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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조미료 미식가 - 28세 청년이 먹어본 장전동의 4가지 면 요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4. 17:54

조미료 미식가 - 28세 청년이 먹어본 장전동의 4가지 면 요리

 맛집에 대해 소개하려면 우선 시식자의 입천장과 혓바닥에 붙어있는 센서에 대해 말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식자가 맛을 느끼는 기본 셋팅값을 알려줘야 단맛이 정말 단맛인지, 싱겁다고 말 하는게 정말 싱거운게 맞는지를 독자가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조미료 다시다를 좋아하고 조미료 맛에 길들어져 있는 28세 청년이다. 나이에 맞게 혓바닥과 입천장의 센서는 아직까지도 감도가 좋으며, 매운맛 보다는 짠맛을, 신맛보다는 단맛을 좋아하는 유아형 입맛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 직장을 다니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전동 일대의 면 요리를 시식하러 다녔던 체험담을 들려드리려 한다.



들깨칼국수 - 홍두께 수타 손칼국수

(4인기준) 좌식 테이블: 8개 / 입식 테이블: 6개

위치: 부산대학교 후문 버스 정류장 앞


비가 추적추적 내릴 것 만 같은 날씨, 점심시간이 되어 “뭘 먹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플 것 같은데...”라는 전기신호가 위장에서 발생, 뇌가 그 신호를 받았나 보다. 갑자기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필자가 일하는 곳의 30대 상급자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니 들깨 칼국수를 추천하신다. 콩국수 같은 걸걸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들깨라는 재료에 편견이 있었지만 일단은 출발했다.

홍두께 수타 손칼국수에는 일반적인 칼국수부터 만두, 국수, 김밥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메뉴판을 보니 그냥 칼국수는 4천원인데, 입맛에 맞지 않을 거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들깨 칼국수는 무려 5천원이다. 상급자에게 “들깨 칼국수를 먹고 오겠다”는 말을 이미 뱉어 놓은 상태라 약속을 지키고 싶어 맑은 육수의 본능을 애써 억누르며 두 눈을 감고 쫓기듯 재빨리 주문을 하였다.

약간 지루한 감을 느낄 때 쯤 음식이 나왔다. 냄새를 맡아보니 썩 나쁘지 않다. 그것은 흡사 진라면 냄새와 비슷했다. 국물을 마셔보니 맛도 그러하다. 보통의 들깨칼국수 국물에 진라면 스프를 약간 섞은 맛이 난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조미료 맛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게의 나무색 인테리어나 김치 등의 반찬 상태는 상당히 건강을 생각하는 느낌이 났다. 김치가 짜지 않고 담백했던 것이다. 들깨라는 재료 자체가 주는 느낌도 그러하였는데 아마 내 생각에는 주인아저씨께서 메뉴 개발을 하실 때, 끝까지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집하셨지만, 건강보다 맛을 중요시 하는 인근 대학 학생들에게 승복해 조미료를 조금씩 넣기 시작한 사연이 있지 않았나 싶다.

들깨 칼국수는 콩국수나 우유, 라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크게 거부감이 없을 것 같고, 이곳은 파전이나 동동주를 파는 것으로 보아 저녁에는 술장사를 하는 것 같다. 아, 참! 칼국수는 팔팔 끓여서 나온다. 너무 뜨거우니 입 조심 하시기 바란다.




납작짬뽕 - 복성각

(4인기준) 좌식 테이블: 11개

부산시 금정구 부곡3동 65-125 / 부곡 엘지아파트 후문 쪽


위치가 약간 불리해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 가기에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어쩌다가 우연히 이곳 근처에서 굉장히 빨리 식사를 마쳐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복성각을 이용하시기 바란다. 좌식 테이블만 11개, 냄새 나거나 구멍 난 양말은 부끄러우므로 사양한다. 들어가기 전 메이커 양말을 신었는지 먼저 확인 할 것.

중화요리전문점에 가면 항상 고민하는 것이 짬뽕과 짜장 일거다. 하지만 여기서는 고민하지 마시길. 복성각은 짬뽕이 맛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점심시간, 필자가 일하는 곳 30대 상급자의 권유로 가게 된 복성각은 굉장히 빠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이 눈앞에 딱!! 주문하니 3분도 안돼서 짬뽕이 딱!! 홀에 여성 두 분과 주방에 주인으로 보이는 요리사 아저씨 한분이 손발 맞춰서 바쁘게 일하고 계셨다.

