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디어 바싹 찌라시 된 사연
파업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고, 알바도 아닌
광안리 사운드 웨이브 페스티벌 참가의 변
화가, 백수, 고등학생, 글쟁이들이 모여 누가 신경 안 쓰면 우리라도 신경 쓰자고 우리의 관심사와 재능으로 코너를 짜고 기사를 쓴 지 언 반년. 누구는 저것이 잡지냐고 비아냥거리고, 누구는 댓글은 고사하고 ‘좋아요’ 하나 안 눌러 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5호 발행을 이루어내었다. 장하다. 각자 다른 업에 있으면서 시간 내서 취재하고, 회의하고, 다듬으면서 바싹은 진화중이다. 엽서에서 시작한 바싹은 형식적 실험을 해가면서 지금은 내용도 담을 수 있는 지면으로까지 확장했다.
그리고 8월호(6호)를 앞두고 처음으로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원고료를 주겠다던 발행인은 무리한 알바로 오십견에 걸렸다. 그러니 원고료는 고사하고 발행비용 30만원이 없어서 비상체제로 전환 중이다. 집단 수다를 활용한 장점 부풀리기를 기사발행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마을 신문만들기, 농어촌 문화프로그램 공모 등으로 확장 중이다. 멋있게 말해 스토리텔링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기획을 수다를 통해서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수익의 일부로 바싹 발행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 기자들이 잡지 발행의 지속을 위해 알바로 기금을 만드는 무서운 세계가 바싹이다. 아 이런 전인적이고 자발적인 착취의 구조는 탈퇴할려면 손가락 하나 내놓아야 하는 폭력의 세계보다 잔인하고 눈물겹다.
백수로 노닐면서, 대안학교의 고등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알바로 화실의 임대료를 마련하는 화가로 그림을 그리면서, 2~3일씩 걸려 원고 하나 써서 5만원을 받으며 사는 글쟁이로서 할 만큼들 했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 소셜펀딩도 해보고, 자발적으로 광고란을 만들어 광고합니다라고 광고도 하고. 암묵적으로 십일조에 지장도 찍었다. 그러고 보니 바싹은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광안리 바다로 간다. 지친 심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5호를 버텨내더니 6호부터는 폐간이라서? 아님 휴가철 자체 파업을 할 만큼 미친갱이들이라서? 물론 어느 것 하나 이유 아닌 것은 없지만 우리가 광안리 바다로 가는 이유는 바싹 8월호는 ‘광안리 특별호’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아마추어들이여 씨부렁거리자고 했건만 다들 살아내는 것도 헥헥대는 듯하여 우리가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청년들의 축제가 열린다는 광안리 바닷가로.
그곳으로 가기 위해 한정판으로 특별호를 준비했다. 완성된 잡지가 아니라 미완의 특별호는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당신의 얼굴과 이름과 이야기들이 그림으로, 삼행시로, 처방전으로 즉석에서 채워지면서 광안리 특별호 아무개편이 완성된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에게 5천원을 줄 것이다. 우리는 그 돈으로 다음 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 ‘니가 가라 펀드’를 모금할 작정이다. 휴가를 즐기느라 제주도의 해군기지도, 밀양의 송전탑도 신경 쓰지 못하는 많은 당신과 우리를 대신해 특파원을 보내기 위한 모금이다. 또 바싹의 힘겨운 생존기록이자 결과인 1~5호까지를 한 번에 받아보실 수가 있다. 그리고 당신은 1,000원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그 돈으로 우리는 밥을 사먹을까 한다. 삼계탕 한 그릇 못 먹고 여름을 나고 있는 우리 십수 명의 기자들은 도시락에 맥주라도 실컷 마시고 싶다.
하여 우리 바싹의 배부에 도움을 주신 정기배부처에 이런 찌라시를 돌리는 것으로 정기 배부의 약속을 대신하고자 한다. ‘먹튀’(먹지도 못하고 튀는)로 생각해 서운해 하시거나, 폐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당신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굳건히 하루를 살아낸다. 우리의 두꺼운 낯짝과 당신만을 위한 특별호가 궁금하시다면 8월 18, 19일 오후 광안리 바닷가로 오셔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광안리로 오지 못하는 공사다망하신 분들께서는 가볍게 클릭 몇 번으로 오십견에 걸린 발행인의 통장에 후원을 하셔도 좋다. 오늘의 이 찌라시도 우리에게는 형식적인 실험이며, 독자와의 약속이며 우리의 자기 확인이다. 그리니 댓글도 좋고, ‘좋아요’도 좋고 후원도 좋으니 개인들의 목소리와 이웃의 소식을 위한 우리의 개념 없도록 개념 있는 활동에 응원을 달라.
by 편집장
* 계좌번호 [신한은행 110-279-674924 (민들레북스)신승훈]
후원하고 신상을 주시면, 신상을 털지는 않고 당신만을 위한 특별호를 직접 제작해서 다음호랑 함께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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