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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사람을 만나는 도서관 - 금샘마을도서관 방문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6. 20:09

사람을 만나는 도서관금샘마을도서관 방문기


리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일어나고, 밥먹고, 생활하고 잠잔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단지 딱딱한 책장에 책들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따뜻한 목소리로 그림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고, 거기다 품에 안아서 그가 소중한 아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아주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남산동에 있는 금샘마을도서관에 가면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형, 친구, 엄마와 함께 이곳에 들러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보통 도서관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 도서간 지킴이로 계시는 “열매” 선생님에게 금샘마을도서관을 조금 다르게 불러본다면 어떤 게 좀 어울릴까를 여쭤봤더니 조심스럽게 “사람을 읽는 도서관? ...사람을 만나는 도서관!”이라고 말씀하신다.



사람을 만나는 도서관

금샘마을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는 도서관’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이곳은 책을 읽고, 빌려주는 역할을 기본적으로 충실히 해내면서 몇 가지 프로그램들과 모임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활발한 활동이 있다면 책마실/책누리 모임인데, 매주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내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사람을 위해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읽다 보니 능숙하진 않지만 동화구연도 하게 된다.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매주 화요일에는 엄마들이 모여서 ‘큰책 만들기’를 진행한다. 그림책을 야외용으로 크게 만드는 모임인데, 이러한 모임들은 도서관을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바깥 도서관’프로그램과 연계된다. 밖으로 5~60권 정도의 책을 들고 나가서 돗자리 위에 풀어놓고, 아이들에게 ‘큰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을 한다고 한다. 반응이 꽤 괜찮다고 한다.



마을 도서관이 왜 필요할까?

금샘마을도서관을 가보기 전까지는 지역의 시립도서관들이 있는데, 굳이 동네에 도서관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곳은 기존의 시립도서관과는 느낌과 역할이 많이 다르다. 금샘마을도서관은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소통할 수 있는 곳,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곳의 필요는 누구보다도 마을 주민들이 가장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몇몇 지원사업을 신청하여 새로운 프로그램과 모임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후원에 의해서 운영·유지가 된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깜짝 놀랄 만한 일로 작년 4월에 도서관을 이전하기 위해 일일(후원)주점을 열었었는데, 하루에 약 1천만 원의 수익이 나서 이전하는 일을 순조롭게 진행했다고 한다. 마을도서관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애정이 각별하다.

“열매” 선생님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다 물어보고서 내가 좋아하는 청구기호 600번 ‘예술’코너로 가 보았다. 도서관으로만 생각하면 규모는 작지만 이용하는데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도서 국제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부족함이 없을 만큼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마침 생각지도 못하게 평소에 시립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다고 메모해놓았던 책을 볼 수 있었다.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아 너무나 편안한 자세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야 하는 시립도서관의 열람실이 이제는 부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편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내 집과 같은곳, 그러면서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어른들의 따뜻함을 배울 수 있는 곳.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 지는 곳인 금샘마을도서관은 시립도서관의 전쟁터 같은 열람실에는 없는 정서적 따뜻함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을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아이들과 엄마들뿐만 아니라,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과 잘 안오는 아버지들까지도 끌어 안아서 온전한 의미의 ‘마을’도서관이 되었으면 한다.


정종우 zaqmko@naver.com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서 금샘마을 공동체가 만든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