필자가 주문한 요리는 정확한 명칙이 “납짝짬뽕”이다. “납짝”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실제로 면이 납작하다. 단면이 정말 ‘ㅡ’ 이렇게 생겼다. 면의 식감에 대해서는 농심에서 만든 멸치칼국수 라면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해가 쉽다. 면의 모양도 닮았지만, 이 라면은 보통 라면보다 조금 더 오래 끓여야 부드럽게 씹히는데, 납작짬뽕의 면이 딱 그 상태다. 면이 둥글지 않고 납작하니 식감이 단단하거나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씹히고 잘 넘어간다. 면의 모양이 그러해서 인지 몰라도, 느낌으로는 꼬돌꼬돌한 상태를 지나 푹 삶아졌다는 느낌이다. 이 면에서 오는 느낌이 일반 짬뽕과 꽤 큰 차이를 만든다.

국물은 약간 걸죽하면서 매운편이다. 이 매운맛은 점점 올라온다. 은근히 매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먹기 시작하여 3분 정도가 지나면 슬슬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몸이 더워진다. 캡사이신 분말가루를 넣은 것 같지는 않다. 젓가락으로 약간 뒤지면 비스듬하게 썰린 큰 고추가 보이는데 입으로 느끼는 그 매운 맛과 조화로운 모양을 하고 있다.

복성각은 단무지, 양파에서부터 안쪽이 훤히 보이는 청결한 주방 상태까지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깨끗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매일 싱싱한 야채만 구입해서 주인이 직접 요리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니 그러한 느낌은 곧 확신이 되어 돌아온다. 짜지 않은 담백한 국물 맛에 건강을 생각하는 주인아저씨의 마음이 느껴진다.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입들은 심심한 맛이라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복성각 주인아저씨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들깨 칼국수 주인아저씨와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맛있는 것을 먹을 권리도 있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권리도 있기 때문이다.




칼국수 - 마산분식

(4인기준) 좌식 테이블: 3개 / 입식 테이블: 4개

위치: 부산대학교 북문지구 / 지하철 장전역 1번, 3번 출구 - 건널목을 건너 쭉 올라가면 된다.


대학교 앞에는 저렴한 음식점들이 있다. 이곳은 3천원만 들고 가면 메뉴판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마산에서 오셨나..? 가게 이름이 마산분식이다.

칼국수는 어릴 적부터 즐겨먹던 필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바지락 칼국수, 매생이 칼국수, 팥 칼국수, 들깨 칼국수 등 다양한 칼국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멸치 다시다 육수에 부추, 김 등을 올리고 간단한 양념으로 맛을 낸 칼국수이다. 지금도 한 번씩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가서 먹고 올 정도다. 마산분식의 칼국수는 예전에 필자가 먹던 그런 종류의 칼국수와 닮아있다. 가격은 2,500원, 돈 없는 학생들 회식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저렴한 가격도 아담한 가게 사이즈도 학생 손님에게 딱 알맞다. 음식은 약간 늦게 나오는 편인데, 아주머니 혼자서 준비하셔서 그런가 보다.

따뜻한 면 요리에는 김치 맛이 또 중요하다. 이곳의 김치는 약간 삭힌 듯 시큼한 맛이 난다. 필자는 금방 만든 김치를 좋아하지만, 이것은 기호에 따라 다른 내용이라 좋다 나쁘다의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사진에 보면 함께 나오는 반찬은 무생체인데, 이것은 차갑게 먹으면 맛있겠지만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반찬통을 실온에 보관하시는 것 같다.

양념은 테이블 마다 각각 있어서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넣어먹을 수 있다. 양념에는 특별한 비법은 없어 보이지만, 국물이 진하게 우려져 있어 둘의 어울림이 꽤 괜찮다. 또한 면은 기계로 뽑은 것 같지만, 우둘투둘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국물이 잘 베어 들어있다. 씹으면서도 계속 짭짤한 국물 맛이 난다. 국물을 속 깊이 흡수하지 못하는 수제비나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밀면 - 부대밀면

(2인, 4인 합쳐서) 입식 테이블: 16개

위치: 부산대 정문앞 토스트 가게랑 분식포장마차 골목, 미래복사 옆 입구로 들어가면 된다.


