제하고는 마땅한 의미를 찾을 부분이 없다.
하지만 ‘베를린’을 높게 사는 첫 번째 이유는 ‘짝패’와 ‘부당거래’를 결합시키는 시도였다는 점이다. '베를린'의 스토리 라인과 정치성은 '부당거래'와 비슷하다. 특히 마지막에 표종성이 모든 부정을 밝혔음에도 악이 계속 건재하며 선이 외려 숨어야 한다는 비극적인 결말은 평범한 첩보스릴러를 ‘부당거래’ 수준의 정치물로 격상시켰다. 한석규가 하정우를 풀어줄 때 읊는 대사(“복수나 정의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이끼처럼 숨어 살아라. 보통 사람들처럼 말이야.”)는 현실 풍자의 지점에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잡설이지만, 류승완 감독도 분명 알고 있을 거다. 열차 소매치기 씬은 솔직히 어거지인 거.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베를린'의 액션은 '짝패'와는 또 달랐다. '짝패'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협 액션에 가까운 무술 동작을 주로 했다면 '베를린'의 경우는 최소한의 동작을 통한 제압기들에 가까웠다. 이런 스타일은 헐리우드에서 '본' 시리즈를 필두로 정착되었으며 2, 이후 ‘테이큰’ 등에서 성공적으로 계승되었다. 국내에서는 '아저씨'라는 엄청난 액션 대작이 이러한 '특수 요원 무술'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베를린'은 이와 같은 단숨 제압형 무술에 정두홍 특유의 화려한 모션이 결합되었다. 조금 과했지만 하정우의 와이어 추락씬은 볼만했으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은신처 씬에서 섬광탄이 터지는 시퀀스는 촬영부터 연출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은신처 씬이 은근히 '스카이폴'의 저택 씬과 '도화선'의 갈대밭 총격전을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하정우와 류승범의 마지막 격투씬은 '미션 임파서블 2'의 최종결투씬의 오마쥬에 가까웠다.
‘베를린’은 ‘부당거래’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다. ‘짝패’처럼 액션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액션물로서 수준 높은 스토리라인이었으며, ‘짝패’와 같은 양은 아니더라도 질적으로 상당히 깔끔해진 액션들은 눈여겨볼 만했다. ‘짝패’와 ‘부당거래’가 액션과 드라마를 각각 양쪽 지점에서 극대화시켜 만든 걸작이었다면, ‘베를린’은 그 첫 번째 결합으로서 아주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 한국 액션영화의 오늘과 류승완
서론에서 언급했듯 지금의 한국 액션영화는 상당한 완성도를 구가하고 있다. ‘올드 보이’의 장도리씬과 ‘주먹이 운다’의 복싱씬을 보면서 롱테이크로 엄청난 액션을 찍어낸 감독들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에 치를 떨었던 게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에서 빛을 너무나 잘 쓴 호텔 총격전을 만들더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초반 열차씬과 중반에 정우성의 줄타기 액션씬을 경이적인 수준으로 뽑아내었다. ‘아저씨’가 개봉하고, 원빈과 타나용 웡트라쿨의 화장실 격투, 2층 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받치고 터키탕 격투씬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액션들은 더 이상 세련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그리고 최근의 ‘도둑들’에서 벽타기 고공액션씬은 헐리우드에서도 이만한 고공액션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카메라 동선, 연출,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지금 언급한 장면들은 단언하건대, 그러저러한 물량공세만 늘어놓는 헐리우드 액션들보다 한 수 위인 걸물들이다.
‘베를린’은 그 자체로는 이런 한국액션물의 계보에 올라가기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기작의 시도와 그 실패를 바탕으로 ‘짝패’와 ‘부당거래’ 같은 명작들이 나온 것처럼, ‘베를린’ 역시 류승완을 일보 전진하게 해줄 작품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베를린’의 결말은 후속편을 예고하고 있지만 난 ‘베를린’이 굳이 후속이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지운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와 같은 작품들이 지금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그랬듯이 그 이전 작품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류승완은 그런 한국 액션영화계의 장인이 되고 있다. ‘베를린’은 그런 의미에서, 아쉽지만 가슴 뛰는 작품이었다. 한국 액션영화의 오늘을 이야기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는 작품 말이다.
한때 한국 영화의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세 감독이 각각 영화를 낸다. 왼쪽부터 김지운, 봉준호, 박찬욱.
이들의 영화는 한국 영화일까, 헐리우드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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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이 기사에서 언급된 작품들 중
강력 추천작
범작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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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 리치식 : 열 명 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해 제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다가 상황이 마구잡이로 꼬여가는 이야기 구조. 그러다가 기가 막힌 타이밍들로 그 말도 안 되게 복잡한 상황들이 모두 해결되는 이야기.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라는 두 편의 영화만으로 가이 리치 감독의 이름은 이런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본문으로]
- ‘본’ 시리즈를 필두로 정착 :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스타일을 바꾼 영화를 세 편 꼽으라고 하면 첫째가 ‘다이하드’, 둘째가 ‘탑건’, 셋째가 ‘더 록’, 넷째가 ‘본’ 시리즈이다. ‘본’ 시리즈 삼부작은 그 이전의 크고 화려한 동작에 주인공과 적의 치고받는 격투 형태에서,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빠른 속도로 상대를 단박에 제압하는 격투 형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빈민가 지붕 타기의 경우 홍콩 무협물이 원조이겠지만 ‘본’ 시리즈가 제대로 그 돌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만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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