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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15. 14:27

 

 

글 : 김윤경 

 

 

‘우울한 노래는 딱 싫다.’ 학창시절 나의 MP3는 하나같이 밝고 달콤한 노래로 가득했다. 스윗소로우를 가장 좋아했고, 발라드도 여자들의 한이 서린(?) 노래보단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한 남자 목소리의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방에 가서도 여자 발라드로 뽐내는 친구들과 달리, 네미시스의 솜사탕을 흥을 잔뜩 실어 부르곤 했었다. 친구가 말했다. “니 노래엔 단내가 나....

 

단내나는 내 노래들에 슬슬 질려가던 무렵, 평소 노래를 많이 알려주던 후배가 ‘누나 이 노래 한번 들어봐. 신세계일거야ㅋㅋㅋ’하고 추천해준 노래가 있다. 이름부터 신세계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알앤비.

 

노래 속 주인공은 그 동안 1)‘개 멋’에 취해 청춘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더 이상 인디밴드를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다. 그리고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은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기타를 팔고 그 돈으로 옷을 사 입고 알앤비나 부르자며 say 알앤비를 외친다. 뭐 이래 대책없이 솔직한 가사가 다 있나. 그들은 인디밴드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 노랜 최곤데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 한다고 냉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제 노래는 꼴도 보기 싫다고 지나간 시간들을 부정하며 자신을 괴롭히며 자기연민에 빠지지도 않는다.

 

개 멋에 취해있던 날들을 영원한 추억으로 남기고, 다시는 홍대 앞에서 기타 메고 폼 잡지 않을 거지만, 홍대에서 땀내며 연습하고 있는 이 시대 인디밴드들을 응원하는 따스한 애정이 있다. 또한 모든 것이 부질 없게 된 이유를 ‘설리에게 빠져있기 떄문에~~♫’라 외치고, 이제부터 알앤비를 부르겠다는 위트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러한 불쏘클의 재치는 1 [고질적 신파]의 수록곡 ‘시실리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내 사랑 시실리아. 당신은 한 마리 카나리아. 함께 가줘요 롯데리아~~’ 라임을 넣기 위해 등장한 ‘롯데리아’는 설리만큼이나 뜬금없어 웃음이 난다.

 

알앤비를 통해 내겐 '웃픈(슬프면서 웃긴) 밴드'라고 각인된 불쏘클을 공연장에서 만났다. 몰랐는 데, 해체 후 2년 만에 다시 활동을 하는 거란다. 그게 민망한 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에 ‘더 그레이스’를 추가했다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더 그레이스’라 불러 달라했다. 그리고 예전엔 자신만만하게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공연했다면, 이제 우리 밴드의 모토는 ‘에코’와 ‘힐링’이라며 관객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담 후 시작한 공연에서 불쏘클은 ‘불행히도 삶은 계속 되었다., ‘인간대포쇼’, ‘뛰뛰빵빵’ 등 1집 제목처럼 '고질적 신파'색이 짙은 노래들을 불렀다. 뜨거운 조명아래 흐르는 땀때문인지 점점 삐뚤어지는 가짜 콧수염을 단 채로.

 

                                                                                                 <사진제공 : LIG문화재단(photo by 김상협) >

 

처음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으로 방방 뛰던 내 다리와 어깨가 그들(불쏘클)의 우울함에 갈 곳을 몰라 방황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삐뚤어진 콧수염이, 기타에 마이크 선이 빠져 소리가 안 나도 그것마저 컨셉인냥 관객들에게 힐링을 요구하는 멘트가, 신파적인 가사의 절정에 얄팍한 다리를 흔들다 주저앉아 쥐어짜듯 노래를 부르는 것에 슬슬 웃음이 나고, 그들만의 리듬에 어깨를 흔들게 되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선 나도 모르게 야광봉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바로 불소클의 매력인 ‘웃픔’, 이것이 공연장까지 이어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엘리베이터에 불쏘클의 멤버 2명이 함께 탔다. 팬이라는 친구의 말에 쑥스러운 듯이 사인을 해준다. 그의 웃을 듯 말 듯 한 멋쩍은 입꼬리 위로 아까 그 콧수염이 보이는 건 왜일까. “공연 잘 봤습니다.”하고 내리는 데, 그들도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묘하게 끌린다 끌려.

 

분명 원피스에 힐을 신고도 방방 뛰었던 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공연이었는 데, 공연 이후 제목부터 울적한 불쏘클의 1 [고질적 신파] 2 [석연치 않은 결말]을 찾아 듣고 있다. 그런 거 아닐까. 달콤한 노래들만 듣다보니, 가끔은 울적한 노래가 땡기는 거. 달달한 허니머스타드 소스를 즐겨 먹지만, 가끔은 꿉꿉한 블루치즈를 잔뜩 찍은 감자를 먹고 싶은 것처럼.

 

비록 알앤비는 못 들었지만, 알앤비 노래만큼이나 매력있는 불쏘클을 알게 되어 즐거운 공연이었다. 끝으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혹시 이 글을 읽을 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짧게 팬레터 하나 남긴다.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더 그레이스에게.

 

다신 기타 팔지 말고, 개 멋에 취해도 좋으니 불쏘클 특유의 노래를 계속 들려주세요~

 

2) '마도로스K의 모험Ⅲ'를 기다리는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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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 멋’ ‘설리에게 빠져있기 때문에’ 등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2집 수록곡 ‘알앤비’에 나오는 가사다. 필자가 짤막하게 요약한 ‘알앤비’ 내용보단, 원곡이 훨씬 매력적이다. 인디밴드를 그만두는 슬픈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알앤비’, 직접 들어보시길~

 

2) 1 [고질적 신파]에 ‘마도로스K의 모험Ⅰ’이, 2 [석연치 않은 결말] ‘마도로스k의 모험Ⅱ’가 수록되어있다. ‘마도로스K의 계속되는 모험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하고 끝나는 Ⅰ의 노래 끝부분이 Ⅱ의 시작부분에 반복되어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의 노래이다. Ⅱ에서 ‘계속 되는 모험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하고 끝났으니, 3집이 나온다면 ’마도로스의 모험Ⅲ‘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