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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생존중/[ 무용지물(舞踊知物) ] 무용

4. 예쁜것과 아름다운것은 레베루가 다르다.-하

舞踊知物










- 친구야.


- 응.


- 어느날 니가 유명한 사람 머리통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했는기라.


- 뭔 말이고?


- 마법 같이 말이다. 남의 머릿속으로 쑤~욱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통로를 발견했는기라.


- 그런게 어딨노? 밥이나 무라.


그래, 그런 게 있다 치고, 그런 통로를 발견했는기라.


- 아, 진짜 밥묵다 뭔 소리고.


아니 어제 영화 하나 봤거든, 그 영화가 그런 내용이었다. 


- 난 또 뭐라고. 뭔 영화 봤는데?


- 존 말코비치 되기[각주:1]


- 뭐? 호랑말코? 


- 아니 조~온 말코비치 되기 말이다. 여튼, 니는 어떤 사람 머리로 들어가고 싶은데?


- 그런 통로가 진짜 있다치면은!


- 있다 치면은?


- 나는 김태희가 될꺼다.






- 그래, 그럼 니가 그렇지.


- 왜? 
  김태희 같은 미인의 머릿속으로 쑤욱 들어가서, 이쁜 여자 대우 좀 받자는 데 불만 있나?
   

- 좋겠지. 맨날 잘생긴 연예인들만 보겠네.


- 그쟈? 엄청 좋겠제? 아오~ 세상의 어떤 꽃미남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라믄 니는 누구 머리로 들어갈껀데?


- 나는 간디.


- 뭐? 간디? 간디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 혹은 강수진.


- 예쁜 강수진 발레리나 말이가?


- 예쁜게 끝이 아니다 강수진은.. 


- 아니, 근데 간디랑 강수진은 뭔 공통점이길래?


- 둘 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 뭐 간디야 그렇지만은 강수진이나 김태희나 뭐가 틀리노?


- 니가 언니의 깊은 속을 이해하긋나.



- 참내, 말은 바로 하자. 니가 간디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걸핏하면 욱하는 성격에 간디가 말이가 빵구가? 
  게다가 니 같이 끼니 거르면 죽는 줄 아는 니가 발레리나 강수진이라니?



- 거 참. 시끄럽다!!! 이쁜 거랑 아름다운 건 레베루가 틀리거든?!















4.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은 레베루가 다르다.-하















“아름다움은 얼굴에 있지 않다. 그것은 마음 속의 빛이다.” 
(Beauty is not in the face; beauty is a light in the heart.)

- 칼릴지브란(Khalil Gibran, 1883-1931)-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그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옷도 아름답고, 강아지도 아름답고, 설교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돼먹지 않은 과장된 수사로 장식하려는 버릇이 있어

그 때문에 감수성이 무뎌지고 만다.

 

-달과 6펜스 중에서-







내가 간디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이야기한 것은 당연히
연예인과 평화운동가의 직업적 레베루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김태희와 간디의 배틀을 논하자는 것 또한 물론 아니다.
확실히 젊고 관리 잘 받은 김태희는 예쁘다. 
사진 속의 간디는 젊지도 않고 죽은 사람인데다가 잘생긴 외모도 아니지만, 나는 감히 간디가 김태희보다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왜?


예쁘고 CF 많이 찍는 김태희는 아마 그래서 아름다운 건지 그냥 예쁜 건지 헷갈릴 것이다.
김태희는 원래부터 예쁘기도 했고, 또한 지금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잘 관리받아온, 예쁘게 보존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연기라는 일에 있어서 사람들이 감동받았다고 한 적이 없는 한 
그녀는 지금까지처럼 그저 예쁘기만 하다라고 말만 들을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김태희는 자신의 예쁨을 잘 갈고 닦아 보여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삶이다.


물론 전편에서도 
'기쁨과 즐거움만이 자리잡는 게 예쁜 것이라면, 아름다움은 희노애락처럼 모든 내면이 포함된 것이다.'
라고 거품을 물고 이야기 했지만,


'아름답다'라는 것은 역시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이미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붙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쁜 것에 대한 감탄을 '아름답다'라고 쉽게 얘기한다.

예쁜 얼굴
예쁜 몸매
예쁜 연예인
예쁜 차 
예쁜 옷
예쁜 신발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몸매
아름다운 연예인
아름다운 차 
아름다운 옷
아름다운 신발


광고에서 해주는 최상급의 말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예쁘다와 아름답다가 참 분간이 안 된다.









