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리 생존중/[툰글툰글] 웹툰&크리틱

누구에게나 중2병의 시간이 있다 <꽃가족>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25. 15:26

by 구은

 



중2병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중학교 2학년 시기에 찾아오는 총체적인 마음 상태를 병에 빗댄 단어다. 중2시기는 사춘기의 절정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이 세상을 이전보다 더 냉정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이 때 드러나는 시니컬하고 반항적이면서도 투철한 자기애가 눈에 띄는 어떠한 성향을 중2병이라고 한다.

중2병이라는 단어가 함유하는 영역은 꽤나 넓으나, 아마 그 대표격을 뽑으라면 “허세를 부린다.” 정도가 있겠다. 중2시기에 허세 좀 부려본 필자로서는 이 의견에 쉽게 동의가 된다. 이 허세가 어떤식인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도 인터넷에 마구 떠돌고 있다. 언제든 인터넷에 [싸이월드 허세]라고 검색하면 그들의 ‘허세 미니홈피’와 ‘허세 블로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니 좋고, 중2병이라는 말도 당사자가 불쾌할 수 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진 단어가 아닌가. 문제는 이들의 허세에 대한 네티즌의 잔인한 태도다. 허세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많은 사람의 비웃음을 샀다. 펌 방지 되어있는 이미지와 글이 스샷으로 찍혀 여러 갈래로 퍼져나갔고, 엄청난 수의 사람이 이들의 미니홈피에 방문해 비웃음과 욕을 퍼부었다.

이런 허세에 대한 생각을 바꿔줄 멋진 개그 웹툰이 있다. 바로 네이버 웹툰 <꽃가족>으로, 이상신, 국중록 작가 콤비가 그리고 있다. 얼마 전 ‘J2B바이러스’라는 에피소드를 시작함으로서 만화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 <꽃가족>은 제목대로 '꽃스러운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코믹 시트콤이다. 가족 구성원은 할아버지와 부부, 두 자녀가 있으며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그들이 각자의 무대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니, 얼음같이 식어버린 내 마음에 그런 감정은 사치일 뿐이야. 굳이 따지자면 버려진 자들만이 느끼는 유대감이겠지.” 허세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 아니다. <꽃가족>의 등장인물 황준이 고양이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꽃가족>에는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오글 멘트가 나온다. 거기에 더해 뛰어난 표현력으로 탄생한 귀여운 캐릭터와 그들의 표정이 만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꽃가족>의 웃음 코드는 이런 순수하고 귀여운 중2스러움이다.1)

중요한 점은 작품안의 중2병은 현실의 허세 미니홈피 같은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중2병 환자는 욕을 먹지 않는다. 무시당하지도 않는다. 주변 인물은 오글거리는 멘트를 연신 날려대는 자기 가족과 친구를, 중2병 환자를 당혹스러워하고, 오글거려하지만 존중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도 이 작품을 순수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의 모습 때문에 <꽃가족>이 우리네 세상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꽃가족>의 주인공 가족 독고가문의 설정부터, 쓸쓸한 매력의 황준과, 외모 빼고 세상 모든 재능을 타고난 상 남자 곽국광까지, 작품 안에는 평범한 설정의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 유대, 고민, 일상의 무수하고 작은 많은 행동이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 이런 모습이 때로 감동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위와 같은 웃음코드와 독특한 공감이 우리에게 중2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환기한다. 귀여운 그림체와 캐릭터의 개성 때문에 작품 속 인물의 중2스러운 모습이 재미있고 순수해 보인다면, 우리 세상의 그들 또한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작품 속 귀여운 캐릭터는 실은 싸이월드 허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2병은 자신과 주변 사람을 객관화해 바라보기 위한 고민의 과정이다. 비록 실제 나이가 중학교 2학년이 아니라도 중2병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허세를 부린다는 이유만으로는 지나친 폭력을 상대하고 있다. 아니, 사실 허세인지 아닌지도 우리는 정확히 알 수도 없지 않은가. 뻔해보여도, 우리는 그저 추론할 뿐이니까 말이다.

당혹스럽고, 땀이 삐질 나오고, 손과 발이 오그라들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그래. 네 생각은 그러냐.” 라고 말해줘야 한다. <꽃가족>에서 주변 인물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 <꽃가족>에서 그 존중을, 시선을 배워보자.

 


*같이 볼 만한 웹툰

네이버 목요웹툰. <미숙한 친구는 G구인>
아직 이만한 병맛2) 은 본 적이 없다. 주인공 이름이 무려 또띠또띠 뀌꼬르떼 레마르쟝 이라니! 이 작품의 작가는 분명 병맛 정신이 아주 투철할 것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필명을 최삡뺩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정했을까. 꽃가족과 미친G(미숙한 친구는 G구인)는 병맛 포인트에 중2스러움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미친G는 꽃가족보다 개그코드를 이해하기가 난해할 것이다. 작품 이름과 같이 영 미숙하기 짝이 없는 병맛이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만화. 완결. <츄리닝>
이상신, 국중록 작가의 첫 작품이다. 9년 가까이 연재하며 1000회를 넘긴 만화로, 역시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유쾌한 반전이 주 아이디어다. 긴 시간동안 조금씩 변하는 국중록 작가의 그림체가 흥미롭다.

1) 이 문단 첫 문장 대사는 이른바 '허세 블로그'와 '허세 미니홈피' 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글귀다. 아니 사실 이런 명대사스런 표현은 소설에 더 많다. 그러나 소설도 기(起), 승(承), 전(轉) 이 있어야 결(結)에서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꽃가족>의 웃음코드와 '허세 블로그'를 보며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같다. 그들이 하는 멋진 대사는 위와 같은 과정 없이 나오는 ‘뜬금포’ 명언이기 때문에 어이없고 웃긴 것이다.

2) 병맛. '병신스런 맛'을 줄인 신조어다. 신맛이나 쓴맛같이 우리가 자주 불쾌하다 여기는 맛도 때로 매력을 발휘하듯, '병신스럽다' 에 '맛'이라는 감각을 붙인 시도를 필자는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많은 웹툰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병맛’을 구현해왔다. 이런 시도는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그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