밀면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면발을 씹는 때 느껴지는 식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깊은 육수맛이라 할 수 있다. 장전동에 가야밀면, 동래밀면, 쑥밀면 등 다양한 밀면이 있지만 필자는 부대밀면이 가장 입맛에 맞다. (필자의 입맛은 서두부분에 설명하였다.)

부대밀면의 육수는 연한 간장색을 띈다. 이것은 가야밀면이나 동래밀면의 육수색깔과는 사뭇 다르다. 그곳들이 뼈나 고기에서 육수를 우려낸 맛이라면 부대밀면의 육수는 그것에 더해 흡사 한약을 넣고 달인 것처럼 그 향기가 베어 들어가 있다.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달달한 간장의 느낌이 나는 것이 서면에 유명하다는 춘하추동(현재는 주인이 바뀌면서 예전만 못함)의 밀면 육수와 비슷한 맛이다.

육수는 양념과 섞이면 또 맛이 달라진다. 향은 맛이라 했던가 더욱 풍부한 향이 느껴진다. 달콤짭짤한 맛과 마늘 향, 한약 향 등이 아주 피 나눈 형제 마냥 편안하게 섞인다. 어느것 하나 튀는 맛 없이 조화롭다. 건강식을 지향하여 싱겁게 드시는 분들이라면 밀면 맛이 약간 자극적으로 느껴 질 수 있지만, 매일 점심시간에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풍경을 보면, 이미 젊은 층의 입맛은 사로잡았다고 본다.

아쉬운 점으로 일부 다른 밀면 집에서 제공하는 컵에 담아먹는 육수 서비스가 없어 아쉽다. 추운 날 따끈따끈한 육수 담은 컵을 손에 쥐고 호호 불어먹는 것도 참 좋은 느낌을 주는데, 이곳은 3,500원으로 가격을 줄이고 부가서비스를 없애 학생 손님에게 맞춘 전략을 세운 것 같다. 오백원을 추가하면 대(大자)로 양이 껑충 뛴다.

10월부터 칼국수를 개시했다.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와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이곳으로 가면 해결된다. 휠체어 탄 친구가 있다면 이곳에 있는 야외 테이블을 이용 할 수도 있다. 땀 많이 흘리는 친구라도 부대밀면을 먹고 나면 요즘 같은 날씨에는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곳의 마감시간은 저녁 8시 30분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가지는 마시기 바란다. 마감시간이 가까울수록 면은 맹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국물이 잘 베어들지 않는다. 아마 금방금방 면을 만들다 보니 헹구고 바로 그릇에 담아내기 때문에 아닐까 싶은데, 면을 씹으면서 베어나오는 맹물맛이 영 싱겁다. 북적이는 점심시간이라도 2인석 테이블은 여유 있을 때가 자주 있으니, 좀 덥다거나, 입이 텁텁하거나 하는 날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혼자 나와 부대밀면을 한번 잡숴보시길 권해드린다. 시간이 지나 또 다시 덥고 입이 텁텁할 때, 자연스럽게 이곳의 육수가 떠오르면서 침 한 방울이 입안을 촉촉하게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바로 조미료 맛의 힘이다!


 이상 장전동 일대의 면 요리집 몇 군대를 다녀온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고 마치려 한다. 밀가루 면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하는 분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다. 점심시간이 되어 배가 약간 아플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면 차가운 면 요리는 되도록 피하는게 좋고, 컨디션이 좋다 하더라도 면을 너무 자주 먹지는 마시길 바란다. 면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도 몇일을 달아서 먹으니 면 자체에 약간 질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좋아하는 일도 계속 하면 질리기 마련이다. 식사 활동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평생을 해야 하는 활동이니 질리지 않도록 밸런스 안배를 적절히 하기 바란다.

우리가 부자가 아니라서 매일매일 원하는 것을 먹지 못한다고 불평하지 말자, 아끼고 아껴서 먹는 맛있는 식사 하나는 저 윗동네에 부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시바스 리갈이니, 혼자만 먹는 돌솥밥이니 하는 것들 보다 훨씬 더 정직한 맛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서 금샘마을 공동체가 만든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