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리 생존중/[라이프 오브 정화백] 꽁트 썸네일형 리스트형 화장술(1) 덤덤하게 작업을 끝내고 결과물을 보낸 다음 날, 어김없이 수정 요청이 들어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이 업계의 일은 완성된 그림파일을 보내준 후 클라이언트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으면 일이 잘되고 있는 거다. 적어도 내가 맡은 부분에서는 말이다.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 덤덤한 표정으로 수정사항을 듣는데 재택근무 2년차 일러스트레이터는 살짝 당황했다. 결혼식 청첩장에 들어가는 예비신부 얼굴이 사진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청첩장 예비부부를 그리는 일에서 내가 한 일은 사진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기름종이를 깐 뒤 연필로 베껴 그려내는 일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그대로 ‘베껴’ 그려내는 일이었다.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고,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없는. 20대가 30대가 될 수 없고,.. 더보기 라이프 오브 정화백(1화) - 관심법(觀心法) 가끔 집에 쌀 떨어질 때쯤 되면 서울에 있는 디자인 회사로부터 외주작업 요청이 온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 거래를 하던 때에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소통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다. 전화나 인터넷이 있는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나 느낌들을 설명할 때 회사와 나는 머리 속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러한 상황은 같은 돈을 받으면서 그림을 두 번, 세 번 다시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낳는데, 외주 일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작가였던 나는 회사의 요구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에도 다시 질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여느 날처럼 충분히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회사로부터 “무슨 말인지 알겠죠?” 라는 질문을 받았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