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절찬리 생존중/[ 어쩌다보니 여행 ] 에세이

여행의 시작

 

 

 

어쩌다보니 여행

 

 

 

첫 번째 여행. 여행의 시작

 

글. 송상

 

 

 


 

맴맴맴.

매미가 울고,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부산.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여름방학에 서울의 한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는 청소년배낭여행에 참여해 부산에 왔다. 3박 4일 동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청소년지하철배낭여행. 우리조는 에너자이조! 조 이름대로 구성원들도 엄청났다. 청소년학과라는데 체육학과처럼 우락부락한 남자 선생님, 그와는 다르게 여리여리한 여자 선생님, 우리조에만 특별히 함께한 일본인 선생님, 농구를 좋아하는 남고생 4명과 쌍둥이 자매, 그리고 얼떨결에 따라온 내 친구와 여행에 두근두근 설레는 나.


에너자이조의 부산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해운대!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넓은 백사장과 파란색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 곳이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해수욕장이라는 해운대 해수욕장이로구나! TV에서 보던 대로 정말 사람도 많고~ 무지개 색깔의 파라솔도 많고~. 서울에선 자주 볼 수 없던 바다를 보니 마음이 들떠 눈 맞는 강아지 마냥 방방 뛰어 다녔다. 역시, 바다의 재미는 입수!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선생님의 팔 다리를 잡고 바다에 빠트리는 일은 역시 코믹다이나믹액션스펙타클이었다. 도망치다 잡혀서 나도 같이 빠지긴 했지만. 

 

 

 

  

 

그랬던 2006년의 어느 여름날.

  세세하게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여행에서 내가 얻었던 것은 ‘사람’과 ‘꿈’이었다. 열일곱 한여름의 배낭여행을 함께 하며 같이 땀 흘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과 니 꿈이 뭐냐고 물으며 조언도 해주고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선생님들. 그리고 그날 내게 생긴 꿈.


어? 이거 즐겁게 놀면서 일하네? 재밌겠다! 청소년의 성장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소년지도사.


그 여행을 하기 전에는 '중학교 때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으니까 그냥 서점에 취업해야지' 라는 마음을 먹고 인문고가 아닌 실업고로 진학했는데 그 여름의 경험은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청소년지도사라는 직업도,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여행도 참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건 해야하는 난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대학교 진학을 준비했다. '당연히 얘는 취업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선생님과 학교에서는 “니가 무슨 대학교를 가냐?”, “취업해라”, “니가 무슨 청소년지도사가 되냐?”라는 말을 들었지만 다행이도 가족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그해 겨울 나는 원하는 학교의 청소년학과에 합격했다.



 

 


 

 

그로부터 7년 후. 2013년.

  서울에 살고 청소년배낭여행에 참여했던 여고생은 울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고 여행을 떠나는 청소년지도사가 되었다. 서울말밖에 쓰지 못했던 여고생은 여행과 자원봉사의 재미에 빠져 일 년에 집에서 다섯 달도 안 있을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니 이젠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말이 다 섞인 데다가 경상도 할배가 속사포랩 사투리를 써도 웬만하면 알아듣는 대한민국 사람이 되었다. 7년 전에 함께했던 대학생 선생님들은 선배님이 되어 청소년지도사의 인생토론을 하고 그 여행을 추천해주셨던 담임선생님도 진로상담선생님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자로 지내고 있다.


 

  청소년지도사가 된 동기가 뭐에요?라고 누군가가 물으면 지금도 대답은 한결같다. 그 때의 청소년배낭여행이었다고. 어쩌다보니 청소년여행을 갔고 거기서 내 꿈을 찾았다고. 그때 그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서점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직업 또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고들 하니. 나는 지금은 청소년을 친구 삼아 청소년지도사라는 여행을 하고 있고 그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열일곱 여름. 그 후에 참 많은 여행이 있었다. 그 첫 여행이 많은 다른 여행들을 몰고 왔다.

지난 7년간 있었던 만남과 여행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행들과 앞으로의 이야기들로

'어쩌다보니 여행'의 기록을 담아보고자 한다.

 

 

 

 


 

P.S.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서 통영으로 가는 청소년배낭여행을 진행해보니, 

놀면서 일하는건 꿈이었을 뿐. 

준비기간만 3개월, 준비부터 진행, 평가까지 5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청소년지도사가 된 지금. 

청소년은 뭐, 당연히 나의 사랑이지만.

계획서와 평가서도 나의 친구. 당직마저 나의 친구. 하하하.... 

그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