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오륜동특집] 할머니가 들려주는 오륜동 옛날옛적에
-이 글은 현재 오륜본동에 거주하시는 김을남 할머니(88세)와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옛날에 오륜본동이 참 아름다웠제. 논도 많고, 회동 넘어가는 저짜게 이쪽저쪽으로 논이 다 있었거든. 어느 집에서 제사 지내믄 다 와서 묵으라꼬, 동네 인심도 다들 좋았다. 길쌈하고 농사 짓고 품앗이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노? 그라고 통새미라꼬 우물 있는데 거가 물을 암만 퍼고 퍼도 끝이 없는 우물이 있었데이.
인자 도로깔고 뭐 깔고 했는데 옛날에는 여 다 숲길 비탈길 아이었나. 인자는 버스도 댕기는데 그땐 그런 기 있나 우데. 우리 큰아들 학교 다닐라 카믄 비탈길 따라 걸어가가꼬 나가서 버스타서 여서 금정국민학교, 동래중학교, 부산고등학교 다 댕깄다. 요 나가는 다리 밑에로 비 오면 물이 차니까 그라믄 돌다리를 놔가꼬 애들 아부지가 애들 데리고 건너가꼬 그래 학교 댕깄다. 요새는 책가방을 짊어지지만 그때는 들고 다닐 때 아이가. 공부한다꼬 큰아들 도서관 갔다가 열한시 되가 오면 책가방이 무거워가 쿵 하고 내리놓고 씻고 밥 묵고 그래 살았다.
내가 이 마을에 열여덟에 시집왔응께 여서 칠십 년 살았제. 츰에 시집 올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밥도 겅거이(근근이) 해묵고 살았제. 그래 앞에 쪼깨난 밭에다가 딸기고 수박이고 여름에는 열무고 해가꼬 자루에 담아가 일로 절로 팔러 댕깄다 아이가. 옛날에 구시장이 있어가꼬 거게 가꼬 가믄 물건 받는 아줌마가 내보고 “아이고 아줌마, 맨날 이래 마이 들고 댕기모 낸중에 돈 버는 거 아무 것도 없고 병원에 갖다주는 거마이 없데이.”카고 이래 하지 말라더라꼬. 근데 내는 그때 생각에 이거 하나 하믄 돈이 얼만데 싶어가. 시장에 물건 내다파는 사람 많이 있었어도 내마이 마이 이고 댕긴 사람도 없다. 그래가 돈 벌어가 논 두 마지기 사가꼬, 그때 마실에서 첫째 부자는 아이라도 둘째 셋째 가게 살았다. 그래 아들 안 키았나.
내 여 시집왔을 적에 수원지 만드는 일차 공사는 다 끝난 때였거든. 일본놈들 있던 시절에. 부산에 사람이 많아질 끼라고 식수가 모자랄 끼라고 공사를 한 기라. 철마서 내려오는 냇물이 있고 두구동서 내려오는 냇물이 있는데, 그거를 회동서 막은 기제. 지금에사 공사를 하믄 기계로 하지만도 그땐 그런 기 있었나 우데. 힘 좋은 사람들이 리아카 끌고, 여자들 처녀들도 거 다 가서 일했다 아이가. 강제징용은 아이다. 돈 받고 일을 했제.
원래 요게 마실이 컸다. 아랫마실 있고, 중간마실 있고, 윗마실 있고, 또 저 옆에 다른 마실 한 개 있었제. 근데 일차 때 아랫마실 잠기고, 이차 공사 때 중간 마실 잠기고, 그래가 삼차 공사로 수원지 공사 끝나고 마을에 있던 사람들은 다 이주했다. 밤에 잠을 자는데 물이 집에 샷시까지 차는데 겁이 나서 잘 수가 있나. 동네 억신 할배들이 그래 시에 따질라꼬 쳐들어가이까 어데 다 내빼삐고 없었다대. 우리 지금 본동 있는 여가 집도 높은 데에 있고 전답도 있고 해가꼬 여기만 남았다. 어느 땅에는 도시고속 들어서고, 어느 땅은 수원지 밑에 가라앉고. 전답 가졌던 사람들은 삼천 원에서 만 원, 이래 쳐가꼬 땅 팔았다 아이가. 그때 그 돈 받고 전답 팔았으믄 농사도 몬 짓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시내 가서 살았겠제.
그래 애끼가꼬 큰아들한테 주고, 작은아들한테 주고, 내는 가진 거 아무 것도 없다. 옛날에 고생 마이 해가꼬 인자는 병원 가서 포도당 주사 맞고 이래 안 하면 걷기도 힘든데 내 다리 아플 때 다리 주물러 주는 그런 사람이나 보내줬으믄 좋겠구마이.
아 맞다. 할매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주까? 잘 들어보래이. 내도 들은 이야긴데, 이 동네에 야시 고개라고 있다. 본동 들어올라믄 넘어오는 고개가 하나 있거든. 도시고속도로 있는 데 말이다. 거가 야시고개라. 와 야시고개냐믄, 야시가 많다고 그래 부르는 기라. 야시, 여우 말이다.
어느 날 아이씨가 차를 몰고 안 왔나. 오는데 그 고개에서 참말로 예쁜 아가씨가 차를 태워달라꼬 카드라네. 늦은 밤에 말이다. 아이씨가 맴이 좋아가꼬 태워줐다 아이가. 뒤에 타라 하이까 아가씨가 앞자리에 타겠다카네. 아이씨가 뒤에 타라꼬 해가지고 결국 뒤에 탔다네. 그래가 한참 이래 내려오는데 동네 들어오는데 우리 시할아버지 살던 집앞을 지나갔는기라. 시할아버지가 집에서 개를 키았거든. 그래가 트럭을 끌고 고 집쪽으로 이래 내리왔드니 갑자기 개가 빵빵 짖어대더라 아이가? 그라이 이 아가씨가 사색이 되가꼬 아이씨 여 내랴주소, 내랴주소 막 이카드라네. 그래가 내랴주니까 그 자리에서 백여시가 되가꼬 내빼드라네.
우떻노? 오륜동 이야기, 재밌나?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이모작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