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몸매가 뭐길래.
舞踊知物
1.몸매가 뭐길래.
얼마전에 있었던 지옥같은 소개팅 때문에 몇 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언니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서 또 다시 나간 소개팅.
-말씀 많이 들었어요. 무용하신다고요?
-네.
-아, 그런데 실제로 뵈니까 ........
뭐지 이 침묵?....
실제로 보니까 뭐?!
아, 갑자기 예전에 친한 기획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니 몸매는 관객에 대한 예의가 없어!’
도대체 무용이랑 몸매가 무슨 상관이라고 항상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그래!! 외면하고 싶지만 처음 무용을 보러오는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역시 몸매일 거야.
텔레비전에서 보는 아이돌의 몸매 마냥, 콩알만한 머리와 이상적인 팔다리, 출중한 외모의 완벽한 육체를 기대하잖아?
무용이란 원초적인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기도 전에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은
‘우와 저 여자 몸매 봐라’
혹은
'저 남자 복근 좀 봐!'
라고 내뱉어지는 한마디 몸매의 감탄뿐.
하지만, 다른 장르의 예술을 만나러갈 때, 우리는 눈으로 작품을 보고, 가슴으로 감동 받는다고 얘기하잖아.
예를 들어, 그림을 볼 때 어떤 그림이 최고급물감과 최고급 붓으로 그린 그림인지 평범한 물감과 붓으로 그린 그림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림 자체만을 감상하잖아?
몸도 춤이라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도구야.
몸매가 좋고 나쁜 것은 도구의 재질을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잖아.
그래서, 나는 몸을 사용하여 어떤 것을 표현해야 하는 무용수이자, 몸으로 하는 이야기의 감동을 만드는 안무자로서, 몸매의 감동과 움직임의 감동 그 차이를 주장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키크고, 쭉쭉빵빵한 몸매가 아니더라도 표현력에 충실한 모든 무용수들과 안무자를 대변해서 말야!
몸매가 아니라 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춤이라고!!
언제부터 무용하면 몸매부터 떠올렸는지, 한때는 ‘무용전공자였다’라며 TV에 나오는 몸매 좋은 연예인들 때문인가?
하지만 그 사람들은 더 이상 춤을 천직으로 살지 않잖아.
우리가 스트레스 풀고, 놀고 싶다고 춤추러 가는 나이트나, 클럽에서 조차도 몸매에 대한 고정관념의 법칙이 작용해.
잘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사람들과, 그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잠시잠깐 조명사이에서도 눈을 번뜩이며, 이성의 몸매로 물이 좋으니 나쁘니라고 이야기 하는 분류들이 뒤섞여 있어. 그 어둠의 스테이지에서 조차도 우월한유전자로 말해지는 특수인들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기분풀러간, 다른 이들이 그저 배경이 될 때도 많잖아? 김빠지게...
대체 이 몸매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춤으로부터 삐쭉거리고 어색하게 만드는 벽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
차라리 노래자랑 야외무대에서 흥이나 신나게 몸을 흔드는 나이 드신 어른들이 훨씬 솔직한것같아.
내가 좋아하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인공은 멋진 몸매와 춤 솜씨가 아니더라도 기분이 좋으면 늘 원숭이처럼 날뛰어 지칠 때까지 춤을 춰.
마음이 내킬때면 몸으로 표현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춤의 기원이란 말이야!
나는 그저 몸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춤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내가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무용하는 여자의 몸매를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뻘쯤한 분위기를 견뎌내야 하나?!
복잡한 머리를 뒤로 한 채 시원하게 냉수한잔 먹고 한마디 뱉었다.
-실제로 보니까 뭐요?
-아, 무용하시는 분 치고는 생각보다 평범 하시다구요~
-예, 다음번에 혹시나 만나게 되면 한복이라도 입고나오겠습니다.
봐라봐라, 저 벙쪄하는 얼굴,
역시 나는 소개팅이랑 안 맞아.
무용하는 사람을 보고 싶으면 춤추는 판에 와라고.
이런 카페에 소개팅자리 말고.
Miho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흘러들어와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대학때 한국무용과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였다.
2008년 개인공연을 시작으로 안무가와 무용수로 활동중이며,
현재 춤패 배김새에 기획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