자, 이 사진은 까멜리아 레이디(동백아가씨)[각주:2] 란 작품 중 한 장면이다.
주인공 까멜리아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대표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공연물을 접하지 않고 이 사진만 봤을때 우린 그녀가 참 예쁘다고만 생각할수 있다.









그녀의 발레슈즈가 벗겨진 사진 한장과 
'몸이 아프지 않는 아침은 전날 연습이 잘못된 것 같다' 라고 생각했다던 그녀의 일상생활은,
그녀가 단순히 예쁜 발레복과 역할이 아니라 한 시간의 무대를 위해 몇 달의 혹은 살아온 대다수의 시간 동안
수많은 고난들을 앓아 보낸 앓음다운(아름다운) 사람이란 것을 알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노력하는것은 무대에서 스스로 느끼는 희열감 뿐만 아니라 보러 오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것은 그저 예쁘게 보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감동이란 글자를 남기려는 과정이다.
그녀가 예쁘다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아름답다라는 말의 표현력을 갖출 때까지
우리가 편히 지내오는 많은 시간을 당연하게 흘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자, 왜 그녀는 이렇게 감동을 주려 발이 기형이 되도록 춤을 추었을까.

간디는 왜 그 많은 협박과 폭력 앞에서도 비폭력 무저항을 했을까.

김태희는 왜 예쁘기만 할까.



우리는 간디의 인생에. 강수진의 노력에 박수칠 수 있지만
김태희의 예쁜 얼굴에 박수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왜냐면, 간디의 인내했던 고단한 인생이나 강수진의 뼈를 깎는 노력에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잠시 발견하기 때문이다.
타고난 예쁜 얼굴은 부러움의 탄성의 한 순간을 만들겠지만 
내가 그 사람이라고 공감하는 부분은 몇이나 될까?

당신에게 전해지는, 가슴 밑바닥을 울렁이는 무언가 말이다.

관객들의 가슴 속에 일어날 어떠한 울림을 위해 무용수가 스스로를 재탄생시켜 만들어지고 
관객들이 잠시나마 타인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는 이 과정은 분명
감동이며, 이 감동은 아름다움이다.

간디는 이제 책과 영화의 재구성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강수진은 현존한다.
또한 강수진처럼 타인의 감동을 위해 존재하는 많은 예술인들도 존재한다.

또한 수많은 관객들이 뮤지컬과 연극으로 이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는다.
다만 유일하게 인간의 본능인 몸의 언어로 만들어진 무용에서만 관객들이 아직 진가를 모르는것 같다.


당신이 몰입하고 당신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감동을 남길 수 있는 무용공연 하나,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보는 것은 어떨까?











Miho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흘러들어와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대학때 한국무용과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였다.  

2008년 개인공연을 시작으로 안무가와 무용수로 활동중이며,  

현재 춤패 배김새에 기획을 맡고 있다. 





  1. Being John Malkovich, 1999 감독:스파이크존스 내용:크레이그 슈와츠(Craig Schwartz: 존 쿠삭 분)은 꼭두각시인형 예술가다. 인형을 만들고 놀리는 재주가 뛰어나지만 현재는 실업자 신세다.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하며 동물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아내 로테(Lotte Schwartz: 카메론 디아즈 분)는 그에게 직장을 구해보라고 권한다. 크레이그는 신문을 보다가 손을 잽싸게 놀려 서류정리를 해줄 사무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레스터 기업’을 찾아간다. 회사는 뉴욕시의 한 빌딩인데 7과 1/2층(7층과 8층)사이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기괴한 곳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즉시 채용이 된 크레이그는 오리엔테이션에서 멕신(Maxine: 케서린 키너 분)에게 반하지만, 그가 꼭두각시 인형술사라는 것을 알고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날 크레이그는 서류정리 중 실수로 서류철을 캐비닛 뒤로 떨어뜨린다. 이를 주으려고 캐비닛을 옮기다 이상한 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 문은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였다. 15분동안 존 말코비치의 뇌속에 머물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레이그는 이 사실을 부인과 멕신에게 알린다. 상업적 수완이 좋은 멕신은 이를 이용해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고 이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가는데.(네이버출처) [본문으로]
  2.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와 쇼팽이 만나는 작품 주인공의 연기가 매우중요한 작품이다. 파리의 고급창녀 코르티잔인 그녀에게 귀족의 아들인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지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허락받지만 그녀는 폐병으로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본문으로]