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강정마을 여행기 3일차
▲ 강정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위습지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작은 동네와 풀꽃들이 피어있습니다.
▲ 강정마을 주민들은 구럼비바위에서 낮잠을 자고, 노래를 부르고
할망물에서 나오는 물로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구럼비해안에서는 우지끈, 펑! 하는 발파소음, 공사소음만 날 뿐입니다.
▲ 오늘은 같은 방에 묵었던 해상팀 친구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도와줄 게 뭐가 있을까?라는 내 질문에 '연행되도 괜찮아요?'라고 해맑게 되묻던 스무살 친구, 평화!
브이하는 모습이 천상 소녀같지만 해상팀의 똘똘한 에이스입니다.
평화가 오늘은 제게 '물놀이'를 권했습니다. 강정포구 쪽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자는 얘기.
단순하게. 그냥 구명조끼 입고 들어가서 헤엄을 치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 해상팀 작전회의.
하지만 평화가 이야기하는 '물놀이'는 단순한 물놀이가 아닌 작전이었습니다.
구럼비 발파를 방해하기 위해 한 팀은 카야를 타고 구럼비로,
한 팀은 헤엄을 치며 주위를 분산시키는 소동조로 나뉘었습니다.
멋모르고 따라온 나는 소동조에 합류, 카메라로 현장을 쫓기로 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구나... 산엄한 경호 속에 소동 팀이 강정포구로 향했습니다.
▲ 강정포구는 이미 경찰들로 포화상태. 어떻게 소란을 일으킬 것인가.
갑자기 머리가 깜깜해져왔습니다.
▲ 또 하나 더. 나의 미션은 물에 뛰어들 만한 사람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것!
▲ 발파를 연기시키기 위해 일으키는 소란의 시작.
두 번째 카야를 운반하던 중, 경찰에게 뺏겼습니다. 아무리 구럼비바위가 공사중일지라도
강정포구 근처에서 해상스포츠는 가능한 일이거늘...
하지만 경찰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한 손으로 카야를 잡고 한 손으로 촬영을 해서 영상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결국 제가 가지고 있던 카야를 뺏겼고
순식간에 사람들과 경찰의 대치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구럼비바위로 들어가는 팀을 위해서 작전은 성공한 셈이었으나 강정포구 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 강정마을 주민인 보라할머니(가명)
보라할머니는 해상팀을 따라 바다 속에 뛰어들려고 하셨습니다.
구명조끼를 입혀드리기 위해 옆에 서 있던 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힘도 세시고, 성격도 괄괄하신데 어찌나 빠르신지 따라다니다가 진땀을 뺐습니다.
▲ 해상팀의 원식군이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 돌벽을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계속되는 경찰과의 대치.
경찰은 마늘밭으로 향하는 주민들마저도 막아세웠습니다.
과도한 공권력 투하라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습니다. 밭으로 가는 길은 온통 전경차.
차 한 대가 빠져 나가는 게 쉽지 않고.
강정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일터인 논으로, 바다로 가는 길이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 연신 보라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만,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보라할머니는 경찰들을 뚫고 마늘밭으로 향하다 쓰러지셨습니다.
저는 단지 할머니를 부축해드리기 위해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10분이 넘게 실랑이를 벌여도 들여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쓰러진 채로 가만히 누워있었고.
결국 울고 불고 손녀라며 생떼를 쓰자, 들여보내줬습니다.
저도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 경찰들은 구럼비바위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마늘밭을 통제했고
사람들과의 대치 속에 마늘밭이 상했습니다.
▲ 옆 쪽 펜스에서 시위하던 사람 중 세 명이 연행되었습니다.
불법 펜스인 주제에. 펜스를 망가뜨렸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 저녁이 되도록 계속된 강정 포구에서의 대치.
다들 피곤할 만도 한데 야외 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제주 막걸리와 구운 돼지고기가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나는 강정의 낮보다 밤이 더 두려웠습니다.
하루동안 감시받고, 구럼비가 발파할까봐 무섭고, 신경질적으로 경찰과 대치하고
조용한 밤이 오면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봐. 아무도 이 곳의 일을 모를까봐
나를 다스리는 게 무서웠습니다.
▲ 문화제에서 다시 만난 보라할머니.
강정마을에는 4가지 노래가 있는데, 춤을 함께 추며 따라부르면 정말 신납니다.
활동가들은 춤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거라며 늘 집회 마무리로 노래를 틉니다.
심각한 분위기도 웨이브 한 번에 풀어지고,
낯선 사람의 손을 꼭 쥐게 됩니다.
춤을 다 추고 보라할머니를 꼭 껴안아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팔힘도 셌습니다.
김수미 특파원/마산지부장
(withss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